▲ 북한 스파이를 소재로 다룬 드라마 <스파이 명월>의 한 장면. 사진제공=KBS |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캠퍼스 한 구석에서 삼성 마크가 선명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남학생이 눈에 띈다. 그 학생 귀에는 이어폰이 꽂혀있고, 오른 손으로는 한국산 MP3플레이어를 능숙하게 조작한다. 저쪽 구석에서는 한 여학생이 이 남학생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본다.
이는 한번쯤 상상해 봄직한 평양의 풍경이다. 북한 내부와 접촉하고 있는 국내 대북방송국 ‘열린북한방송’은 최근 내부 소식통을 통해 한국 전자제품을 향유하고 있는 북한 내 대학생들의 실상을 전했다. 평양에 위치한 김일성종합대학에 다닌다는 소식통 문 아무개 씨(20)에 따르면 현재 평양 지역 대학생들 사이에서 한국 전자제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고 한다.
북한 내 암시장에서 한국산 전자제품이 고가의 선호품이 된 것은 이미 꽤 오래된 일이다. 평양 내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들의 경우 상당수가 출신성분이 좋고 비교적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고가의 한국산 제품을 이용하는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삼성은 제일 선호하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 노트북과 캠코더,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고가의 제품이 인기품목으로 향유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북한 대학생들 중 고위급 간부 자녀들만이 고가의 한국산 제품을 쓸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캠퍼스 내 하나의 유행으로 번져 웬만한 대학생들은 한국산 제품 하나쯤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식통 문 씨는 “컴퓨터나 캠코더 같은 고가의 제품을 살 수 없는 학생들은 전자수첩이나 MP3플레이어라도 가지고 싶어 용돈을 모으거나 친구에게서 돈을 꿔서라도 구매를 하는 상황이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기자와 통화한 탈북자 홍 아무개 씨 역시 “형편이 좋은 대학생들 사이에 PC가 많이 보급됐다. 때문에 최근에는 파일을 담는 USB를 갖고 있는 학생들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소위 북한 내에서도 얼리어답터들이 대학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 제품으로 치장한 캠퍼스 얼리어답터들은 여학생들이나 교수들에게 꽤나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한다. 고가의 한국산 제품이 많을수록 그 학생과 집안의 경제적 수준이 높다는 것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 내에서 한국산 전자제품이 거래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하지만 암시장 단속 자체가 현실적으로 허술하고 주요 향유층 자체가 대학생 등 엘리트 계층이기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많다. 돈만 있다면 암시장에서 한국산 전자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기자와 통화한 함경북도 출신의 탈북여성 강 아무개 씨는 “탈북하기 전 북한에 거주할 당시 장마당에서 한국산 MP3플레이어를 구입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안에는 한국노래가 들어 있었다. 별 다른 단속이나 제지 없이 제품을 구입했다. 내 주변에도 구입한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거래는 미 달러나 중국 위안화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삼성 노트북 가격은 달러로 800~1200달러, 중국 돈은 5000~7000위안 정도다. 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산 제품과 비교해 희소성과 성능이 월등하기 때문에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이렇게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제품으로 치장한 북한판 얼리어답터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북한 내부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한류열풍의 한 단편적인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최근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의 결혼설과 자녀출산설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대북매체 <데일리NK>는 최근 보도를 통해 김정은이 후계자로 공식 등장하기 이전에 이미 함경북도 청진 출신의 한 여성과 결혼했다는 사실을 전달했다.
이 매체와 접촉한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결혼설은 당과 군 간부들 사이에서 자주 오가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이 전한 김정은의 부인은 김정은 보다 두 살 아래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의 재원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동 대학 박사원(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이 여성의 본가는 함경북도 청진시 수남구역 수남동으로 부친은 청진시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모친은 지역 인민병원 산부인과 과장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해 명절부터 김정은 부인으로 추정되는 여성의 본가에 매년 벤츠를 통해 선물이 전달되고 있고, 병원에 재직 중인 모친의 권위가 병원 내에서 원장을 능가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이 매체와 접촉한 또 다른 내부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의 이모부인 장성택 부장이 직접 선별해 연을 이어줬고, 2년간 열애 끝에 지난해 결혼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지난해 10월 당 창건기념일 당시 화려한 축포야회를 이 여성이 직접 건의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사실 김정은의 이러한 결혼설은 이미 몇 해 전부터 계속해서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진위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김정은이 이미 지난해 딸을 출산했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결혼은 물론 이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손녀를 안겼다는 얘기다. 또한 김정은의 형인 차남 김정철 역시 비슷한 시기에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정철의 경우 지난해 싱가포르 여행 당시 동석했던 여성이 부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딸 출산 소식을 전한 대북소식통은 북한이 김 위원장의 손자, 손녀를 위해 유아용품과 분유를 직접 해외에서 공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분유의 경우 멜라민 시비가 일었던 중국산을 삼가고 타국의 것으로 공들여 공수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