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부채비율 점점 늘어나는데…항공업 로드맵 새로 짤 ‘골든타임’ 지나갈 수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대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 결과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월 대한항공은 지난해 필수신고 국가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터키, 태국, 대만, 베트남, 한국 등 9개 경쟁당국 심사기관에 합병 관련 신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의 심사 결과가 8월 19일 현재까지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해외 경쟁당국 승인은 인수합병을 위한 선행조건으로, 필수신고 국가 한 군데서라도 승인을 받지 못하면 합병이 무산된다.
심사 결과가 늦어지는 배경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인수합병 심사 결과가 너무 늦게 나왔다는 점이 지목된다. 이 때문에 해외 결합심사도 덩달아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대한항공이 신청서를 제출한 이후, 공정위가 두 기업의 결합심사를 위해 발주한 용역보고서의 결과 발표는 당초 지난해 5월에서 10월로 미뤄진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동걸 당시 KDB산업은행 회장은 “두 기업의 결합을 글로벌 시장 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봐 달라”며 읍소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 2월에서야 두 항공사의 조건부 합병을 승인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경쟁당국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오면서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생각한다. 해외 경쟁당국 입장에서는 우리 정부가 과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인지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늦어지는 인수, 득보다 실 많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서 인수 완료가 늦어지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나오기 전까지는 로드맵을 짤 수 없다. 경쟁당국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불확실한 상태에서 대한항공 입장에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인수자 입장에서는 피인수 기업의 인수 당시 상황이 중요하다. 항공업계는 환율과 유가 상승 등의 악재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문제는 이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상태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보다 4133.9%포인트 오른 6544%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까지 오른 영향이 컸다.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상반기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4조 8663억 원이다. 아시아나항공은 환율이 10% 오를수록 세전순이익이 3586억 원(상반기 말 기준) 감소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합병해서 만약 대한항공의 전체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신용도가 떨어져 비행기를 들여오는 데도 문제가 생긴다. 외국 공항에서 터미널에 대한 보증금을 더 내라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264% 수준이다.
항공기 임대(리스)료와 유류비는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항공사는 항공기 리스비와 유류비 등을 달러로 지급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기준 여객기 69대, 화물기 11대 등 총 80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50대가 리스로 운용된다. 올해 상반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연료유류비는 7989억 원으로, 3894억 원을 지출한 작년 상반기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도 항공사엔 부담으로 작용한다. 아시아나항공은 기준금리가 100bp(베이시스포인트) 상승하면 이자비용이 약 250억 원(상반기 말 기준) 늘어난다고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추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앞서 연준은 6월과 7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통해 기준금리를 2.25∼2.50%로 올렸다.
아시아나항공은 화물부문의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2분기 211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5분기 연속 흑자다. 신용등급도 지난 3월 BBB-(부정적)에서 BBB-(안정적)로 상향 조정됐다. 다만 같은 기간 환율 영향에 따른 외화환산손실로 당기순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전문가들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 무산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본다. 전 세계 인구 1억 명 미만의 나라에서 FSC(대형항공사)가 두 개인 곳은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가 거의 유일해 해외 경쟁당국에서도 승인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 대한항공도 합병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3월까지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심사 자문사 선임에 들인 비용은 350억 원 수준이다. 대한항공은 합병 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부적으로 버티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7월 이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3000억 원 규모 영구전환사채(CB) 중 1800억 원을 중도 상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자회사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에도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에어부산은 9월 149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 중인데, 아시아나항공은 신주 5200만 주 중 2117만 주(약 656억 원)를 취득할 예정이라 공시했다. 에어서울은 지난 3월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300억 원 단기차입금을 받았다.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이후 대한항공으로부터 유상증자를 통해 1조 5000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받으면, 재무구조는 개선될 전망이다.
#올해 안으로 인수해야 골든타임 안 놓친다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아 합병 작업에 들어가야 통합 이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윤철 교수는 “최근 유럽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내년에는 (항공산업 회복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쟁이 심화할 텐데 그 전이 로드맵을 짤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황용식 교수는 “올해를 넘길 경우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승인이 미뤄진다는) 심리적인 부담감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00명에 가까운 인원이 팀으로 결합 심사 승인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항공사 입장에서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합쳐도 크게 영향이 없을 것이라 승인에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며 “환율과 금리에 따른 영향은 모든 항공사들에 적용된다. 장부상 발생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 등은 합병하더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 염려는 되지만, 이후 영업을 하며 호전해주면 되는 거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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