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렌탈·케이카 이어 쏘카 공모가 고평가 발목…“업계, 자율주행·MaaS 실현 외치지만 실적 못 따라와”
쏘카는 IPO 전부터 투자자들의 기대를 받았다. 쏘카는 모빌리티 업계에서 최초로 기업가치 1조 원을 돌파하며 유니콘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1~2년 간격으로 투자 라운드를 돌고 중간에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수천억 원대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순조롭게 몸값을 끌어올렸다. 상장 직전에는 롯데렌탈이 쏘카의 구주 매입으로 1832억 원을 투자해 힘을 실었다. 쏘카를 향한 IPO 기대감이 적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기관투자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쏘카는 4일과 5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경쟁률 56.07:1이라는 암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의무보유확약 비율은 0.17%를 기록했는데, 이마저도 '15일 확약'에 몰려 사실상 0%에 수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표면적인 이유는 역시 쏘카의 공모가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었다. 쏘카는 IPO 당시 시가총액을 2조 4119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 과정에서 선정한 비교기업이 모두 해외 기업이었다. 게다가 쏘카의 매출의 97%는 카셰어링에서만 나오고 있는데, 비교기업 대부분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이었다. 시기도 좋지 않았다. 국제 정세 악화로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주식 시장이 맥을 못 추고 있기 때문. 국내 시장에서 비교군이 될 만한 롯데렌탈의 시가총액은 1조 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었다.
사실 업계에서 쏘카만 저조한 IPO 결과를 받은 건 아니다. 지난해 상장한 롯데렌탈과 케이카도 IPO 당시 기관투자자들에게 외면받았다. 롯데렌탈은 기관투자자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217.63:1 수준이었고, 이후 상장한 케이카의 경쟁률도 40:1로 저조했다. 두 업체 모두 공모가가 높게 책정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PO 시장에서는 투자 라운드와는 달리 성장성뿐만 아니라 실적도 중요하다. 롯데렌탈과 케이카는 업계 1위로서 나름대로 선방했다고 여기겠지만, IPO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실적은 아니었다. 게다가 렌터카와 중고차 시장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성장에 한계가 있는 시장으로 분석되고 있다. 쏘카 역시 카셰어링 1위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지만 실적 면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다. 이를 만회하고자 플랫폼화를 강조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수년간 모빌리티 업계에 쌓인 거품이 빠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 중반부터 4차 산업이 강조되면서 모빌리티 업계의 화두는 자율주행과 MaaS(Mobility as a Service)였다. 두 화두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들이 필요했다. 자율주행은 방대한 데이터가 필요했는데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가 이를 해결할 열쇠였고, 서비스들을 하나로 통합하면 MaaS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모빌리티 서비스 불문 업체들의 몸값이 치솟았던 이유다. 자연스럽게 모빌리티 업체들의 기업가치도 부풀려졌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누적 투자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섰고, SK텔레콤 자회사인 티맵모빌리티도 우버테크놀로지로부터 약 1725억 원을 투자받았다. 반대로 휴맥스의 경우 모빌리티 업계에서 큰손으로 평가받는다. 주차장 위탁 운영 업체 하이파킹과 AJ파크, 카셰어링 업체 ‘카플랫’과 ‘피플카’, 전기차 충전업체 ‘제주전기자동차서비스’ 등 휴맥스는 2018년 이후 17개 이상의 모빌리티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투자 금액만 3000억 원 이상이다.
문제는 수년이 흐른 지금 자율주행과 MaaS를 완벽히 실현한 기업은 없다는 점이다. 업계 선두를 다투는 기업들은 여전히 자율주행과 MaaS 실현을 외치고 있고, 실적은 여전히 부진하다. 앞서의 관계자는 “시리즈 라운드를 거칠수록 매출 면에서도 성과를 보여야 한다. 투자자들이 자금을 회수할 시기는 다가오고 있는데, 기대만큼 실적이 따라오지 못하는 게 업계의 현실”이라며 “이제 투자자들은 모빌리티 업체들의 신규 투자를 심사할 때 더 보수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보수적인 IPO 시장에서 자율주행과 MaaS를 실적으로 증명한 업체가 상장하지 않는 이상 기업가치가 부풀려진 모빌리티 업체의 상장을 반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쏘카는 부진한 IPO 결과에도 22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액 밴드였던 3만 4000~4만 5000원보다 낮은 2만 8000원에 책정됐다. 시가총액도 1조 원이 무너진 9665억 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쏘카는 전량 신주 발행으로 진행된 이번 공모의 유입 자금은 1019억 2000만 원으로 모빌리티 밸류체인 내 업체들과의 M&A, 지분투자를 단행하며 사업 영역을 다각화할 예정이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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