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월1일 유니클로 론칭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 부회장. 최근 롯데쇼핑 상장설로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그의 주식가치가 주목받고 있다. 우태윤 기자 | ||
롯데쇼핑의 상장설은 2∼3년 전부터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설로 그칠 것 같지 않다. 롯데쇼핑측에 따르면 이번 상장 검토는 ‘단순 검토’ 차원이 아니라 그 이상이라고 한다.
지난 8월부터 상장을 염두에 두고 주간사 서너 군데를 접촉하는 와중에 9월부터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롯데 상장설이 기정사실화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측도 “여의도 증권가의 소문이 워낙 빠르지 않느냐. 그렇지만 아직 이사회 결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며 상장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롯데그룹의 신격호 회장은 그간 상장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비쳐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롯데그룹의 주력업종이 호텔, 유통, 식음료 등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그동안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상장할 경우 기업의 내부를 공개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의 주력사인 호텔롯데, 롯데건설, 롯데알미늄, 롯데카드 등은 비상장 기업이다. 계열사 41개 중 상장기업은 롯데삼강,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호남석유화학, 롯데미도파, 케이피케이칼뿐이다.
증권가에선 최근 롯데쇼핑의 상장이 구체화된 것은 증시상황 등이 워낙 좋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2∼3년 전에도 상장을 검토했지만 주가가 뒷받침되지 않아 무산됐다. 때문에 롯데그룹 차원에서 최근 한국 증시가 한 단계 레벨업되었다고 판단해 공모가 예정된 내년 상반기까지도 주가가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증권거래소에서 우량주식의 유통량이 적어 우량기업의 주식공개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것도 긍정적 요인. 우량주에 대한 수요가 넘쳐 새로 발행되는 물량을 받아줄 곳이 많기 때문이다.
또 그간 현금수급이 비교적 원활한 사업구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신규자금을 조달해 왔는데 이 때문에 최근 부채비율이 높아져 상장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롯데쇼핑의 러시아와 중국 진출도 대규모 자금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현재 모스크바에서는 롯데백화점 러시아 1호점이 2006년 12월 개점을 목표로 공사중이다. 대규모 자금 조달의 필요성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상장되지 않은 업체에 대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점을 상장의 근거로 들고 있다. 롯데쇼핑은 일본과 영국 동시상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롯데쇼핑이 상장될 경우 신동빈 부회장이 가지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은 얼마나 될까. 롯데 일가 중에서 신격호 회장의 지분은 1.77%, 신영자 부사장의 지분은 1.13%,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이 21.18%다. 최대주주인 신 부회장의 주식은 발생주식 2천만주 중 21.19%인 4백23만7천6백27주.
상장 후 주식평가액은 현재 상장된 신세계를 기준으로 예상해볼 수 있다. 최근 신세계와 롯데쇼핑은 업계1위 다툼을 할 정도로 비등한 규모. 신세계의 주가가 10월5일 현재 38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롯데쇼핑의 주가도 높게는 40만원까지 점쳐지고 있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가 거래소 주식 중 최고가를 기록할 정도기 때문에 공모가를 다소 낮게 잡더라도 곧 예상가에 다다를 것으로 본다면 현재의 주식만으로도 8조원대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신 부회장의 지분을 따지면 많게는 1조7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 게다가 롯데쇼핑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주식가치가 덩달아 높아지게 된다.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에 출자한 롯데칠성과 롯데제과도 각각 5.10%, 4.88%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플러스 알파’도 가능하다.
한편 신 부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롯데 부사장 또한 동시에 주목받고 있다. 신 부사장의 경우 신동빈 부회장보다 0.01% 적은 21.18%를 소유하고 있어 주식평가액은 신 부회장과 거의 같다고 볼 수 있다.
롯데그룹은 장남인 신동주 부사장이 일본롯데를, 차남 신동빈 부회장이 국내의 그룹 경영을 맡고 있다. 일본롯데의 주식보유 현황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롯데그룹의 모태가 일본롯데라는 점을 볼 때 신 부사장이 롯데쇼핑 상장의 더 큰 수혜자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 지분을 일본롯데 계열사들이 100%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크게 보면 롯데쇼핑 상장의 수혜로 얻는 ‘플러스 알파’는 일본롯데로 귀결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재계일각에선 롯데가 외환위기를 계기로 국내 10위권재벌에서 5위권으로 부상한 데 이어, 이번 주력사의 상장을 계기로 시가총액이나 영향력, 신규투자면에서도 LG나 SK그룹과 함께 치열한 3위 싸움을 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롯데쇼핑 상장이 신동빈 부회장에게는 마냥 좋은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기회이긴 하지만 동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면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국내에서 세 번째 부자가 된다는 점은 항상 신 부회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신 부회장이 독자적으로 벌인 사업인 세븐일레븐, 크리스피크림도넛, 유니클로 중 편의점사업은 부진, 도넛사업은 선전, 의류사업은 관망중이다.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 과정에 있는 신 부회장으로서는 상장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통해 또 한번 시험대에 오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