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파·잠행파 등 각자도생…이인영 전당대회 성적이 86그룹 향후 행보 좌우
86그룹 중 가장 먼저 당 전면에 나선 이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우상호 의원이다. 우 의원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 추대안’을 수락했다. 애초 당 내부에선 문희상 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정세균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부겸 전 국무총리, 이상민 의원 등이 비대위원장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문 전 의장을 비롯해 다수 원로들이 “자리를 맡기가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개인적인 일정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인 이들도 있지만, 각 계파에서 반대하거나 “2개월짜리 비대위원장을 맡을 실익이 없다”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우상호 카드’가 부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22대 총선 불출마를 택한 우 의원이 ‘86그룹 용퇴론’에서 자유롭다는 점과 8번의 당 대변인을 역임한 것도 비대위원장 추대에 한몫했다. 당 한 관계자는 “우상호 비대위에 대한 평가가 86그룹 용퇴론의 첫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 의원 측 관계자는 “비대위원장을 마치면 4년 후 서울시장에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점쳤다.
전당대회 심판을 자처한 우 의원과는 달리, 이인영 의원은 직접 선수로 뛸 예정이다. 이 의원 전당대회 성적은 86그룹 운명의 최대 분수령으로 꼽힌다. 차기 당권 도전이 유력한 이 의원은 6월 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연재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이재명·송영길은 왜 출마했나. 공천 담합이 아니냐는 불신을 남겨둬 승리 구도를 잡기가 쉽지 않았다”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86 용퇴론은 모순” 등의 적극적인 목소리를 냈다.
다만 당 안팎에선 이인영 출마가 용퇴론에 휩싸인 86그룹에 독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친문계 한 관계자는 “이 의원의 그간 당내 경선 성적이 좋지 않았다”며 “86그룹이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느냐에 대한 평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2015년 ‘문재인·박지원’ 양강 구도 속에 치른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2·8 전당대회에 출마했지만, 12.92%로 3위에 그쳤다. 이 의원이 당내 경선에서 1위를 한 것은 2019년 4월 21일에 열린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인영 76표 vs 김태년 49표)이 유일하다. 당시 당에선 “이인영에 대한 지지보다는 청와대와 이해찬호를 견제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정책파’ 86그룹도 있다. 김민석 의원과 이광재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김민석 의원은 최근 페이스북에 당 혁신 방안을 담은 ‘민주당 뉴딜’을 선보이며 연재 정치 대열에 합류했다. 21대 국회에서 정책통 면모를 보여준 이광재 전 의원은 강원도지사 낙선 후 삭발을 단행하고 차기 당권 ‘빅3(이재명·전해철·홍영표)’의 불출마를 촉구했다.
정치적 잠행파도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별다른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한 송영길 전 대표는 당분간 정중동 행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86그룹 중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윤지상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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