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 회장 계열사 명의 청암대아파트(왼쪽), 삼성가 맏딸 이부진 상무의 트라움하우스. | ||
재벌가 인사들은 서울 성북동이나 한남동 일대 같은 단독주택 타운을 선호하지만 펜트하우스급 아파트에 터를 잡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면모는 서울 한강변과 강남일대 고급 아파트 소유구조를 정밀 해부해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국내 호화 아파트를 대표하는 한강자이와 타워팰리스, 삼성동 아이파크와 트라움하우스 등에 사는 재벌가 인사들 탐구를 마지막으로 5주 동안 이어져온 <일요신문>의 재벌타운 탐방 시리즈는 막을 내린다.
이촌동 한강자이는 한강변에서 대표적인 호화 고층 아파트다. 남향으로 한강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재력가들이 선호하는 곳이다.
한강자이 아파트 단지는 보통 한 층에 3세대가 들어서 있으며 한 채당 55~60평 규모다. 그런데 이곳 1XX동 최고층엔 한 층을 통째로 쓰는 집이 하나 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어머니인 구위숙씨가 소유한 집으로 74평형 ‘펜트하우스’다.
구위숙씨의 등기부상 주소지는 서울 성북동 고급주택가에 있으며 허 회장은 현재 한강자이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강자이 안에 허 회장 소유의 다른 집이 없는 것으로 보아 구씨 소유 집이 허 회장의 현재 거주지란 짐작이 가능해진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일가도 한강자이에 ‘펜트하우스’급 집을 갖고 있다. 김우중씨 딸 김선정씨와 그의 남편 김상범 이수그룹 회장이 공동소유하고 있는 10X동 최고층으로 역시 한층을 통째로 다 쓰는 74평형 아파트다. 김우중씨 사위인 김상범 회장은 대우그룹 임원을 지낸 뒤 이수그룹 회장직에 오른 인물이다. 이곳은 김상범-김선정 부부의 실제 주소지이기도 하다. 이 집을 담보로 16억원 근저당권 설정을 해놓은 것만 봐도 이 집의 실제가치가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김상범-김선정 부부 소유 호화주택 바로 아래 층엔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 노재헌씨 소유의 대형 아파트가 자리잡고 있다.
김상범 회장의 아버지인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회장도 한강자이에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바 있는 김준성 명예회장은 아들 부부 소유 아파트 바로 옆동인 1XX동 X01호에 지난 2000년부터 터를 잡고 있다. 이는 61평 규모로 ‘펜트하우스’는 아니지만 시가 17억원을 호가한다.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 장남인 김준 경방 부사장도 한강자이에 터를 잡고 있다. 10X동 1XX2호로 40평 규모이며 지난 2000년부터 김 부사장이 소유하고 있다.
SK의 최태원 회장도 한강을 남쪽으로 바라보는 곳에 터를 잡고 있다. 동부이촌동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마포구 청암동 SK청암대아파트 X동의 꼭대기층 세 개(13~15층)를 터서 쓰고 있다. 위로 갈수록 좁아지지만 세 개층의 넓이를 모두 더하면 1백70여 평이 된다. 말 그대로 펜트하우스인 셈이다. 특이한 점은 이 집의 소유주가 SK건설이란 점이다. 최 회장은 펜트하우스에 임대로 산다는 얘기다.
최 회장의 선친 최종현 회장도 임대로 살았지 자신 소유의 부동산을 갖지 않았다. 주택 소유 문제에 관한 한 최씨 가문은 특이한 ‘전통’을 갖고 있는 셈이다. SK건설에선 임대료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아이파크는 최근 들어 ‘타워팰리스보다 재산가치가 높다’는 소릴 듣고 있다. 현대산업개발 상표인 ‘아이파크’를 달고 지어진 건물이라 그런지 얼마전 타계한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일가의 흔적이 여기저기서 묻어난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 맏딸인 정숙영씨 명의로 된 펜트하우스가 삼성동 아이파크 XXX동 45XX호에 있다. 이 건물 꼭대기에 있는 정숙영씨 집은 45층과 46층 두 층을 터서 사용하게끔 지어진 곳으로 45층 51평과 46층 25평으로 이뤄진 복층형 펜트하우스다. 이곳은 원래 고 정세영 명예회장 명의였다가 작고 이후 정숙영씨에게 상속됐다. 정숙영씨는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며느리기도 하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외아들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은 2001년 삼성동 아이파크 XXX동 XX03호를 갖고 있다. 지난 2001년 11월에 사들인 것으로 48평형이다.
