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시작부터 4600만원 혈세 잔치에 군민들 냉소
체육관 1층과 2층 좌석에 12개 읍·면 주민들이 꽉 들어차 참석 인원은 2500명을 넘었다. 무대 양쪽의 대형 LED 전광판과 조명 등의 무대 설치와 풍물단 길놀이에 이은 팝페라 가수, 뮤지컬 배우, 여성합창단 등의 축하 공연도 곁들여졌다. 취임식 사전 홍보를 위해 12개 읍·면 전 지역의 가로등에 홍보 배너도 설치했다. 이날 2시간여 진행된 취임식 비용은 총 4602만원이다. 양평군청 홈페이지 용역 대금지급 세부내역에 따르면 물품 렌탈에 20,181,000 원, 가로등 배너 제작 6,402,000 원, 공연 용역 19,437,000 원 등이다.
이 비용엔 취임식장과 거리가 먼 지역 주민들을 실어나르기 위한 관광버스 2대씩의 대절 비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버스 대절 비용은 면 단위 이장협의회와 새마을협의회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반씩 부담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상당수 지자체장 취임 첫날 ‘민생 집중…양평군은 전례없는 '성대한 취임식' 강행
양평군수 체육관 취임식은 전례가 없다. 1995년 민선 1기부터 전임 군수들은 대개 군청 내에서 직원과 주민들에게 취임 선서를 했고, 직전 정동균 전 군수는 태풍으로 인해 취임식을 취소하고 재난 취약현장으로 갔다. 김선교 전 군수 역시 2007년 재선거로 당선된 뒤 맞은 민선 5기 취임식을 무료급식 봉사활동으로 대신했으며, 이어진 민선 6기에서도 양평체육관에서 열린 ‘행복돌봄의 날’ 현장을 찾아 취임선서와 취임인사를 한 후 취약계층 어르신의 팔 마사지와 어깨를 주무르는 등의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전진선 양평군수의 취임식을 지켜본 양평읍 주민 A(51)씨는 “취임식 하루 전 장마철 폭우로 양평에서도 이재민이 2명 발생하는 등 전국적으로 호우피해 여파가 가시지 않은데다 대통령까지 나서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법석인데, 이렇게 성대한 이벤트를 해도 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군민들은 치솟는 물가와 일자리가 없어 죽을 지경인데 군민혈세로 황제군수 취임식을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그동안 주민들이 모일 기회가 없었는데, 민선 들어 사실상 처음으로 모처럼 제대로 된 취임식을 개최하자는 의견이 있었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 피해가 속출한 수도권의 다수 지자체장은 호화 취임식 대신 재난 대응 업무로 임기를 시작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기로 한 취임식을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쪽방촌으로 갔고, 김동연 경기지사는 도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의 취임식(맞손 신고식)을 할 계획이었으나, 이를 취소하고 도청 재난 안전상황실을 찾았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노인복지관에서 점심 배식 봉사활동으로 대신했다.수원, 용인, 화성, 남양주, 파주, 김포 등 경기지역 대부분 시장·군수들도 마찬가지로 예정된 취임식을 취소하고 유튜브를 통한 취임식 또는 재난 상황 대응 업무에 집중했다.
# 주민들 삶 힘든데, ‘4600만원짜리 취임식’이 검소?
취임식을 하더라도 비용을 대폭 줄인 곳이 많다. 부산의 한 구청은 초대장 제작비, 공연비 등으로 500만원 정도의 예산과 행사 준비를 위한 행정력이 추가됐을 뿐이다. 경남 창녕군은 군수 당선자의 뜻에 따라 당초 취임식 예산 2500만원에서 외빈 초청, 무대 설치 등을 생략해 1500만원 이상을 줄였다. 절약한 예산은 지역경제 회생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지자체장 위주의 틀에 박힌 이전의 취임식과 다른 풍경을 보여준 곳도 적지 않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청은 취임식 대신 지역주민을 위한 무료 공연을 열었고, 공연단체가 공연 수익금 일부를 구내 여학생 생리대 지원금으로 기부하기로 해 의미를 더했다.
전남 강진군은 신임 군수가 현안과 앞으로의 계획을 직접 주민에게 프레젠테이션으로 전달하고,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의견도 듣는 이색적인 자리를 마련했다. 화려한 행사보다 소통과 실속에 초점을 맞춘 ‘작은 취임식’이 어느새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 재정자립도 16.8% 양평군...‘호화 취임식’ 비판 여론
양평군의 이번 군수 취임식은 재정자립도에 비해서도 과도한 예산이 투입됐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군에 따르면 지난 2월 현재 재정자립도는 16.8%로 경기도는 물론 전국에서도 최하위권 수준이다. 취임식을 강행한 부천시조차도 양평군보다 1000만원 가까이 적은 3700만원의 예산을 썼다. 부천시의 올해 본예산 규모는 1조8000억원 규모이며, 재정자립도는 양평군보다 두 배 가까이 높은 31.2% 수준이다.
양평군수 취임식 비용을 근로자 평균 소득과 비교해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국세청의 ‘2020년 기준 광역자치단체별 근로소득 신고현황’에 따르면 근로자 1인당 평균 근로소득 1위는 ‘공무원 도시’인 세종시로, 4250만원이다. 2시간 군수 취임식에 쓴 비용이 우리나라 평균 근로소득 1위 지역보다 더 많은 셈이다.
민선 8기 양평군수직인수위원회의 한 위원은 지난 2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이번 취임식에 대해 ‘검소하게 치렀다’고 자평했다. 군청 홍보팀도 취임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소의 비용으로 검소하고 간소하게 계획하여 군민이면 누구나 참여하는 열린 취임식으로 개최해 모든 양평군민의 화합의 자리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ypsd1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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