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53개 단지 감사 결과 701건 적발…사업수행 실적 평가 없이 용역 사업자와 재계약 사례도
경기도는 올 상반기 도내 의무관리 대상 공동주택단지(300세대 이상. 승강기 설치 또는 중앙집중난방방식의 150세대 이상 공동주택 등) 53곳을 감사한 결과 총 701건의 부적정 사례를 적발해 과태료 121건, 시정명령 108건, 행정지도 472건 등으로 처리했다고 14일 밝혔다.
53개 단지 중 입주민 등의 요청에 따른 민원 감사는 3개 단지, 기획 감사는 50개 단지다. 공동주택 유지·보수 이력 관련 기록·보관 등의 관리 적정 여부 등을 주제로 경기도가 10개, 시·군이 40개 단지를 각각 감사했다.
주요 적발 사례를 보면 A 단지 관리주체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장기수선 계획서에 있는 공사 비용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집행해야 하지만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소방시설 보수공사 등 총 18건(4400만 원 상당)을 관리비로 집행한 사실이 적발됐다.
B 단지 관리주체는 2021년 348만 원 상당의 전산 업무 용역 수의계약을 마치고, 다시 재계약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업자의 사업수행 실적을 평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 관리규약은 관리주체가 기존 사업자와 재계약 시 계약만료 3개월 전까지 평가 등을 거쳐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C 단지 관리주체는 외벽 보수 등으로 사용한 장기수선충당금 2억 3000만 원을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사용 날짜의 다음달 말일까지 관리사무소 및 동별 게시판에 공개해야 하지만 미공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 주목할 점은 과태료 부과가 121건이나 됐다는 점이다. 공동주택 감사에선 관리 부적정 사례가 발견돼도 행정지도, 시정명령 처분이 많다. 그런데 53개 단지에서 과태료 부과가 121건이나 됐다는 점은 해당 단지 관리주체와 관리소장의 역량이 부족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관리소장의 역량 부족과 관리주체(위탁관리의 경우 관리회사)의 무관심이 함께 작용한 셈이다. 통상 위탁관리회사들은 아파트와 위수탁 계약만 맺고 아파트 관리는 관리소장이 전적으로 책임진다. 회사들은 매달 들어오는 위탁관리 수수료에만 관심을 가질 뿐 적극적으로 아파트 살림에 개입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관리소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과태료 처분이 떨어질 만한 부적절한 사안도 인지하지 못하고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아파트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소수의 관리회사를 제외하면 위탁관리회사가 아파트 상황에 어두운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관리회사들은 과태료 부과가 자신들에게 내려지면 해당 비용을 관리소장에게 받아낸다. 이미 법원에서 몇 차례 관리회사가 관리소장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했음에도 관리소장들은 묵묵히 회사에 과태료만큼의 돈을 지불한다. 한 위탁관리회사 대표는 “관리소장이 잘못해서 부과된 것이기 때문에 소장들도 이의 없이 낸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에 무관심한 관리회사가 관리소장과 관리직원을 형식적으로 고용하며(고용에 따른 비용은 모두 아파트가 부담) 위탁관리 수수료만 챙기는 현재의 위탁관리 시스템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동시에 부실관리로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부 관리소장들의 역량 부족 문제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한편 도는 이번 감사를 통해 발굴한 △장기수선충당금 긴급 공사 사용 절차 개선 △공동주택 유지보수 실적 등록 시점 의무화 △공동주택 회계 감사인 추천 의무화 및 전문교육 실시 등 제도개선안 3개를 올 5~6월 국토교통부에 건의했다.
우선 장기수선충당금 사용계획서 의결 시점이 입찰공고 후 사업자가 이미 정해진 시점이어서 입주자대표회의가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동의하는 상황이 일어나는 만큼 사용계획서 의결을 입찰공고 이전에 하자고 제안했다. 천재지변 등 긴급하게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할 경우 선조치 후보고하는 내용도 덧붙였다.
공동주택 유지보수 실적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 등록할 때 등록 의무 기한을 대가 지급일로부터 30일 이내로 의무화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현재는 별도 등록 기한이 없어 관리주체가 실적을 등록하지 않거나 오랜 기간 등록 지연시키는 사례가 일어난 데 따른 것이다.
시장‧군수 및 한국공인회계사회의 ‘공동주택 회계감사인 추천제도 의무화’도 강조했다. 현재 공동주택 입주자대표회의가 선정한 회계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저가 대량수임에 따른 자체 감사품질 저하를 우려해서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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