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기 그룹 빅뱅 태양이 동영배라는 본명을 두고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그룹 카오스의 멤버 박태양. |
그룹 카오스의 멤버로 박태양이 데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속사의 전화기는 쉬지 않고 울려댔다. 그룹 빅뱅의 팬들의 항의 전화였다. “빅뱅의 태양이 있으니 박태양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면 안 된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하지만 ‘박태양’이라는 이름은 본명이다. 오히려 빅뱅의 태양이 동영배라는 본명을 두고 예명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박태양이 본명 때문에 빅뱅의 태양의 후광효과를 노린다는 주장은 다소 억지스럽다. 카오스의 소속사 측은 “이 문제를 두고 박태양의 부모님과도 의논해봤다. 하지만 아들의 연예 활동을 걱정하는 부모님들이 박태양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당당히 활동하길 원하신다”고 밝혔다.
소속사는 이어 “때문에 성까지 붙여 ‘박태양’이라 부르려 하고 있다. 배우 ‘지성’이 있어서 축구선수 ‘박지성’의 활동에 제약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예인에게 이름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미지를 파는 연예인의 이름은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되고 로열티를 갖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 연예인들은 동명을 가진 기존 연예인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예명을 선택하기도 한다.
배우 연정훈의 아내인 한가인이 대표적이다. 한가인의 본명은 김현주다. 워낙 흔한 이름인데다 데뷔 시기인 2000년대 초반에는 선배 배우 김현주가 ‘국물이 끝내줘요’라는 카피문구를 쓴 CF뿐만 아니라 각종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때였다. 때문에 한가인이란 이름으로 한 항공사 CF에 출연한 이후 줄곧 한가인으로 살고 있다.
힘든 시기를 겪으며 자신의 이름을 포기하고 개명을 시도하는 이들도 있다. 배우 김규리는 지난 2009년 말 법원에 정식으로 개명신청을 해 새로운 이름을 얻었다. 김규리는 김민선이라는 본명으로 영화 <미인도>를 비롯해 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아 지명도가 높았지만 자신의 이름을 과감히 포기했다. 당시 김규리 측은 “어릴 때도 가족들이 김규리라 부르곤 했다. 자연스럽게 결정된 일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가 2009년 초 일명 ‘광우병 발언’으로 소송을 당하는 등 고통을 호소하다 개명이라는 선택을 하게 됐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 새출발 위해 개명했으나 되레 인기 떨어져 다시 본명으로 돌아온 오현경(왼쪽), 이상아. |
1980년대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이상아 역시 2005년 ‘이민주’로 개명했다. 그 역시 이혼 등 개인적인 아픔을 겪으며 절치부심하자는 의미로 이름을 바꿨지만 1년 만에 이상아로 돌아왔다. 그는 이후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힘들게 살다보니 이름에 대해 주위에서 많은 말들을 했다. 이름 하나 바꿔서 편해진다면 바꿔보자는 생각에 개명했는데 아무도 안 불러줬다”고 말했다.
최근에도 여배우 A가 개명을 위해 작명소를 찾아가 새로운 이름을 받았다. 숱한 개인사로 힘든 시기를 겪던 A에게 개명은 꼭 부여잡고 싶은 지푸라기였다. 하지만 개명 사실을 공개하기 직전 본명을 사용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A의 측근은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어 점을 봤더니 이름을 바꾸라는 점괘가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름을 바꾸면 지금껏 쌓아온 인지도를 한 번에 잃을 수 있다는 주변의 충고를 듣고 개명을 권했던 연예기획사 관계자와 관계를 끊었다”고 귀띔했다. 또한 “정식으로 개명 신청을 하려 했던 사실이 알려지면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것 같아 해당 연예기획사 관계자와 이 일을 함구하기로 했다. 이 이야기를 발설하면 법적 책임까지 묻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 김정일 아나운서 |
바로 SBS 김정일 아나운서다. 그의 이름이 처음부터 김정일이었던 것은 아니다. 김정일 아나운서의 부친은 처음에는 ‘김일’이라는 이름을 지어줬는데 당시 북한에 같은 이름을 가진 장군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김남일’로 변경했다. 하지만 한국전쟁 휴전회담 당시 북측 수석대표의 이름이 김남일이었기 때문에 또 다시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처럼 북측 유명인사들의 이름을 피하고 피해 지은 이름이지만 러시아식 이름인 ‘김유라’를 사용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0년대부터 김정일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면서 결국 두 사람의 이름은 같아졌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한 김정일 아나운서는 지난해 석사학위까지 받았으니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다른 인연이 아닐 수 없다.
▲ 배우 김정은 |
한 연예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이름 석 자를 알리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하지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을 때는 자신의 이름이 지울 수 없는 주홍글씨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연예인만큼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에 공감하는 이들도 드물 것이다”고 말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