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일 파주에 오픈한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왼쪽·작은 사진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지난 3월 파주에 오픈한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작은 사진은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의 대결은 아울렛 시장으로 넘어온 모습이다. 지금까지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아울렛을 열어 각개전투를 벌였다면 이제는 동일한 지역에서 정면승부를 벌이고 있다. 더욱이 롯데가 2013년 신세계 여주 아울렛이 자리 잡고 있는 근처에 이천 프리미엄 아울렛을 오픈할 예정이라 파주에서의 대결은 ‘아울렛 대전 1라운드’라는 분위기다.
후발주자로 나선 롯데는 규모와 신선함으로 선발주자 신세계를 공략하고 있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1만 평이 넘는 영업면적과 213개의 브랜드를 보유,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또 지금껏 국내 프리미엄 아울렛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해외 유명 브랜드를 대거 포함하고 있어 쇼핑객들의 눈길을 끈다.
아울렛의 기존 개념을 깨는데도 앞장섰다. 쇼핑이 주목적이었던 아울렛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킨 것.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은 문화센터, 문화홀, 영화관, 키즈카페 등 다양한 시설을 겸비하고 있어 쇼핑만 하고 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롯데와 비교해 비교적 규모가 작은 신세계는 ‘정통’을 앞세운다. 정통 프리미엄 아울렛이라는 본질이 저해되지 않도록 엄격하고 정확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병행수입 제품이 혼용돼 판매되는 일부 경쟁사의 아울렛과는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또 국내외 고객이 선호하는 해외 유명 브랜드 입점 비율이 월등히 높아 규모의 대결은 의미가 없다고도 한다. 브랜드 수준도 검증이 된 우수 브랜드들로 구성돼 있고 규모보다는 고객중심의 편리한 동선을 구축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는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총성 없는 전쟁을 바라보는 전문가들 입장도 다양하다. 특히 한정된 지역에서 대표 기업들이 경쟁하는 현상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와 함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 한국유통학회장)는 “아울렛은 기존의 유통채널이 성장한 후에도 가능성이 높은 시장”이라며 “미국에서는 이미 아울렛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데 국내 대표 기업들이 뛰어든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그러나 “지금처럼 한 지역에서 경쟁을 벌이는 것은 위험성이 높다”면서 “아울렛이 초기 비용도 많이 들어가고 차별화를 시키려면 투자도 많이 해야 한다. 타사가 인근에 있으면 경쟁적으로 규모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데 이는 결국 함께 출혈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연구소인 (주)시월파트너즈의 김창복 대표도 “롯데와 신세계의 파주대전은 과열 경쟁”이라고 단정했다. 김 대표는 “현재 국내 아울렛 시장은 창출의 과정, 즉 상권을 키우고 있는 단계로 봐야 한다. 미래의 유통 거점이 될 수 있는 지역을 미리 확보하고자 앞 다퉈 아울렛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데 한 지역에서 부딪치면 서로가 한계를 느낄 것”이라며 “지역 인구와 시장규모를 파악해 각자 능력에 맞는 아울렛 시장을 개척해 나간다면 동반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긍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 유통 전문가는 “아울렛 시장은 정부의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도입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고객들을 유치하는 것이 최우선인데 같은 지역에 롯데와 신세계가 함께 있으면 집객효과를 누릴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파주의 경우 인접한 거리에 롯데와 신세계 아울렛이 있는데 소비자들에겐 오히려 선택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일단 대형 프리미엄 아울렛이 두 개나 있으니 ‘일단 파주로 가보자’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며 “이는 서로 손님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형태다. 시간이 지나면 소비자들도 취향에 따라 아울렛을 선택해 쇼핑을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세계 관계자 역시 “우리보다 롯데가 늦게 파주에 입성했다. 초반에는 롯데에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겠지만 이는 반짝 인기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후에는 소비자가 각기 원하는 시장을 찾아 발길을 돌릴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윈윈전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동빈 정용진, 영원한 유통 라이벌의 아울렛 대전. 누가 승자가 될지, 혹은 ‘공생’이나 ‘공망’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롯데 “동심 잡아라” 신세계 “여심 잡아라”
먼저 신세계 첼시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해외 브랜드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평소 비싼 가격으로 구입을 망설이던 고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아르마니, 비비안 웨스트우드, 질 샌더, 바네사 브루노 등 평소 아울렛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어 여성 고객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리빙 브랜드도 다양하다. 앤슬리, 바세티, 보스, 르크루제, 레녹스, 로얄알버트, 스타우브 등 롯데에는 없는 리빙 브랜드들이 상당수 입점해있으며 비교적 신제품들도 많다는 평가다.
반면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파주점은 가족단위 쇼핑객들에게 좋은 평을 듣고 있다. 출산 및 유아용품 매장인 ‘맘스맘’을 비롯해 닥스키즈, 캔키즈, 게스키즈, 프랜치캣 등 다양한 아동의류 브랜드가 입점해있기 때문이다. 또 멀버리, 폴스미스, 태그호이어, 프라다, 미우미우 등 국내에서 아울렛에는 처음 선보이는 해외 유명 브랜드를 유치해 차별화 전략에 나섰다.
프리미엄 아울렛 두 곳을 모두 방문해본 허 아무개 씨(여·24)는 “남성 의류나 스포츠는 비슷한 브랜드들이 많아 별로 차이점을 못 느꼈는데 아동 의류나 잡화, 여성 의류 부분에서는 고객들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