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면성실이 강조되는 곳엔 늘 ‘개미처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굳이 이솝우화 ‘개미와 베짱이’를 언급하지 않아도 뜨거운 여름날 먹이를 구하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개미들을 보면 ‘역시’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사회성 곤충 분야의 세계적인 진화 생물학자이자 <일하지 않는 개미>(서울문화사) 저자인 하세가와 에이스케의 연구결과를 보면 모든 개미들이 부지런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다양한 종의 개미를 직접 관찰한 결과, ‘일개미의 80%가 일을 하지 않으며 그중 10%는 평생 일을 하지 않고 나머지 70%도 어쩌다 한 번씩 일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효율성을 중시하는 인간사회에서는 이와 같은 사회구조를 상상할 수도 없겠지만 개미 세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인간이건 개미건 일을 하다보면 피로가 쌓여 지치는 순간이 온다. 만약 모두가 일제히 일하는 시스템에서 구성원들이 동시에 피로를 느끼게 된다면 작업이 완전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올 수 있다. 알 부화를 위해 끊임없는 날갯짓으로 온도를 조절해야 하는 개미에게는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는 곧 군락의 존속과도 직결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개미는 이와 같은 조직 구성을 이어가고 있다. 80%의 개미가 일하는 개미들이 지쳤을 때 비로소 일을 시작하지만 조직의 피로도 측면을 고려했을 땐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일꾼인 것이다.
일하는 개미만을 골라 다른 곳에 놓아두면 역시 일부는 일을 하지 않는데 이는 조직의 생산성이 20%의 일꾼들로부터 나온다는 ‘2 대 8 법칙’(파레토 법칙)이 개미들에게도 적용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