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은 강원도에 우호적, 지자체들 주주권 행사 예고…1심 승소한 강원랜드 “2심 결과 기다리는 단계”
정부는 1995년 탄광산업이 부진하면서 강원 지역 경제가 악화하자 ‘폐광지역개발지원에관한특별법(폐광지역법)’을 제정해 강원도 내 내국인 카지노 설립을 허용했다. 그렇게 탄생한 강원랜드는 2000년 10월 스몰 카지노를 개장했고, 2003년 4월에는 메인 호텔과 카지노, 테마파크를 정식으로 개관했다.
강원랜드는 특별법으로 탄생한 기업인 만큼 매년 일정액을 폐광지역개발기금(폐광기금)으로 내야 한다. 강원랜드는 설립 당시 폐광지역법 시행령에 따라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의 10%’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했다. 이후 ‘순이익의 20%’로 폐광기금 납부액이 상향 조정됐고, 2012년에는 25%로 늘어났다. 하지만 해당 법안에는 강원랜드가 적자를 거둬 순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폐광기금을 납부하지 않아도 된다는 맹점이 있다. 실제 강원랜드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적자를 거두면서 폐광기금을 내지 않았다. 이에 국회는 지난해 ‘강원랜드 총 매출액의 13%’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는 2020년 강원랜드에 2014~2019년 폐광기금 과소징수분 2250억 원을 부과했다. 당시 법에 따라 강원랜드는 전년도 당기순이익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하지만 강원랜드는 당기순이익에서 기금 출연분을 제외한 액수의 25%를 폐광기금으로 납부했다는 것이다.
이에 불복한 강원랜드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강원랜드 측은 폐광기금도 매년 고정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므로 순이익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원랜드가 납부하는 기금 중 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기금은 폐광기금뿐이다. 관광기금 등은 매출액의 일정 비율로 계산해 납부한다. 따라서 폐광기금을 비용으로 인식할 것인지 여부가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이었다. 한편, 강원랜드는 2020년 9월 강원도가 부과한 징수액 중 일부인 1071억 원을 납부했다. 강원랜드가 재판에서 최종 승소하면 강원도는 1071억 원을 돌려줘야 한다.
춘천지방법원은 지난해 2월 1심 판결에서 강원랜드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문언해석원칙에 비춰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은 강원랜드의 해석으로 계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강원랜드는 지난 20여 년 동안 기금을 비용으로 처리해 (폐광기금을) 부과한 것이 인정되고, 그동안 관련법의 내용상 변화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강원도가 부과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강원도는 즉각 항소에 들어갔다. 안 그래도 강원도는 폐광기금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원랜드가 2020~2021년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폐광기금을 납부하지 않은 영향이 컸다. 강원도에 따르면 폐광기금 조성액은 2020년 말 1926억 원에서 2021년 말 960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강원도는 올해 폐광기금 1897억 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1071억 원을 강원랜드에 반환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강원도가 현실적으로 1심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적지 않다. 지난해 10월 당시 박광용 강원도 경제진흥국장은 강원도의회 폐광지역개발지원특별위원회에서 “상위법 합치적 해석 원칙에 따를 때 폐광지역법상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은 폐광기금을 차감하지 아니한 법인세 차감 전 당기순이익으로 해석해야 하고, 기업회계 기준에도 어긋난다”며 “강원랜드 설립 목적과 폐광기금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등의 논리를 갖고 정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몇 년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강원랜드 입장에서도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강원랜드 내부에서는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최근 취임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지사는 강원랜드 규제 완화를 약속하는 등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강원도가 강원랜드에 과소징수분을 부과한 것도 김 지사가 아닌 최문순 전 지사 도정 때였다.
그렇지만 이는 강원랜드 내부의 기대일 뿐, 지역 여론은 강원도에 우호적이다. 이 때문에 김진태 지사도 결국에는 여론을 의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들도 강원도를 공개지지하고 있다. 폐광기금이 줄어들면 그만큼 폐광 지역에 대한 투자도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태백시 측은 “1심 재판부의 결정은 폐광 지역에 대해 전혀 이해도가 없는 상태에서 내려진 결과라고 본다”며 “소송으로 일관하는 강원랜드의 태도 변화가 없을 시에는 51%의 공공부문 주주와 함께 주주로서 권리행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는 오는 9월 21일 2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판결 결과에 따라 강원도와 강원랜드 중 어느 한 쪽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서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상고심까지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상고심으로 재판이 장기화되면 정부 차원에서 강원랜드에 압박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강원랜드는 외풍에 시달리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 정권이 교체되면 기존 강원랜드 사장이 사퇴하고, 친정권 인사가 새롭게 취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현재 강원랜드의 주주구성은 △한국광해광업공단 36.27% △정선군청 5.02% △강원도개발공사 4.57% △강원도청 1.45% △삼척시청 1.33% △태백시청 1.30% △영월군청 1.08%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공공부문이 보유한 강원랜드 지분의 총 합은 51%가 넘는다. 태백시가 언급한대로 이들이 연합해 주주 권리행사에 나서면 강원랜드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진태 지사를 비롯해 삼척시, 태백시, 영월군의 지자체장은 모두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이므로 최대주주인 한국광해광업공단의 협조를 보다 쉽게 얻을 수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지만 폐광기금 확대에 찬성해온 인물이다.
이와 관련, 강원랜드 관계자는 “현재로는 2심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단계”라고만 전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재판에서 패소할 경우 다른 곳에서 자금을 충당한 후 내년도 폐광기금으로 메우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패소하면 아마도 상고를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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