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물원·강서구청 엉뚱한 위치 찾아가…“한강사업본부 관할, 다산콜센터서 민원 잘못 넘겨” 해명
한강 하류 마곡2 배수문에 인접한 장소에 기름으로 보이는 물질이 발견된 건 5월 10일이다. 짙은 남색과 회색, 녹색의 기름으로 보이는 물질이 둥둥 떠 있었고 그 위로는 잉어를 비롯해 물고기들이 폐사한 채 배를 드러내고 있었다.
한강 산책로에서 불과 1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물고기들이 부패하며 악취가 났다. 오염물질 주위로는 한 무리의 새들이 지나며 죽은 고기를 섭취할 우려도 있었다. 실제로 해당 물질 주위에는 오리들이 보였고 흙은 기름으로 보이는 물질이 쌓여 있었다.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강물은 배수문 주변을 철썩철썩 두드렸다.
서울시 불편 신고앱을 통해 “기름 또는 폐수로 보이는 물질이 서울식물원 습지원 쪽에서 흘러나와 고여 있다”고 신고한 뒤 △해당 장소를 지정하고 △한강 다리가 보이는 사진을 첨부해 위치를 특정한 뒤 △오염 물질이 한강에 유입된 이유와 해당 물질이 무엇인지 △관할부서가 어디인지에 대해 물었다.
서울시 120다산콜센터는 “서울식물원 시설운영과 접수 결과 마곡지구 주변 건설 관련 레미콘이 우수관로로 유입돼 발생한 사항이므로 강서구청 녹색환경과 또는 초기 우수 저감 시설 미가동도 영향이 있으므로 강서구 물관리과와 합동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후 다산콜센터는 해당 민원을 강서구청에 넘긴다.
민원을 전달받은 강서구 물 관리과는 “서울식물원 내 습지원 오염 민원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관련기관(서울식물원 시설관리과 및 초기우수 처리시설 유지관리업체)과 현장 방문해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니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폐사한 물고기와 오염물질은 그 이후에도 몇 주나 방치돼 있었다. 일부는 강물에 섞였고 폐사한 물고기의 수는 더 늘었다.
5월 16일 강서구 물 관리과는 “저희도 한 번 나갔다 왔다. 그런데 어디서 방류했는지는 알 수 없어서 관련 부서와 협의 후 원인을 파악하려 한다”고 답했다. “해당 물질이 공장 폐수인지 뭔지 수질 검사를 해야 한다. 결과가 한 번에 나오는 것이 아니니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 후에도 강서구는 연락이 없었다. 2주가 지나서도 묵묵부답이었다. 6월 2일 강서구 물 관리과 담당자에게 진행 상황을 묻자 뜻밖에 답이 돌아왔다. 담당 주무관은 “주변 건축 현장에서 나온 콘크리트 부유물일 수도 있고, 서울식물원 내 오염물질일 수도 있다. 또는 하수 자체가 원인일 수도 있다”면서 여러 해석을 내놨다. 원인 분석을 하지 않은 것이다.
해당 물질은 무엇이었느냐고 묻자 “주위의 상황을 저희가 파악 중에 있다. 우리 부서만 하는 게 아니라서 다른 부서와 함께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럼 시료는 채취해서 검사 중이냐고 묻자 “하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강서구청 물 관리과 팀장은 6월 3일 “지난번에 습지원이라고 하셔서 습지원에 다녀왔다. 한강 쪽인 줄은 몰랐다. 한강은 가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경 부서에서 습지원 쪽은 따로 수질 분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시료 채취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게 한강 쪽이었으면 저희 관할이 아니다. 하지만 원하시면 저희가 수질 검사를 해서 원인을 찾아드릴 의향이 있다”고 뒤늦게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팀장은 “한강에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한강사업본부에서 담당하는 것으로 안다. 답변을 늦게 한 건 죄송하지만 다산콜센터에서 왜 저희 쪽에 이 사안을 넘겼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7일 한강사업본부 강서센터는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저희가 정화작업을 하고 원인 분석도 의뢰해 처리하고 있다. 수시로 한강을 순찰하며 관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센터는 관련 민원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
시민들이 문제를 발견해 알렸지만 지자체는 해당 물질이 무엇인지 어떤 이유로 한강에 유입됐는지 끝내 밝히지 못했다. 민원이 엉뚱한 부서를 오가는 사이 오염물질은 한강으로 다시 유입돼 사라져버렸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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