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통운 | ||
STX는 2001년 구미·반월공단 열병합발전소를 인수한 이후 대동조선, 범양상선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조선업, 해운업으로 급속하게 사세를 확장해왔다. 대한통운을 인수할 경우 해상과 육상을 잇는 최대 물류업체로 거듭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항공업에 이어 해상, 육상을 잇는 종합물류업체로의 청사진을 오래전부터 그려왔다. 금호아시아나가 해상-육상 물류업에 진출하려는 것은 국내 항공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한진그룹이 이미 육·해·공을 아우르는 물류망을 갖추고 있는 것에 비해 사업영역이 협소하기 때문이다.
바닷길을 가진 STX와 하늘길을 가진 금호아시아나가 맞붙다 보니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해상전-공중전으로 이름 붙이기도 한다. STX와 금호아시아나 외에도 CJ, GS, 롯데도 인수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통업을 가진 업체들이라면 대한통운은 먹음직스런 매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10월6일 STX그룹은 대한통운의 지분 21.3%를 전격적으로 매입하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꾸준히 대한통운의 지분을 매집하고 있던 금호아시아나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금호아시아나가 열 달 동안 매집한 지분은 3%대에 불과했던 것이다.
STX는 정보통신업체 오버넷을 통해 지분을 매입했는데, 오버넷은 그간 계열사에 주식을 분산시켜 두었기 때문에 5%룰을 피해 매집 움직임을 노출시키지 않고 있었다. 외국계펀드가 대주주인 오버넷은 주식거래 중개인 역할을 했을 뿐이지만 갑작스런 STX의 대한통운 주식 매입은 007작전을 방불케 한 ‘깜짝쇼’로 불릴 정도였다.
한편 대한통운은 STX와의 밀약설이 혹시나 불거지지 않을까 서둘러 기자회견을 열어 “STX가 대한통운을 쉽게 인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경계의 제스처를 취했다. 대한통운은 리비아대수로건설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그간 떠안았던 동아건설에 대한 지급보증의무가 사라지고 이에 따라 지급보증채권을 주식으로 발행하기로 했다. 이 5백만 주가 신규발행될 경우 STX의 지분은 14%대로 낮아지게 된다.
STX의 지분 매입 이후 금호아시아나도 부랴부랴 지분을 사모으기 시작해 대한통운 지분을 14.71%로 끌어올렸다. 10월14일 금호산업이 대한통운 주식 55만 주를 사 모았고, 대한통운 지분 6.7%을 보유하고 있던 ‘CFAG10호기업구조조정조합’을 인수하면서 사실상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분으로 전환시켰다. 10월19일에도 금호생명이 추가로 1만 주를 매입했다. STX에 맞서 대한통운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STX와 금호아시아나는 지난해에도 범양상선 인수전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당시 STX는 예상가보다 30% 높은 가격을 제시해 최종승자가 됐다. 육·해·공을 아우르는 종합물류업체로 도약을 꿈꾸던 금호아시아나로서는 이번에는 STX에 뒤질 수 없는 절박한 상황이다. 국내 항공사가 두 곳뿐인 상황에서 항공에서 나오는 고정적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육상물류업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CJ와 GS, 롯데 등의 유통업체들도 대한통운이 가지는 물류업의 파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CJ는 공식적으로는 대한통운 인수를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지난해 진로인수전에 동원된 자금여력이 충분한 데다 최근 M&A 매물 중 가장 적당한 대한통운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GS는 LG와 분리된 이후 유통중심의 사업 라인업을 확장하기 위해 대한통운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는 한때 대한통운의 일부 사업부문을 매입할 의사를 타진한 바 있지만 현재는 인수의향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STX는 대한통운에 대해 더 이상의 지분 추가매입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인수가 안되더라도 지분을 매각할 경우 차익을 얻을 수 있다”며 느긋한 자세다. 업계에서는 대한통운 지분 51%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1조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한통운이 보유한 30만평가량의 토지 평가액이 4천3백억원, 건물이 2천7백억원에 보유차량과 각종 장비가 5천대가 넘는 등 총자산이 1조3천1백70억원이나 되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