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이마트가 금융시장에도 손을 뻗쳤다. 지난 12월 9일 이마트는 서울 성수점을 비롯해 9개 점포에 금융센터를 열고 보험·대출상품 판매와 재무 설계 서비스를 선보이며 ‘마트슈랑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마트슈랑스(Martsurance)는 마트(Mart)와 보험(Insurance)의 합성어로 보험사가 대형마트에 창구를 개설해 고객을 유치하는 보험 판매방식이다.
이마트는 리치빌더스 플리페라 AMC, 법인대리점 3곳에 상품 판매를 위탁하는 방법을 택했다. 때문에 법인대리점이 개별 보험사와 계약을 맺는 형식이라 이마트와 보험사 사이에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상품 판매 후 문제가 생겨도 이마트에게는 책임이 없고 법인대리점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이 같은 형식은 기존의 마트슈랑스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09년 국내 최초로 홈플러스가 서울 영등포점에 마트슈랑스를 선보였으나 눈에 띌 만한 성적을 거두진 못한 것. 그러나 해외에선 미국 월마트의 ‘머니센터’처럼 유통업체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추세인 터라 이마트는 기존의 방식이 아닌 변형된 형태로 마트슈랑스를 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시장 진출에 이어 지난 12월 22일 대전터미널점에 ‘토이월드’ 1호점을 개점했다. 이마트의 토이월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캐릭터 완구매장으로 각종 체험형 놀이시설과 키즈카페가 결합된 테마파크형 완구 전문점이다. 그러나 이마트보다 한참 앞서 테마파크형 완구매장을 연 곳이 있었으니 바로 롯데마트의 ‘토이저러스’다.
롯데마트는 2007년 12월 세계 최대 완구매장 브랜드인 토이저러스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서울 구로점에 처음 선보였다. 평균 매장면적이 3000㎡에 이르며 취급하는 품목도 8000개가 넘는 대형 완구점으로 롯데마트 장난감 매출 상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마트 측은 토이월드에 대해 “기존에 국내에선 선보인 적이 없던 신개념 완구 전문점”이라며 “부모 중심의 완구매장이 아닌 실질적인 고객인 어린이들이 쇼핑할 수 있는 공간이며 놀이와 재미, 새로운 경험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치켜세우며 성공을 자신했다.
그동안 이마트는 ‘가격파괴’의 선두주자이기도 했다. 지난 2010년 8월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나서 이슈가 됐던 ‘이마트 피자’가 그 시작이었다. 이마트 피자는 지름 45㎝에 1만 1500원이라는 싼 값으로 출시, 소비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받았다.
하지만 생계형 영세업자 상권까지 침해한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왜 피자만 문제를 삼느냐”며 의견을 개진, 네티즌 사이에서 한바탕 설전이 오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트 피자는 롯데마트의 ‘통큰 치킨’이 일주일 만에 판매 중단한 것과 달리 지금까지 인기를 얻고 있으니 ‘성공적’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 정용진 부회장 |
그러나 모든 제품이 시장으로부터 열렬한 환호를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 11월 11일부터 전국 130개 매장에 입점해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 ‘모바일 이마트’에서 선보인 ‘반값 휴대폰’은 그다지 주목 받지 못했다. 결국 반값 휴대폰은 한 달 행사로 종료됐다.
이마트의 가장 큰 변신이자 현재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창고형 할인매장 ‘트레이더스’와 도매 온라인몰 ‘이클럽’이다. 2010년 11월 말 이마트는 용인 구성점을 리뉴얼해 창고형 할인매장을 선보였다. 코스트코가 장악하고 있는 창고형 할인매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 출시 초반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으나 이마트는 창고형 매장에 바탕을 두고 독립적인 전문점을 함께 운영하는 전략을 통해 매출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도매 온라인 몰 ‘이클럽’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직거래로 공급받아 자영업 위주의 중소 슈퍼마켓 등에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대량구매가 가능하고 가격도 싸 월 매출이 100억 원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문제는 트레이더스와 이클럽을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것. 부산에서는 중소기업청이 트레이더스와 이클럽을 첫 사업조정 대상으로 삼았다. 해당지역 상인들이 “이마트의 창고형 매장과 도매 온라인몰이 영세중소 도매상인들의 사업 영역을 침해해 현저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진 것이다.
중기청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상생법)에 따라 신청일로부터 1년 이내에 자율조정을 유도하거나 사업조정심의회를 통한 조정 권고를 해야 한다. 중기청장이 인정할 경우 기한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으며 권고 내용에는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해 사업의 개시나 확장을 연기하거나 판매 품목, 수량, 시설 등을 축소하는 것이 포함돼 있어 조정 결과에 따라 사업에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이밖에 1000억 원 매출을 기록한 종합 스포츠 매장 ‘빅텐’을 비롯해 업계 최초로 애완 전문매장 ‘몰리스 펫숍’을 선보이는 등 이마트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