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의 위자료는 얼마?

벤처갑부 ‘화끈’ 굴뚝재벌 ‘쫀쫀’

보유 주식의 평가액만 해도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재벌가 인사들의 이혼 위자료는 어느 정도일까?

답은 ‘얼마 안된다’이다.

대신 당대에 부를 축적한 코스닥 벤처기업인들은 수백억원대의 위자료를 이혼 위자료로 지급해 전통적인 굴뚝 재벌들과 대조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가장 화끈했던 위자료는 코스닥에서 IT 대장주로 꼽히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택진 사장(39)이 기록한 3백억원대이다.

지난 5월 엔씨소프트는 김 사장의 보유지분이 5백94만5백여 주(31.16%)에서 5백58만4천여 주(27.72%)로 줄었다고 공시했다. 이유는 재산 분할. 김 사장이 이혼하면서 위자료조로 그의 지분 36만여 주를 그의 전 부인 정아무개씨(37)에게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분할 당시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8만3천원 수준. 이를 역산하면 위자료가 3백억원대이다.

김 사장은 서울대 공대를 나와 지난 93년 정씨와 결혼했다. 당시 현대전자에서 샐러리맨 생활을 하던 김 사장은 97년 엔씨소프트를 설립하면서 대표벤처로 발돋움했다. 말하자면 정씨와의 결혼생활중에 엔씨소프트 설립과 성공, 상장 등이 연이어 정씨도 결혼생활중에 증식된 부부간의 공동재산에 대한 분할청구권이 인정된 셈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 지 11년 만인 지난해 11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고, 정씨는 두 아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혼과 함께 코스닥 큰 손으로 떠오른 경우는 정씨 말고 또 있다. 네오위즈의 대주주 최세연씨(35)가 그런 경우.

최씨는 네오위즈의 지분 78만여 주(10.20%)를 가진 3대주주이자 1대주주(17.99%)인 나성균 네오위즈 사장(35)의 전 부인이기도 하다.

서울대를 나온 나 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에 재학중이던 97년 네오위즈를 부인 최씨와 공동창업했다. 창업 직전인 96년 12월 둘이 결혼한 것. 때문에 결혼 이후 이들은 네오위즈의 공동대표를 맡아왔다.

하지만 2001년 3월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으면서 최씨는 대표이사에서 사퇴하고 대주주로만 남았다. 이들 부부가 이혼하던 2001년 초 나 사장은 병무청으로부터 병역특례가 취소돼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는 등 개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기도 했었다. 이후 나 사장은 현역 복무를 마치고 최근 다시 경영자로 컴백했다.

최씨의 보유지분 평가액은 그때 그때 주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지만 2백억원대 부근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이들의 이혼 직전인 2000년 6월 기준으로 나 사장이 18%의 지분을, 최씨가 12.4%대의 지분을 가졌었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들은 부부생활기간중에도 이미 공동의 성과물(네오위즈)인 주식을 나눠갖고 있었던 셈이다.

IT 붐으로 재벌 반열에 오른 젊은 창업자들이 배우자에게 과감하게 배려하는 것에 비해 굴뚝 재벌들은 위자료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

2003년 8년6개월 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배우 고현정씨 커플의 경우 고씨에게 현금으로 건네진 위자료가 15억원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정 부사장이 수천억원대 주식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외로 적은 셈이다. 이는 정 부사장의 주식이 대부분 결혼 이전에 증여받거나 사들인 것이라는 점이 감안됐던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 98년 4월 이혼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의 부인 배인순씨의 경우 ‘구두약속’ 50억원에, 실제로 받은 위자료는 25억원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재벌가의 위자료가 실제보다는 많이 적은 것.

최근에 가장 많은 위자료를 지급한 케이스는 삼영화학 창업주 이종환 회장. 지난 2000년 그의 부인 신아무개씨가 이혼 소송을 냈다. 당시 그의 나이 73세, 말하자면 황혼이혼이었다. 이혼 소송이 벌어지던 와중에 이 회장은 1천억원대의 사재를 털어 장학재단을 설립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씨는 남편의 재산형성에 기여한 점을 감안하면 자신이 1천억원대의 위자료를 받아야 한다며 이혼 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회장은 보란 듯이 1천억원대 사재출연을 한 것. 결국 신씨는 현금 50억원의 위자료를 받았다.

이 회장 사례와 비슷한 경우로 중견 S그룹의 C회장을 들 수 있다.

C회장은 본부인이 살아있을 때부터 P씨와의 사이에 딸까지 두는 등 수십 년에 걸친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었다.

P씨는 지난해 C회장이 자신을 폭행하고 재산을 가로챘다며 법원에 소장을 냈다.

P씨가 갖고 있던 대학로의 건물터를 P씨가 C회장의 종용으로 외국에 나가 있는 사이 S사 명의로 바꿔 가로챘다는 것.

팔순이 넘은 C회장은 지난해 법정에 출두 폭행 부분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아 부녀자 폭행으로 전과자가 됐다. 하지만 재산을 가로챘다는 부분에선 아직도 소송이 진행중이다. C회장이 사실혼 관계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데다 P씨에게 생활비조로 준 돈이 건물 매입 대가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등 아직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또 C회장은 소송 직전에 거의 모든 재산을 회사나 아들 명의로 돌려놔 소송에서 P씨가 이겨도 거액의 위자료를 받거나 재산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재벌과 이혼소송이나 사실혼 관계에 의한 위자료 소송을 한다고 해도 거액의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그때 그때 다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