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사실 안철수연구소의 재무제표를 감안해 주가를 보면 어이가 없다는 표현이 적당하다. 올 3분기 말까지 순이익은 87억 원으로 연말까지 잘해봐야 120억 원이다. 회사의 순자산, 즉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자본총계도 1350억 원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2일 안철수연구소 종가는 10만 4000원으로 시가총액으로 1조 414억 원이다.
보통 주가가 높은가, 낮은가를 따질 때 시가총액이 이익의 몇 배인가를 따지는데 이를 주가수익비율(PER)이라고 한다. 올 예상 이익으로 따지면 안철수연구소의 PER은 87배에 육박한다. 우리나라 증시의 평균 PER은 10배 정도. 아무리 앞으로 업황이 좋더라도 30배를 넘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 PER의 역수를 주식을 살 때의 기대수익률로 보는데, 외국인들이 우리 주식을 살 때는 10의 역수, 즉 10% 정도를 기대한다는 뜻이다. 안철수연구소에 적용하면 87분의 1로 1.15%다. 이에 대해 익명의 한 자산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는 이렇게 해석했다.
“안철수연구소의 현 주가 수준은 정상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체계적이든 우연이든 안철수 효과의 기대가 안철수연구소 주가에 반영될 것이란 기대심리다. 사실 ‘안철수 대통령’이 탄생하면 안철수연구소는 제약이 더 심해져 되레 사업에 불리할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점을 뻔히 알면서도 주가는 당분간 계속 떠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수 교수의 정치적 인기가 높으면 높을수록 안철수연구소 주가도 높아지는 구조다.”
이는 지난 11월 안철수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지분 절반을 내놓겠다고 했을 때도 드러난다. 안 교수의 이번 기부는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눈에 띄는 기부가 돼 버렸다. 안 교수 보유 지분 절반이면 약 18%다. 2일 종가로 따지면 시장가치는 1800억 원가량 된다. 그런데 이 주식으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그대로 출자하게 되면 돈이 안 생긴다. 기껏해야 배당을 받는 정도인데 금액으로 연간 10억 원 정도밖에 안 된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1800억 원이란 자산규모를 생각했을 때 큰 금액도 아니다.
주식을 내다판 돈으로 재단을 설립할 수도 있겠지만 안철수연구소와 안 교수와의 연관성이 떨어지는 부작용 때문에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 이밖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아직 구체적이지 않고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비정상적이라는 점에서 기부 규모 자체를 금액으로 환산하기도 어렵다. 한 재벌그룹 임원은 “주식 기부의 사회환원 효과는 제한적이다. 배당금액이 크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한나라당에서는 안 교수로 하여금 대선에 출마하려면 안철수연구소 지분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실제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안 교수의 경우 안철수연구소 경영에 간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백지신탁’을 통해 의결권 행사나 주식 관련 수익을 얻지 않으면 그뿐이다. 만약 안 교수가 대선에 출마하고 정치인이 기업 소유를 하면 안 된다며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모두 내다판다면 그 부메랑은 한나라당으로 향할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 정치인들 가운데 주식을 소유한 이들은 적지 않다. 정몽준 의원처럼 큰 기업의 오너나 사립재단의 주인인 경우도 많다. 안 교수가 안철수연구소 주식을 판다면 내년 대선을 준비하는 정 의원 등의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안 교수가 자의가 아닌 한나라당의 공세로 인해 지분을 팔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안철수연구소 주가가 안 교수의 대선 참여가 확정될 때까지 계속 붕붕 떠다닐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13만 원까지 가던 주가가 다시 10만 원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며칠 새 수십 퍼센트만의 수익을 노리고 투자를 생각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지만, 이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 펀드매니저는 “이런 종목의 경우 언제 하한가로 직행할지 모른다. 다만 2001년 상장 당시의 고점인 8만 원, 그리고 심리적 저항선이었던 10만 원대에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봐 손 바뀜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10만 원에 들어온 투자자의 경우 적어도 최고점인 13만 원은 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열희 언론인
‘증시의 로켓’ 수직상승
지난 2001년 9월 13일 코스닥에 등록될 당시 안철수연구소의 공모가는 2만 3000원. 안 교수 지분의 첫 시장가치는 659억 원이었다. 이 해 9월 주가는 한때 8만 원을 넘기도 했다. 상장 1년 후 매출액은 131억 원에서 254억 원, 순이익은 34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두 배가량 뛴다. 배당도 시작했다. 2002년 1월부터 JF에셋매니지먼트라는 해외펀드가 지분 투자를 해 한 달 새 6.67%나 샀다.
고공행진은 2002년 3월이 끝이었다. ‘IT버블’ 붕괴와 해외펀드의 지분매각 등이 겹치며 6만 원이 넘던 주가는 폭락해 2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실적도 급전직하했다. 2002년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고, 순이익은 83억 원 적자로 바뀐다. 2003년 이후 다시 매출은 늘었고 이익도 꾸준히 냈지만 주가는 요지부동이었다. 2005년 안철수 교수가 최고경영자에서 물러난 후에도 큰 변화는 없다. 이후 2005년 11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넉 달가량 3만 원대를 잠시 넘은 것을 제외하면 올 6월 말까지 줄곧 3만 원 아래였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516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8월 5년여 만에 3만 원을 넘었고, 9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면서부터 로켓을 연상할 정도의 초급등세를 이어오고 있다. [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