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가 24억원 상당의 아파트가 노태우씨의 장남 재헌씨 명의로 기재되어 있는 것이 <일요신문>에 의해 확인됐다. 이 아파트는 한강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인근에 녹지가 가까워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고급아파트다.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추징금 선고 이후 당국이 노태우씨로부터 지금까지 추징한 금액은 총 2천1백9억9천5백96만원이다. 추징금 중 80.3%가 국고에 환수된 것이며 아직 5백19억원이 미납 상태인 것이다.
지난 4월 검찰은 노씨 소유 부동산 9건을 10년 전에 찾았지만 추징금 시효가 완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부 부동산을 추징하지 않고 노씨가 처분할 수 없게 추징 보전 처분만 해온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형사소송법상 추징금 중 일부에 대해 추징이 이뤄지면 시효는 중단되고 그때부터 3년의 시효가 새로 시작된다. 따라서 노씨 재산에 대해 추징금 시효가 완성되지 않도록 조금씩 계속 추징을 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의 ‘10년 대계’ 하에 노태우씨가 2천억원 이상을 추징당해온 반면 노씨 아들 재헌씨는 꾸준히 부를 축적해와 ‘아버지와 다른 면모’를 보였다. 재헌씨는 이종사촌이 운영하는 ‘텔코웨어’란 이동통신 장비 업체의 대주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자료에 따르면 재헌씨는 이 회사 지분 9.47%(85만7천1백69주)를 갖고 있다. 9월8일 현재 텔코웨어 주가 1만6천5백원을 기준으로 환산하면 재헌씨가 보유한 지분 평가액은 1백41억4천만원에 이른다.
텔코웨어 주식 관련 보도를 통해 ‘주식 부자’로 인식된 재헌씨 재산에 대해 노씨 추징금 범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4월 대검 중수부가 노태우씨 부인 김옥숙씨 명의로 시중 은행에 예치된 11억9천9백만원을 찾아내 전액 추징한 사례가 있기 때문에 노씨 가족 재산 전체를 추징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무직자인 김옥숙씨와 달리 재헌씨는 현재 외국계 로펌에서 변호사로 재직중이기 때문에 재헌씨 명의 재산과 노태우씨 간의 직접 관련성 여부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수사당국의 압류 조치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재헌씨 소유 재산과 관련한 논란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재헌씨 명의로 된 거액의 부동산 규모가 드러나 세인들의 주목을 끌 전망이다. 수십억대에 이르는 재헌씨 명의 부동산이 <일요신문>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것이다.
재헌씨는 서울의 고급아파트에서도 손꼽히는 동부이촌동의 한강자이 내 아파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강자이 109동은 총 24층인데 재헌씨 명의 아파트는 최고층 바로 아래인 23층에 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최고의 전망을 갖춘 곳이다. 대표적 부촌인 동부이촌동에 위치한 한강자이는 한강변을 남쪽으로 접하고 있는 남향의 일급지인 데다, 바로 옆에 용산가족공원과 국립박물관 등 녹지가 풍부해 재벌가 인사들 같은 부자들이 선호하는 고급 아파트다.
등기부상에 나타난 재헌씨 소유 아파트 면적은 약 61평이다. 인근 부동산 업자에 따르면 한강자이의 20층 이상 아파트의 경우 평당 4천만원 시세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한다. 재헌씨 명의 아파트의 시세를 24억4천만원으로 추산할 수 있는 셈이다.
재헌씨는 지난 2003년 9월 이 아파트를 매입한 것으로 등기부상 기재돼 있다. 그러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재헌씨 실제 주소지는 노태우씨 연희동 자택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노태우씨 명의로 된 연희동 108-17 자택은 1백32평 토지 위에 연건평 82평 규모 2층 주택이 지어져 있다. 이곳은 지난 81년부터 노씨 소유였지만 현재는 서울지방법원 관리 하에 놓인 상태다. 이 집 명의가 추징금 선고 대상인 노씨 본인으로 돼 있기 때문에 노씨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게끔 ‘묶어놓은’ 셈이다.
노씨 명의 연희동 자택과 맞붙은 108-2 필지엔 1백15평 규모 토지가 있는데 이곳이 재헌씨 명의 재산인 것으로 드러났다. 등기부상 나대지인 이곳은 전두환씨 연희동 자택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알부자’들이 모여 산다는 연희동 108번지 일대는 평당 시세 1천3백만원 정도로 볼 수 있다는 게 부동산 업자들의 평이다. 이를 환산하면 재헌씨 명의 연희동 땅의 가치는 14억9천5백만원으로 볼 수 있다.
노태우씨 자택에 맞붙은 1백15평 토지를 아들 재헌씨가 사들인 것을 두고 노씨 일가가 이 일대에 가족 차원의 계획을 세워놓았을 가능성도 타진해 볼 수 있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재헌씨는 이 일대 토지를 지난 2000년 2월 매입했다.
문제는 뻔히 법원에 추징될 것으로 예상되는 노태우씨의 자택과 붙어있는 나대지를 1백 평 넘게 확보한 이유가 뭐냐는 점이다. 전두환씨의 경우 몰수된 연희동집 별채가 법원경매를 통해 전씨 처남이 샀다. 전씨는 부인 이순자씨 명의의 본채와 별채를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텔코웨어 주식과 변호사 수입으로 재헌씨가 국가에 몰수될 예정인 노태우씨 연희동집의 경매낙찰자로 등장하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앞서 거론한 재헌씨 명의 한강자이와 연희동 108-2 토지의 가치를 합산하면 약 40억원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재헌씨가 보유한 텔코웨어 지분 평가액 1백41억여원을 합하면 1백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노씨 추징금 미납액 5백19억원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