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일자리재단 이전 부지 정화 비용 최소 50억 원…타기관 이전 성과도 물음표
지난 민선 7기 경기도는 억울한 사람도 억울한 지역도 없어야 한다며 지역 균형 발전 이슈를 들고 나왔다. 경기 남부에 집중된 공공기관을 북부 등지로 이전해 경기 남북 간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이재명 전 지사의 결정에 경기도농수산진흥원과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이 경기 광주와 양평으로 이전했고 신설 기관인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은 김포에 경기교통공사는 양주에 둥지를 틀었다. 앞으로 고양시에는 경기관광공사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옮겨갈 예정이다. 동두천에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이 구리에는 경기주택도시공사가, 파주에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이전 계획이 잡혀있다.
몇몇 기관들은 당초 계획보다 이전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기관장이 공석인 탓이 크다. 그중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상황은 더 안 좋다. 토양 오염으로 인한 정화 비용이라는 변수가 생겼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이전 부지인 동두천시 미군 공여지 ‘캠프 님블’의 토양 오염 정화 비용만 최소 50억 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도, 경기도일자리재단, 동두천시는 조사 보고회에서 이 비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예기치 않은 막대한 추가 비용에 서로 눈치만 보고 있다.
최소 50억 원에서 70억 원에 달하는 정화 비용이 추산됐지만, 더 큰 돈이 들어갈 수 있을 거라는 견해도 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국방부가 2년간 90억 원을 투입, 정화작업을 완료한 장소다. 그런데도 이번에 추가 정화 비용 70억 원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오자 실제로 작업에 들어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주장이다.
재단이 토지를 매입한 비용이 약 6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정화 비용에 건물 신축 비용, 이전 비용, 거주, 교통비 지원 등을 생각하면 “차라리 동두천에 특별교부금을 그만큼 내려주는 게 도나 동두천 입장에서 이득”이라는 주장도 있다. “동두천 이전은 일자리재단의 업무 수행에도, 일자리 사업에 참여할 경기도민을 위해서도 좋을 게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정화 비용 70억 원을 비롯해 이후에 들어갈 비용은 결국 도민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동두천시는 경기도일자리재단의 유치 의사를 밝히고 있지만 얼마까지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경기도 내 재정자립도 13.1%로 최하위를 기록하며 세수 증대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동두천시(2022년 경기도 시·군 재정자립도, 당초 예산 기준) 입장에서 큰 비용을 부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경기도일자리재단 역시 경기도 공공기관 중 부채가 많은 기관으로 손꼽힌다. 다양한 청년, 여성, 숙련 기술 등의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다 생긴 부채지만 갚아야 할 돈임엔 틀림없다. 부지까지 매입한 재단이 정화 비용까지 부담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경기도일자리재단이 동두천 이전으로 상당한 효과를 본다면 세금의 낭비가 아닌 투자로 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이전한 기관들의 상황을 고려하면 그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경상원)은 지난해 12월 수원에서 양평으로 이전했다. 50여 명의 직원 중 40여 명이 인근으로 거주지를 옮겼고 10명은 옮기지 않았다.
경상원은 직원 1인당 거주지원금을 최대 60만 원씩 지원하고 있다. 거주지원금은 1년을 한도로 지급하기로 돼 있었지만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다가 경상원은 셔틀버스 2대도 운영 중인데 여기에만 월 1400만 원이 지출된다. 연간 1억 6800만 원이다. 경상원에 이전으로 인한 성과를 묻자 경상원 관계자는 “우리보다 양평군이나 경기도 공공기관담당관실에 묻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공공기관담당관은 “아직 성과를 밝히기는 이르지만 경기도청이 광교로 오고 주변 상권이 활성화된 것처럼 경상원도 같은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객관적인 성과를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김동연 지사는 최근 경기북부 특별자치도 설립을 연일 띄우고 있다. DMZ(비무장지대) 포럼에선 평화와 협력의 가능성을 지닌 DMZ가 경기북부 특별자치도의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때문에 경기북부 특별자치도를 설치하는 대신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는 공공기관 이전을 재검토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합리적 판단을 중시하는 김동연 경기도의 입장에서 공공기관 이전이 별다른 성과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 북부에 보다 효과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한편 이재명 의원실은 15일 공공기관 이전 성과에 대한 질문에 “이전 성과가 단기간에 나오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당시 이전 취지(균형 발전)에 대해 도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전했다. 경기도일자리재단이 50억 원의 정화 비용을 감수하고 이전을 강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묻자 “그건 민선 8기 경기도가 결정할 일”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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