한편 고 정세영 명예회장의 처남인 박세종 세종공업 회장은 정숙영씨와 마찬가지로 삼성동 아이파크에 복층형 펜트하우스를 갖고 있다. 박 회장 소유 XXX동 38XX호는 38층 51평과 39층 25평으로 구성돼 있으며 2001년 10월 박 회장 명의가 됐다.
고 정세영 명예회장 시절 현대자동차 사장·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지낸 이유일 아이서비스 사장도 53평형인 XXX동 XX04호를 갖고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약력보고를 했을 정도로 이 사장은 정 명예회장과 오랜 시간 동안 동고동락한 사이다.
노무현 대통령 허리디스크 수술을 집도해 유명세를 탔던 이상호 우리들병원장도 삼성동 아이파크에 복층형 펜트하우스를 갖고 있다. XXX동 36층과 37층 공간을 함께 사용하는 36XX호다. 36층 54평·37층 27평 규모의 대형 아파트다.
삼성그룹이 한국의 대표적인 최고급 호화아파트를 목표로 지어 올린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선 삼성가 이건희 회장 일가보다 삼성그룹 전문경영인 명의로 된 부동산이 많아 보인다.
이 회장의 최측근으로 이건희-이재용 경영승계 부문에까지 밀접하게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학수 삼성전자 부회장은 타워팰리스 내에 본인 명의로 두 채를 갖고 있다. 이 회장 핵심측근인사로 분류되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타워팰리스 내 두 채를 갖고 있다.
윤 부회장 명의 아파트가 있는 타워팰리스 X동엔 삼성 구조조정본부의 이순동 부사장 명의 아파트도 있다. 그밖에 최도석 삼성전자 사장, 허기열 삼성전자 부사장, 노태기 삼성전자 전무 등도 타워팰리스 내에 대형 아파트 한 채씩을 갖고 있다.
삼성 인사들 외에도 여러 재벌가 인사들이 타워팰리스 리스트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최태원 SK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씨의 전 남편 김준일 SK C&C 전무는 타워팰리스 X동 내 서로 맞붙은 6XX3호와 6XX4호를 소유하고 있다. 두 채 면적을 합산하면 91평에 이른다. 웬만한 펜트하우스보다 넓다.
지난 97년부터 2003년까지 전경련 상근부회장을 지낸 손병두 현 서강대학교 총장도 타워팰리스 내에서 적지 않은 규모의 재산을 갖고 있다. X동의 5XX3호 74평형 아파트를 지난 2003년에 사들였다. 손 총장은 48평 규모인 XX동 3XX4호도 소유하고 있다.
현재 타워팰리스 내에 삼성 이 회장 일가 명의로 된 부동산은 눈에 띄지 않는 대신 삼성그룹 차원에서 소유하고 있는 아파트 몇 채에 시선이 쏠린다. X동 최고층인 66층엔 총 네 채가 있는데 이중 두 채가 삼성전자와 삼성SDI 공동소유로 돼 있다. 두 채를 합친 면적은 91평에 이른다. X동 최고층에 있는 55XX호와 바로 아래층에 있는 54XX호는 삼성중공업 소유로 돼 있다. 55XX호는 50평이며 54XX호는 74평형인데 외형상 아래 위를 터서 1백24평 공간을 하나로 사용할 수도 있어 보인다. 일각에선 초대형 펜트하우스급인 이 두 개의 공간을 이건희 회장 일가가 주거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근거없는 추측’일 뿐이다.
전국 공시지가 기준 최고가 아파트인 트라움하우스에는 이부진씨가 살고 있다. 이건희 회장 맏딸인 이부진 신라호텔 상무는 서초동 1XX6-24 소재 트라움하우스Ⅲ에 ‘펜트하우스급’ 집 한 채를 갖고 있다. 최고층 바로 아래층에 있는 이곳은 73평형 고급 아파트로 지난 2001년 4월에 매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