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훈 vs 김한민…시리즈로 승부수
대전의 닻을 올리는 작품은 7월 20일 개봉하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다. CJ ENM이 배급하는 이 작품은 2부작으로 제작돼 동시에 촬영했고, 이번 여름에 1부를 먼저 공개한다. SF 판타지와 무협 장르를 결합한 ‘외계+인’의 촬영 기간은 한국영화 사상 최장기간인 387일이다. 제작비도 막대하다. 1부의 제작비는 약 330억 원. 현재 2부의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고, 마케팅 비용 등을 더하면 2부작의 총제작비는 700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내세운다. 13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을 물리친 명량해전을 다룬 ‘명량’에 이어 또 다른 승리의 역사인 한산도 대첩을 7월 27일 개봉하는 ‘한산: 용의 출현’에 담았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배급하는 영화의 제작비는 300억 원. 이를 통해 이순신과 임진왜란을 대표하는 ‘학익진’ 등 해상 전투를 스크린에 구현했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를 딱 한 편으로 끝낼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적어도 3부작은 돼야 했는데, 그렇다면 ‘명량’ ‘한산’ ‘노량’이었다”라고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순신 장군을 더 농밀하게 보여주고 싶다”고도 밝혔다.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이순신 역할을 이번엔 박해일이 맡았다. 이미 촬영을 마친 3부작의 마지막 편인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는 김윤석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각기 다른 배우가 이순신 역할을 나눠 맡고, 서로 다른 시기에 벌어진 해상 전투를 이끄는 이색적인 시도다.

한재림 감독의 ‘비상선언’과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는 8월 극장가를 노린다. 각각 8월 3일, 8월 10일 개봉을 확정하고 관객의 시선을 붙잡기 위한 마케팅 총공세를 벌이고 있다. 한편으론 내부 긴장감이 팽팽하다. 후발주자인 탓에 먼저 개봉하는 ‘외계+인’과 ‘한산: 용의 출현’의 성적표에 영향을 받는 위치다. 앞선 두 편이 먼저 흥행세를 잡는다면 스크린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재림 감독의 각오는 남다르다. 쇼박스와 손잡고 제작비 260억 원을 투입한 ‘비상선언’을 완성한 뒤로도 1년 넘도록 개봉만을 기다려왔기 때문이다. 드디어 공개하는 영화는 테러 용의자가 탄 비행기에서 원인 불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뒤 비상 착륙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항공 재난 블록버스터로서의 쾌감이 관객에 얼마나 실감 나게 전달될지에 따라 흥행 여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배우 캐스팅 면에서는 올해 여름 ‘한국영화 빅4’ 가운데 단연 화려하다.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을 중심으로 김남길, 임시완, 박해준이 총출동한다. 감독 스스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나” 싶을 정도란다. 송강호는 ‘우아한 세계’와 ‘관상’에 이어 한 감독과 세 번째 호흡이다. 이와 관련해 송강호는 “한재림 감독의 새 영화에 갖는 집요한 탐구를 존경해왔다”며 “재난을 통해 평소에 잘 느끼지 못한 가족, 이웃, 공동체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고 재난을 어른스럽게 표현한 것이 반가웠다”라고 밝혔다.

‘헌트’는 배우가 연출한 영화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제작비 205억 원이 투입됐다. 배급사인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이 이정재에 거는 기대가 엿보이는 과감한 투자다. 특히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신드롬 덕분에 이정재를 향한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상황에서 과연 ‘헌트’가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지도 궁금증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흥행 낙관할 수만은 없는 ‘적신호’ 둘
‘한국영화 빅4’의 출격 덕분에 오랜만에 극장가도 활기를 띠지만 흥행을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이 다시 확산하는 상황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유명 감독과 스타 배우들의 만남이 꼭 흥행을 보장하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최근 극장가에서 두드러지는 점도 우려를 키운다. 송강호와 강동원, 아이유가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작업한 ‘브로커’가 숱한 화제에도 손익분기점(125만 명)을 가까스로 넘긴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찬욱 감독과 탕웨이‧박해일이 뭉친 ‘헤어질 결심’ 역시 이름값이 무색할 만큼 13일까지 누적 100만 명을 모았을 뿐, 손익분기점(120만 명) 돌파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