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모델 김연아(왼쪽)와 LG전자 모델 손연재와 조인성. |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1월 11일, LG전자가 다음날인 12일에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가졌다. 당시 LG전자가 발표회 날짜를 먼저 밝혔는데 곧바로 삼성전자가 그보다 하루 앞선 11일에 발표회를 열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올해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지난 12월 26일 삼성전자가 ‘2012년 에어컨 신제품 발표회를 1월 5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자 LG전자가 이틀 뒤, 삼성전자보다 하루 앞선 1월 4일에 발표회를 열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처럼 시간 싸움에 목숨을 걸다보니 매년 발표회 날짜도 앞당겨지고 있다. 보통 글로벌 기업의 에어컨 발표회가 1월 중·하순에 열리는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중순에서 초순, 이제는 1월 첫째 주 화·수요일까지 앞당겨졌다. 일각에서는 ‘이러다 제야의 종소리가 울리자마자 에어컨 발표회를 여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올 정도다.
경쟁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우면서도 ‘우리 것이 최고’라는 태도를 고수한다. 올해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비해 스마트 기능을 강화하고 제품 본체 상단에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실내 사진을 휴대폰으로 받아 볼 수 있도록 하는 등 ‘스마트가전’에 집중했다. 또 다양한 디자인을 선보여 고객들의 선택 폭을 넓혔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가전이 대세이긴 하지만 사실 에어컨에서는 그리 쓸모 있는 기능이 아니다. 난방과 세탁 같은 경우는 빠른 시간 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원격조정 등의 기능이 필요하지만 에어컨은 10~20분이면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필요성이 떨어진다”고 평하며 “때문에 우리는 스마트보단 기능 향상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견제도 만만찮다.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장(사장)이 “우리는 제품 성능을 우선으로 하는데 삼성은 디자인을 중요시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날 이를 전해들은 삼성전자 임원은 “LG는 기능, 삼성은 디자인이라고 말한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도 매년 기술개발을 통해 향상된 기능을 선보이고 있으며 디자인도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에어컨을 하나의 예술품으로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매출 성장률을 두고도 신경전은 이어진다. LG전자의 노 사장은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장목표를 달성했다. 올해도 주변 여건이 좋을 것이란 기대는 하지 않지만 LG만의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작년 대비 10%의 매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날 박재순 삼성전자 생활가전부문 국내총괄 부사장은 LG전자보다 높은 성장률을 자신했다. 그는 “올해 에어컨시장에서 전년대비 매출 15% 성장을 통해 업계 1위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외 각종 리스크가 있겠지만 이를 대비한 시나리오도 모두 마련해 꼭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실 올해 삼성전자가 에어컨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동안 점유율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세탁기, 냉장고와 달리 에어컨은 LG전자에 다소 밀리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TV 시장을 1위로 이끈 윤부근 사장이 생활가전사업부까지 총괄하게 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박 부사장 역시 “윤 사장이 TV를 세계 수준으로 올린 노하우를 가전부문에도 적용해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로벌 가전 라이벌의 새해 첫 진검승부. 승자는 과연 누가 될까.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김연아 vs 손연재 제대로 붙었다
국내 가전시장 대결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순위싸움을 지속하고 있다. 그 중 에어컨의 경우 LG전자가 상당한 격차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삼성전자가 바짝 추격하기 시작해 올해는 점유율 1위까지 넘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빨리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모델 김연아 선수의 힘이 상당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더욱이 올해는 신제품 발표회 중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스피치 실력을 바탕으로 직접 TV 광고를 소개해 또 한 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 같은 김연아의 파워는 이번 삼성전자 신제품 발표회 현장에서도 체험할 수 있었다. LG전자보다 하루 늦게 발표회를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내외신의 이목이 더 집중된 것. 기자단의 규모가 더 컸던 것은 물론이고 김연아의 작은 움직임에 100여 대의 카메라들이 따라다니는 장관이 연출됐다. 기자들은 물론이고 삼성전자 직원들까지 김연아를 에워싸 사진 한 장 찍으려다 넘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아쉬움도 남았다. 짧은 포토타임과 할 일만 끝내고 자리를 뜨는 모습에 다소 거리감이 느껴져 ‘역시 몸값 높은 김연아’라는 소리가 나왔다. 반대로 LG전자는 친근함을 무기로 브랜드 홍보에 나선 모습이다. LG전자는 올해 배우 조인성을 모델로 발탁했다. 손연재 선수도 작년에 이어 LG전자의 얼굴이 됐다.
두 사람은 취재진의 다양한 요구로 인해 오랜 시간 포토타임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자신들의 순서가 모두 끝난 후에도 행사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특히 조인성은 LG전자 임원과 기자들의 질의응답 중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르자 자신이 손을 들어 질문을 하는 센스를 보이기도 했다.
사실 모델 파워만 놓고 비교하자면 김연아가 다소 우세라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하지만 신제품 발표회 이후 ‘조·손 콤비’의 활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2012년 뜨거운 여름이 보낸 뒤 웃게 될 모델이 누구일지 궁금해지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