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 ||
지난 9월2일 동양메이저는 최대주주의 주식 소유변동 보고서를 증시에 공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담씨(28)와 둘째딸 경담씨(23), 셋째딸 행담씨(18)가 보통주를 각각 1천5백주, 1만2천9백주, 1만2천9백주를 사들였다.
이로써 보통주를 기준으로 동양메이저의 지분은 현 회장 15.09%,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씨가 10.69%, 현 회장의 장모 이관희씨가 2.04%, 정담씨 2.04%. 현 회장의 외아들 승담씨(25)가 1.41%, 경담씨와 행담씨가 각 0.42%를 확보하게 됐다. 여기에 동양그룹 특수관계인들까지 포함해 동양메이저의 현재현 외 최대주주의 지분은 59.43%에 이르게 된다.
3세인 정담씨 등이 지분을 늘리는 것은 최근 이혜경씨 등 오너 일가의 동양메이저 지분변동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동양메이저는 동양종금(16.9%), 동양캐피탈(99.7%), 동양시멘트(82%), 동양매직(46.4%) 등 동양의 주요 계열사들의 최대주주 노릇을 하는 지주회사격이었다.
지난 6월 초 이런 연결 고리를 깨는 ‘사건’이 있었다. 재계에선 이를 동양 오너일가의 주력사 지분 매집과 함께 동양그룹이 3세 승계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금 10억원의 소규모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동양메이저의 대주주가 되면서 동양메이저가 차지하고 있던 지주회사 자리를 꿰찼다.
동양메이저가 5백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는데 동양메이저의 주가가 낮아 참여하려는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동양의 계열사인 동양레저가 참여해 동양메이저의 최대주주(24.55%)로 떠오른 것.
결과적으로 동양그룹의 소유지배구조가 동양레저를 정점으로 동양메이저-동양종금 식으로 다시 재배열된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동양레저의 지분 구조.
동양레저는 동양캐피탈이 50%, 현 회장이 30%, 현 회장의 아들인 승담씨가 20%의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승담씨는 2억원을 들여 동양그룹을 지배하는 상속구도에 눈깜짝할 사이에 들어온 셈이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대목은 동양레저의 깜짝 등장으로 현 회장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다.
현 회장은 검사 출신으로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회장의 큰사위다. 이 회장이 슬하에 딸만 둘이었기 때문에 동양그룹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등 두 사위에게 나눠서 물려준 것. 때문에 동양그룹의 지분 구조는 늘 딸과 장모의 지분이 사위 지분을 능가했다.
그런데 이번 동양레저의 등장으로 이 구도가 깨진 것이다. 사위의 독립인 셈이다.
물론 아직까지 사업지주회사 노릇을 하는 동양메이저의 지분구도에서는 장모인 이관희씨와 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씨, 그리고 이씨가의 피를 이어받은 3세 지분이 더 많다. 현 회장의 지분이 15.09%인데 반해 장모와 부인, 3세의 지분을 더하면 16.39%로 현 회장보다 많다. 때문에 동양그룹은 이관희씨로 상징되는 창업자 직계의 영향력이 사위보다 더 크게 평가되곤 했다.
하지만 동양레저가 등장하면서 일거에 이런 구조를 깨버린 것이다. ‘사위 독립’으로 봐도 될 만한 일대 사건인 셈이다.
물론 동양에서는 부채에 힘겨워하는 동양메이저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동양레저의 증자참여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동양쪽에서 동양레저의 증자 참여를 주도면밀하게 준비했던 듯 하다. 미리 보유부동산을 매각하며 체력을 비축했던 것. 동양레저는 경기도 안성에 파인크리크CC와 강원도 삼척에 파인밸리CC 등 두개의 골프장을 운영하는 회사로 최근에는 동양매직 소유의 경기도 일산 부근 부지에 소규모 골프장을 짓고 있기도 하다.
골프장이 주업임에도 동양레저는 사업밑천을 모두 팔아버렸다. 지난 5월 말 삼척 파인밸리CC 부지는 6백억원에, 지난해 3월에는 경기도 안성 파인크리크CC 부지 1천5백33억원에 계열사인 동양생명에 매각했다. 결국 그 돈으로 동양메이저의 증자에 참여했다. 동양레저는 1년 전부터 동양메이저 유상증자 참여를 위해 몸만들기에 들어갔던 셈이다.
실제로 최근 동양레저는 매월 수백억원대의 동양그룹 금융계열사들의 자금 거래의 중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자사의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한 뒤 그룹 중심축의 지분을 사들여 지주회사로 부상한데 이어 계열사를 상대로 돈놀이를 하는 등 그룹의 중심축이 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동양레저는 2003년에는 34억원의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에는 2백39억원대의 대규모 흑자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동양쪽에선 파인밸리CC가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은 2004년도부터라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고 골프장 부지를 매각한 게 흑자로 돌아선 요인이라고 해명했다.
증권가에선 향후 동양메이저가 대주주인 동양시멘트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럴 경우 자본금 1천8백억원대에 총부채가 1조2천억여원에 달하는 동양메이저의 엄청난 부채규모도 크게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오너들이 동양메이저의 지분을 늘리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룹의 지배구조에 동양레저를 등장시킨 동양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상장시켜 부채도 줄이고, 3세 지분 승계작업도 완성하고, 주력사인 동양메이저의 경영정상화도 이루는 일석삼조의 구도를 완성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