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심 심사위원들은 독특한 소재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발굴한 점을 이번 만화공모전의 수확으로 꼽았다. 왼쪽부터 최훈, 이두호, 윤준환 작가. |
대한민국 대표 주간신문 <일요신문>이 제1회 ‘일요신문 만화공모전’을 성황리에 마쳤다.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만화 시장의 활성화에 앞장선다는 기치 아래 만화공모전 사상 최대 상금인 4100만 원(대상 3000만 원, 우수상 500만 원, 가작 3편 200만 원)을 내걸어 주목을 끌었다.
출품된 작품은 미공개를 요청한 작품을 포함해 총 48편. 두 달이란 짧은 기간과 공모전 첫 개최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상 외로 많은 작품이 접수된 것. 만화계 내에서도 일요신문 공모전이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특히 공모 마감 직후엔 일요신문 편집국 기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출품작들을 화제에 올리며 감탄하고, 평가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심사는 만화가협회 제효원 사무국장과 일요신문 편집진이 예심을 하고 인기 만화가 윤준환, 이두호, 최훈 씨가 본심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본심에서는 창의성, 작화력, 스토리, 대중성 등 네 부문을 각각 100점 만점으로 채점한 후 그 합계로 당선작을 가렸다. 무엇보다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작품이 많았다는 게 심사위원들의 평가였다.
12월 22일 일요신문에서 진행된 만화공모전 본심에서 세 명의 심사위원은 엄정한 심사와 열띤 토론을 거쳐 임규빈 씨의 <Long Live the King>(롱 리브 더 킹)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우수상은 이규환 씨의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를, 가작 3편은 장준녕 씨의 <마녀들>, 김종섭 씨의 <탐정도마>, 안병현 씨의 <Sound Protector Hz>(사운드 프로텍터 헤르츠)를 각각 선정했다. 다음은 대상과 우수상 수상작에 대한 심사평이다.
▲<Long Live the King>
“대중적인 정치 드라마에 감동적인 로맨스를 담았다. 탄탄한 스토리와 속도감이 느껴지는 전개가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쉽고 재미있게 읽힌다는 점이 이 작품의 강점이다. 정치라는 매우 현실적이고 성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소재를 만화적으로 재해석한 흥미로운 작품이다. 캐릭터들이 살아있으며 안정적인 전개가 돋보인다. <일요신문>에 연재한다면 상당한 인기와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이트 소사이어티>
“성범죄와 집단자살 등 어두운 사회의 일면을 소재로 하면서도, 극의 분위기가 거기에 억눌리지 않는다. 독창적이면서 흡인력도 갖췄다. 스릴러의 완성도가 높다. 스토리 구조와 캐릭터 창조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데생력과 연출력을 보강한다면 좋은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 단, 너무 많은 이야기를 늘어놔 자칫 산만한 전개가 될 수가 있다는 점이 아쉽다.”
이밖에도 가작 <마녀들>은 ‘강한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만화’라는 참신성에 대중성을 잘 조화시켰다는 평이며, 가작 <탐정도마>는 편안한 그림체와 노련한 연출력이 돋보였고, 가작 <Sound Protector Hz>는 젊은 취향의 뛰어난 데생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편 일요신문은 창간 20주년을 맞는 2012년에도 4월부터 ‘사상 최대의 상금’을 내건 만화공모전을 진행할 예정이다.
대상=<Long Live The King> 임규빈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선물”
짝사랑하는 소현의 한마디에 조폭 팔룡파 보스 장세출은 정치인이 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본다. 물론 소현은 세출을 쫓아버리기 위해 던진 말. 그러던 중 자신을 대신해 감옥에 가 있는 친구 춘택의 사형집행 날짜가 잡혔다는 소식에 정말 그 꿈을 실현시키려 새로운 세상에 도전하는데….
한 여인을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과 남자들의 의리, 조폭과 정치. 자칫 진부할 수 있는 소재다. 그러나 ‘창간 20주년 기념 일요신문 만화공모전’ 대상 수상작인 <Long Live The King>(롱 리브 더 킹)은 톡톡 튀는 에피소드와 깔끔한 그림 등으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임규빈 씨(32)는 “대략의 스토리는 예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일요신문 공모전 공고를 보고 20~40대를 독자층으로 정해 작업을 시작했다”며 “주제에 비해 캐릭터가 다소 밝아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 잊지 못 할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 같다”며 수상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작품 자체는 픽션이나 민감할 수도 있는 정치적 내용이 포함돼 염려스럽다. 독자들이 보기에는 작품의 내용을 현실에 반영시켜 오해를 살 부분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사실 아직도 어느 정도의 정치색을 작품에 담아야 할지는 딜레마로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임규빈 씨는 지난 2006년 <깡패대통령> 연재를 시작으로 만화계에 입문해 현재 만화포털 ‘툰도시’에서 <미어캣>을 연재하고 있다.
우수-<그레이트 소사이어티> 이규환
“악조건 분투중… 큰 힘 된 것 같다”
“여러모로 부족한 작품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여러 악조건 속에서 오직 만화에 대한 열정으로 작업에 매진 중인데 이번 수상이 큰 힘이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작품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수상을 수상한 <그레이트 소사이어티>(Great Society)의 이규환 씨(36)는 수상 소식을 전해 듣곤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레이트 소사이어티>는 사회로부터 상처받고 고립돼 동반자살을 모의하던 세 남자가 누군가에게 쫓기는 한 여자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각각의 사연을 가진 세 남자와 한 여자. 이들이 만들어가는 스릴러물이다.
이 씨는 <고블린>이라는 작품을 만화잡지에 연재하며 데뷔해 <배설구의 향기> <홀리마운틴> 등의 대표작이 있으며 각종 만화공모전에서 다수의 수상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가작-<탐정도마> 김종섭
“허허, 젊은 작가들한테 죄송”
“허허, 워낙 뛰어난 작품들이 많아 입상은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었는데 입상 소식을 들으니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한편으론 젊은 작가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요. 이번 공모전을 통해 참신하고 좋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만화작가들에게 파이팅을 외칩니다.”
가작을 수상한 탐정물 <탐정도마>의 김종섭 씨(51)는 수상자 중 ‘최고령’이다. 1988년 경제극화 <광화문 곰>으로 데뷔한 그는 <미스터리 익스프레스> <메피스토>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현재는 미스터리 만화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가작-<마녀들> 장준녕
“만화 계속하는 계기로 삼겠다”
가작에 선정된 장준녕 씨(27)에게 여성이 주인공인 액션만화 <마녀들>은 특별한 작품이다. 장 씨는 “2011년 계속해 안 좋은 일이 일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때문에 만화를 그만두겠다는 생각까지 했는데 일요신문 공모전을 만나 준비하는 시간만큼은 만화에 몰두할 수 있어 행복했다”며 “그 시간 동안 많은 걸 배웠고 수상까지 이어져 다시금 만화를 좋아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씨는 2006년 군 제대 후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있는 신예다.
가작-<Sound Protector Hz> 안병현
“남과 다른 만화 그리고 싶었다”
가까운 미래의 어느 도시, 목소리를 잃게 되는 성대 결절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시작되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끈 <Sound Protector Hz>(사운드 프로텍터 헤르츠)는 안병현 씨(31·필명 Moosn)의 작품이다. 그는 “기존 만화와는 다른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이 같은 결과를 얻게 돼 놀랍고 기쁠 따름”이라며 “더 잘 하라는 격려로 알고 열심히 하겠다”는 수상소감을 전했다. 2007년 성균관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한 안 씨는 네이버 도전 만화 웹툰에 <기억을 만드는 여자>를 연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