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대부분 시중은행처럼 이자이익서 얻어…전문가 “수수료 상품으로 성장동력 마련해야”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정식 출범했다. 출범 5일 만에 100만 명 이상 고객이 카카오뱅크 계좌를 개설했으며 2019년에는 1000만 고객을 달성했다.
매출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649억 원으로 전년(8042억 원) 대비 32.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69억 원으로 전년(1226억 원) 대비 109.6% 올랐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041억 원으로 전년(1136억 원) 대비 79.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최대 실적을 올렸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7092억 원으로 전년 동기(4785억 원) 대비 48.2% 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628억 원으로 전년 동기(1338억 원) 대비 21.7%, 당기순이익은 1238억 원으로 전년 동기(1159억 원) 대비 6.8% 증가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기록이다.
카카오뱅크는 복잡한 조건 없이 수수료 혜택을 늘리고, 신속성과 이용자 편의성을 강화하는 등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용자들의 환호를 받았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기업공개(IPO) 당시 국내 시중은행 대비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기록했다. PBR은 숫자가 클수록 고평가를 의미한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시중은행 평균 PBR은 0.36배 정도다. 앞서 언급한 카카오뱅크의 장점들과 매력들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최근 초심과 달리 카카오뱅크가 시중은행들과 같은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 데 몰두하고 정작 인터넷은행으로서 플랫폼 비즈니스에 정성을 쏟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올해 2분기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카카오뱅크의 2분기 영업이익은 744억 원으로 전년 동기(798억 원) 대비 6.8% 감소했다. 당기순이익은 570억 원으로 전년 동기(693억 원) 대비 17.7% 줄었다. 매출은 3708억 원으로 전년 동기(2536억원) 대비 46.2% 올랐다. 이자이익 확대가 매출 증가를 견인했다. 2분기 이자이익은 2929억 원으로 전년 동기(1792억 원) 대비 63.4%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이자이익이 늘어난 것이다.
플랫폼 수익과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비이자이익은 779억 원으로 전년 동기(744억 원) 대비 4.7% 증가했다. 플랫폼 수익만 별도로 보면 올해 2분기 215억 6300만 원으로 전년 동기(221억 6600만 원) 대비 6억 300만 원 감소했다.
카카오뱅크의 금융플랫폼 역할에 의문이 따르기도 한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예금·송금 등 뱅킹 비즈니스와 카카오뱅크 mini(청소년 대상 금융서비스), 신용카드 모집 대행 서비스, 증권사 주식계좌개설 신청 등의 플랫폼 비즈니스로 나눠져 있다. 카카오뱅크는 시중은행과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로 증권사 계좌 개설, 연계대출 등을 통해 수수료 수익이나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실적의 세부적인 면을 보면 카카오뱅크는 수익을 대부분 시중은행처럼 이자이익에서 얻고 있다. 금융플랫폼으로 높은 가치를 산정받았지만 출범 당시 선보인 주식 계좌 개설 등 일부 서비스 외에 뚜렷한 플랫폼 비즈니스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와 주주들도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과 정체성에 의구심을 내비치기도 한다. 지난 8월 18일 카카오뱅크 주요 투자자였던 KB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주식 중 1476만 주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로 매도했다. 이후 카카오뱅크 주가는 3주간 -21.08% 하락했다. 연초 15~16%를 보였던 외국인 지분율도 12~13%로 내려왔다. 주가 흐름이나 외국인 지분율 등이 기존 시중은행 종목인 KB금융과 신한지주와 대비된다.
7일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종가 2만 485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8월 18일 9만 400원의 장중 고점을 기록한 후 약 72% 하락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가 상승이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카카오뱅크 주가의 앞날을 어둡게 봤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가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특성에 맞춰 플랫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플랫폼 가치로 상장한 만큼 플랫폼 신사업 구상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고 설명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차별화를 강조했던 카카오뱅크가 금융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이 모호해졌다”며 “플랫폼 수익 즉 비이자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타 금융사나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 수수료 수익을 늘리는 등 플랫폼 전략을 완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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