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위로부터 과태료를 부과받은 파워블로그인 마이드림의 행복한 요리,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 요안나의 행복이 팍팍, 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왼쪽부터). |
파워블로거란 인터넷 포털상의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사람들 중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이들을 부르는 말이다. 네이버와 다음 등 몇몇 포털사이트에서는 ‘인증제’를 운영하기도 한다. 파워블로거로 선정되면 온라인에서 스타 대접을 받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영향력도 갖게 된다. 때문에 블로그 운영자라면 누구나 파워블로거를 꿈꾼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수수료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일부 파워블로거 이면은 네티즌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인터넷에서 공동구매 알선 대가로 상품제공업체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서도 이를 고지하지 않았거나 구매안전서비스 가입 등 소비자보호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47개 카페·블로그 운영자에게 제재를 가했다. 공정위는 “그중 특히 알선횟수가 많고 대가로 받은 수수료가 높은 4개 파워블로거에 대해서는 과태료 20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과태료를 부과 받은 파워블로거는 문성실(문성실의 이야기가 있는 밥상), (주)베비로즈(베비로즈의 작은 부엌), 오한나(마이드림의 행복한 요리), 이혜영(요안나의 행복이 팍팍)으로 네이버 블로그 운영자들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문 씨의 경우 17개 업체로부터 8억 8000만여 원을, (주)베비로즈는 6개 업체에서 7억 6500만여 원, 오 씨는 12개 업체에서 1억 3600만여 원, 이 씨는 19개 업체에서 5500만여 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공정위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베비로즈를 제외한 나머지 세 블로거는 여전히 활동 중이다. 특히 문 씨는 자신의 재산내역까지 공개하며 “경비, 기부 등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억 6400만 원에 불과하며 (자신의) 재산을 늘리는 데 블로그 관련 수입은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공정위뿐만 아니라 국세청도 파워블로거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부터 수입이 많은 파워블로거 가운데 세금 탈루 혐의가 있는 10여 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해 왔으며 앞으로도 추가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한다.
사실 수수료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파워블로거를 둘러싼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일부 파워블로거들은 홍보를 원하지 않는 기업이나 업체들을 찾아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며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길 강요하기도 했다. 서울 홍대 근처 카페를 자주 찾는 박 아무개 씨는 “며칠 전 한 카페에 갔는데 자신이 파워블로거라며 주인에게 커피와 각종 쿠키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주인이 거부하자 ‘나한테 이러면 장사 망한다’고 엄포를 놓고 떠났다”며 불쾌했던 기억을 전했다. 이런 사례가 급증하자 온라인에서는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거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파워블로거가 추천하는 물건을 샀다가 육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이 아무개 씨는 주부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던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을 통해 ‘웰빙깨끄미’라는 세척기를 구입했다. 그런데 일부 제품에 오존 농도가 과도하다는 기술표준원의 발표가 나왔으며 조사과정에서 파워블로거가 수수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 씨는 “한 대에 36만 원이나 하는 고가 제품이었으나 파워블로거의 칭찬 일색인 사용기를 보고 마음이 흔들려 샀다”면서 “건강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물론 배신을 당한 기분이 들어 더 속상하다”고 전했다. 이러한 피해에 대해 소비자보호원 측은 “파워블로그 공동구매 상품의 경우 품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피해를 입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면서 “배송이나 교환·환불 과정에서도 문제가 많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고 밝혔다.
블로그마케팅 전문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파워블로거들에게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 그만큼의 대가를 원한다. 또 돈을 받았기 때문에 파워블로거들은 좋은 견해만 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서 “공동구매 이면에 이런 과정이 있다는 것을 애초에 밝혔다면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눈앞의 이익만 쫓다 사단이 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서로가 법적 의무를 지켜 블로그의 긍정적인 효과를 되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지름신’ 납시오, 헐~
인터넷상에는 파워블로거만큼 ‘스타’ 대접을 받는 이들이 존재한다. 이른바 ‘럭셔리 블로거’. 그들은 고급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백화점 명품관을 들러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구입한다. 블로그에 비치는 그들의 삶은 ‘완벽’ 그 자체다. 부자인 데다 예쁘기까지 하다. 보통 이런 포스팅(게시글)이 올라오면 “꿈꾸던 삶이다” “행복해 보인다” 등 주로 부러움 가득한 댓글이 달렸다.
그러나 최근 ‘럭셔리 블로거’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 않다. ‘파워블로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부터는 동경의 대상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는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에는 한 ‘럭셔리 블로거’에 대한 소문이 유명 요리 커뮤니티에 올라오기도 했다. “사생활이 깨끗하지 못하다” 등과 같은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마녀사냥에 시달리던 운영자는 결국 블로그를 폐쇄했다.
‘짝퉁 럭셔리 블로거’들도 ‘럭셔리 블로거’를 향한 비난을 더욱 거세게 만들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각종 명품 사진을 자신의 것처럼 올려오다 실제 주인에게 들켜 망신을 당한 블로거도 있었다. 심지어는 타인의 사진을 컴퓨터로 조작해 자신의 얼굴로 사용한 블로거도 있었다. 또 평소 “블로그를 경제 활동과 연결시킬 생각이 없다”고 말해오던 ‘럭셔리 블로거’들의 태도 변화도 그들을 찾던 이들을 등 돌리게 만든 이유가 됐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