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아파트 모델하우스 내부. 발코니 확장 후 거실을 넓게 활용했다. |
지난 2006년 1월 합법화된 발코니 확장이 어느새 주택시장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국내 시공능력 10위 이내 건설사에 확인한 결과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의 80% 이상,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90% 이상은 발코니 확장형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림산업 디자인연구소 김상윤 연구원은 “합법화되고 초기 2년간은 발코니 확장을 원하지 않는 가구도 30% 정도까지 되는 등 혼조세였지만 지금은 일부 대형 주택형을 제외하고는 거의 100% 발코니 확장형을 선택하고 있다”며 “이젠 처음부터 주택 설계를 발코니 확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하면서 원칙적으로는 수요자가 확장형과 기본형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건설사가 처음부터 확장을 전제로 주택을 설계하기 때문에 발코니 확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자연스럽게 확장형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확장을 하지 않으면 방이나 주방, 화장실이 반으로 잘려 나가는 이상한 구조가 되기 때문이다.
▲ 반도유보라 59㎡형 4.5베이 구조의 확장 평면도. |
과거 부분적으로 발코니를 확장할 때 생겼던 누수나 단열성능 부족 등의 문제는 더 이상 논란이 안 된다. ‘나홀로’ 발코니 확장을 할 경우 비 바람 온도 등 외부 환경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건설사가 처음부터 아파트 동 전체를 발코니 확장형으로 지으면 외벽이 발코니 끝부분만큼 넓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말이 발코니 확장이지 사살상 건폐율(대지면적에서 건물면적이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간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주택 내부 공간이 보통 20~30㎡ 정도 넓어진다. 확장비용 1000만 원 정도 부담하면 추가 분양가를 더 낼 필요 없이 훨씬 넓은 공간에서 거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60㎡형(10평대) 주택은 이제 85㎡형(20평대)과 비슷해졌다. 85㎡형은 105㎡형(30평대)과 비슷해 졌고 중대형인 105㎡에 살던 사람이 국민주택규모인 84㎡형에 살아도 별로 작아졌다고 느끼지 못한다.
발코니 확장으로 생긴 면적이 소형 주택 가구 크기 수준인 경우도 있다. 삼성물산이 최근 수원 영통에 분양한 영통 마크원 84㎡형은 44㎡나 되는 발코니 확장 공간을 서비스 면적으로 제공한다. 이 아파트를 사면 실내 공간이 대형 아파트 기준인 128㎡형과 똑같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요즘 주택시장에서 중형에 살다가 소형으로 이사 왔지만 실내 공간은 더 넓어졌다고 좋아하는 주택수요자가 적지 않다”며 “발코니 확장으로 인해 넓어진 서비스 면적 때문에 소형이지만 중형 크기고, 중형이지만 대형 크기의 아파트가 쏟아지면서 사람들의 주택 크기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발코니 확장은 아파트 평면도 획기적으로 바꿨다. 중소형도 베이(Bay, 전면 발코니 부분에 면하는 ‘실’의 수. 4베이면 발코니가 있는 전면에 ‘방-방-거실-방’이 모두 접해 있는 구조) 수가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만들었다.
과거 보통 2베이로 짓던 60㎡ 이하 소형 주택도 요즘은 4베이 이상 설계를 도입한다.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59㎡형에 4.5베이가 적용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아파트의 경우 발코니를 확장하면 최대 90㎡까지 내부 공간이 넓어진다. 사실상 30평대 아파트가 되는 것이다. 현대건설 건축설계팀 박재용 팀장은 “아파트의 베이 수가 한 개 늘어나면 전면과 뒷면에 생기는 발코니로 인해 서비스 면적이 평균 9㎡정도 넓어진다”며 “베이 수가 많아지고 서비스면적이 늘어나면서 과거 주택 크기 개념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발코니 확장형이 대세가 된 것이 중대형 주택 기피 현상을 더 심화하는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감 이기성 사장은 “최근 소형 선호 현상도 사실 과거 기준에 비하면 ‘넓어진 소형’이 원인”이라며 “주택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려는 주택소비자 심리 반영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최근 용인에서 분양한 한 분양대행사 사장은 “견본주택을 둘러보곤 실제 사용 면적이 넓은 것을 보고 굳이 중대형을 계약할 필요가 없다며 소형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박일한 중앙일보 조인스랜드 기자 jumpcut@joongang.co.kr
대신 박 시장은 임대주택 8만 가구 건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공급 확대, 대학가 주변 1~2인 거주용 원룸 등 소형 주택 공급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올해처럼 도시형생활주택과 오피스텔은 계속 유망하다고 예상한다. 예스하우스 전영진 사장은 “서울시가 기존에 임대아파트 공급을 늘리려고 추진했던 역세권 시프트 사업 등이 활기를 띨 것”이라며 “당분간 소형주택 전성시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단기간에 임대주택을 8만가구나 공급하려면 매입을 통한 방법밖에 없다”며 “소형주택 소유자에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서울 소형(62.8㎡ 미만) 주택은 0.9%, 중형(62.8㎡ 이상~95.9㎡ 미만)은 0.3% 각각 상승한 반면, 대형(95.9㎡ 이상)은 0.9% 하락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