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편에서 이 '진실의 주둥이'라는 저주가 주상숙에게만 한정됐다면, 이번 '정직한 후보 2'에서는 그의 왼팔 오른팔을 다 맡고 있는 비서실장 박희철(김무열 분)까지 전염됐다. 1편에서 자유분방한 주둥이를 가진 상사 탓에 하염없이 구르고 고통 받으며 부하직원들의 애환을 실감나게 그려냈던 박희철이었다. 그런 그가 주상숙에게 속에 있던 말을 시원하게 뱉어내는 신들은 상사에게 눌리고 후배에게 치이며 하고픈 말을 하지 못해 '사회적 변비'를 앓고 있는 사회인들에게 대리만족의 카타르시스를 쥐어주기도 한다.
김무열의 코믹 연기는 다소 식상한 표현이긴 하나 '물이 올랐다'고 말하기 적절해 보인다. 진실의 주둥이가 열리면서 정신연령도 살짝 어려진 듯한 박희철은 1편 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어설픈 액션과 모자란 로맨스로 관객들을 사정없이 터뜨리고 있다. 1편에서 김무열의 마음가짐이 "라미란 누나 바짓가랑이만 잡고 쫓아가야겠다"였다면 2편에서는 서로의 옷자락을 잡고 함께 뛰어가는 식이다. 라미란과 김무열, 두 배우가 가진 코믹 연기의 최대치를 뽑아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가 '정직한 후보 2'에 몰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정 시리즈나 장르에 출연하게 될 경우 연기나 캐릭터로서의 스펙트럼이 한정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배우들의 우려라고 하지만, 주상숙을 연기할 수 있는 것은 라미란 뿐이라는 건 배우로서의 또 다른 자부심이 되지 않을까. 더욱이 대중들로 하여금 그가 등장하기만 하면 깊이 생각하지 않고 편안하게 웃을 수 있도록 하는 배우로까지 자리매김하게 됐다면 배우로서 이보다 더 값진 필모그래피도 없을 터다. 실제로 라미란은 '정직한 후보'를 통해 코미디 영화로는 최초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의 호평과 대중성을 모두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그의 말대로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라미란이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고, 대중들의 기대와 사랑만큼의 값어치 그 이상을 보여준다. 아무리 코믹 영화라고 해도 언론배급시사회에서 러닝 타임 내내 웃음이 터지기란 힘들기 마련이다. 그 힘든 일을 '정직한 후보 2'가 해냈다. 라미란과 김무열이 자아낼 코믹 하모니를 2년 간 기다려 온 관객들에게도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한편 '정직한 후보 2'는 강원도지사로서의 화려한 복귀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이자 현 백수 주상숙이 비서실장 박희철과 함께 쌍으로 '진실의 주둥이'를 얻게 되면서 더 큰 혼돈으로 빠져드는 주둥이 대폭발 코미디를 그린다. 전편보다 두 배로 철이 없어진 남편 봉만식 역의 윤경호와 함께 얄미운 시누이 봉말순 역으로 새롭게 합류한 박진주, 주상숙을 물심양면 보좌하는 강원도청 건설교통과 국장 조태주 역의 서현우, 강원도의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도정을 좌지우지하는 영 앤 리치 CEO 강연준 역의 윤두준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연기도 놓칠 수 없는 관전 포인트다. 106분, 12세 이상 관람가. 9월 28일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