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빈과 17년 만에 ‘삼각관계’로 재회…“오래도록 변함 없는 케미, 현빈 씨가 좋은 사람인 덕분”
“잭의 액션 신을 연기하기 위해서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저는 제 스스로를 좋은 액션 배우라고 생각하지 않거든요(웃음). 칼을 쓰거나 기구를 쓰는 건 괜찮지만 맨몸 액션을 많이 한 적이 없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많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연습을 정말 많이 해야 했어요. 각 캐릭터마다 액션 스타일이 있는데 철령은 자로 잰 로봇 같고, 진태는 익살스러운 표정과 신기한 액션, 잭은 좀 더 허술하고 감정적인 액션이길 바랐죠. 그래서 호텔에 머물 때도 새벽까지 가구들 옮겨가며 연습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호텔에 죄송해요(웃음).”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다니엘 헤니는 북한 수사관 림철령(현빈 분), 남한 수사관 강진태(유해진 분)와 함께 새로운 ‘삼각공조’의 한 축으로 나선 FBI(미국 연방수사국) 수사관 잭 역으로 분했다. 전편에 비해 조금이나마 여유를 갖긴 했지만 아직 딱딱함을 간직한 철령과 상반되게 유들유들하고 살짝 느끼하기까지 한 잭의 매력은 여성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차고도 넘친다. 심지어 주변에 빛을 발하는 착시 효과와 함께 슬로모션으로 등장하는 잭을 한 번 더 보고 싶어 ‘n차 관람’(같은 영화를 수차례에 걸쳐 보는 관람 문화) 했다는 관객들의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잭과 철령은 굉장히 상호보완적인 인물이에요. 일단 둘 다 남성적이고 유능한 프로지만 어떻게 보면 거울처럼 상반된 매력이 있죠. 철령은 자로 잰 듯한 모습으로 일하지만 잭은 허술해요. 일상적으론 잭이 코믹한 면모를 보이고 철령은 그런 점이 잘 없죠. 음과 양처럼 서로를 보완하는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삼각관계로 돌아와서 봐도 그 둘은 대비되는 남자잖아요? 어떤 여성은 철령처럼 조용하고 멋진 남잘 좋아할 수도 있고, 어떤 여성분은 잭처럼 바에서 내게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남자를 좋아할 수도 있고요. 현빈 씨가 잘 만들어 놓은 철령에 대비되는 모습으로 잭을 만들어 나갔던 것 같아요.”
이번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 진태의 처제인 민영(임윤아 분)을 놓고 본의 아닌 삼각관계를 펼치게 된 철령 역의 현빈과 다니엘 헤니는 17년 만의 재회로도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강산이 한 번하고도 반은 더 바뀌었을 세월을 거쳐 만났다는 점에서 둘 사이가 어색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다니엘 헤니는 “변화는 있었어도 서로를 향한 마음은 여전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현빈 씨와의 케미스트리는 여전히 옛날과 같았어요. 17년이 지났어도 그럴 수 있는 건 현빈 씨가 너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내 이름은 김삼순’ 촬영) 당시에 제가 갑자기 들어왔을 때 경쟁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정말 저를 환대해주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거든요. 정말 이타적인 사람이에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도 똑같았어요. 전편이 큰 성공을 해서 현빈 씨도 부담이 있었을 텐데 역시 저를 환영해주는 것을 보고, 여전히 좋은 사람이란 걸 느꼈죠(웃음). 모든 ‘공조2: 인터내셔날’의 케미는 리더인 현빈으로부터 발생했다고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현빈과의 인연을 얘기하려면 역시 ‘내 이름은 김삼순’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추억을 떠올리면서 다니엘 헤니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국내 대중들에게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손꼽히는 미남 둘이 여주인공을 놓고 벌이는 달달한 삼각 로맨스이자 아련한 추억으로 기억되지만, 연기한 본인에겐 캐릭터의 머리 모양이 ‘흑역사’였단다.
“저희가 17년 만에 만나다 보니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가장 좋은 변화는 저희 헤어 스타일이 바뀌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내 이름은 김삼순’을 지금 보면 ‘저 배우들 머리가 왜 저러나’ 싶을 수 있거든요(웃음). 당시 저희가 정말 어렸지만, 그때 느꼈던 마음은 똑같이 간직하고 있어요. 현빈 씨와 연락도 쭉 계속 해왔고요. 17년 동안 저희 둘 다 그만두지 않고 계속 이 일을 해온 것에 대해 프라이드를 느껴요. 나이가 들면서 다른 변한 점을 느낀 게 있다면 예전엔 새벽 3시까지 같이 소주 마시고 노래방 가고 그랬는데 이젠 맥주 2잔만 마시고 집에 가는 노인이 됐다는 거죠(웃음).”
머리 모양이 살짝 ‘에러’였지만 ‘내 이름은 김삼순’은 다니엘 헤니에게 있어 정말 큰 ‘터닝 포인트’였다. 어머니의 나라인 한국에서 연기자로 일하고 싶다는 열정을 처음 깨운 작품이었던 만큼 이후 다니엘 헤니는 KBS2 ‘봄의 왈츠’(2006), ‘도망자 Plan.B’(2010), 영화 ‘Mr. 로빈 꼬시기’(2006), ‘마이 파더’(2007), ‘스파이’(2013) 등 다양한 한국 작품에서 역할을 가리지 않고 출연할 만큼 열정을 드러냈다.
“저는 한국 작품을 언제나 하고 싶어요. 배역의 크기를 떠나서 많은 한국 작품에 출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최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보며 저 역시 뿌듯하거든요. 미국에서 업계 친구들이 제게 항상 한국 콘텐츠를 이야기한다는 게 정말 놀라워요.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게임’ 이런 것들이 정말 엄청난 임팩트를 안겨줬죠. 한국은 굉장히 작은 나라이지만 너무나 많은 능력을 가지고, 근면성실하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많아요. 그들에게 이제야 기회가 온 거죠. K팝도 마찬가지고요. 제 자신을 한국 배우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합니다.”
최근까지 다니엘 헤니의 활약 무대는 미국이었다. 미국 방송사 CBS의 장수 시리즈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주연인 맷 시몬스 역을 맡아 시즌 15까지 활약했고,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프라임 비디오 오리지널 시리즈 ‘시간의 수레바퀴’에서도 랜 만드라고란 역으로 극의 흐름을 이끌어나간다. 국내 활동으로는 영화 ‘도그데이즈’의 개봉도 예정돼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에서 그를 이전보다 더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높다.
“5년 동안 (‘크리미널 마인드’를 촬영하며) FBI 베스트(조끼)를 정말 많이 입었죠(웃음). 반대로 한국에서는 좀 더 경쾌하고 가벼운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종종 한국에서 외국인 배우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그분들이 부업으로 영어를 가르치신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런 (영어 교사 같은) 역이면 어떨까 생각해요(웃음). 이제까지 제가 사람을 쏘고 자르고 그런 역할밖에 안 해봐서 사랑을 하는 역할도 한 번 해봤으면 좋겠어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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