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동강벨트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2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4월 총선 때 부산에서 출마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연합뉴스 |
◇ 박근혜, 대선 위해 총선 포기?
▲ 박근혜 비대위원장.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한나라당 내에서는 박 위원장에게 한나라당 텃밭인 대구 달성군 대신 서울이나 수도권에 출마해 야권주자와 한판 승부를 벌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수도권 선거가 어렵기 때문에 박 위원장도 수도권에 출마한다면 본인에게도, 당에도 좋은 선택이라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적으로 박 위원장에게 ‘수도권 출마’를 압박한 것이다.
친이 주자들의 요구와는 별도로 친박계 내에서도 단지 ‘지역구 불출마’로는 감동을 주기에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비례대표로 나서 ‘지역구 선택’에 대한 부담을 덜고 총선에 ‘올인’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 관계자는 “박 위원장이 인적 쇄신에 앞장선다는 의미로 불출마 방안과 한나라당 약세 지역 등 지역구를 옮기는 안에 대해서도 다양하게 논의 중이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8일 현재 중앙선관위 예비후보 명단에 오른 인물은 세 명에 불과하지만 만약 박 위원장이 불출마를 결심할 경우 대구 달성군은 ‘포스트 박근혜’를 꿈꾸는 후보자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경북지사와 내무부 장관을 지낸 구자춘 전 장관의 아들 구성재 조선일보 대구취재본부장이 지난 16일 선거사무실을 열고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준비하고 있으며, 야권에서는 김진향 민주통합당 달성위원장, 정우달 전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노동위원장이 출마할 예정이다.
▲ 이재오 의원(맨 왼쪽) 등이 정몽준 의원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임준선 기자 |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작 을 출마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하는 정 전 대표의 선언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바로 ‘안정적’인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지난 총선과 이번 총선은 분위기가 180도 다른 것이 사실이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 48개 지역구 중 40곳에서 승리하는 ‘대승’을 거두었고 당시 통합민주당은 7곳, 창조한국당은 1곳에서 승리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지난해 10·26 서울시장 선거를 거치며 서울지역 민심이 차갑게 돌아섰음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서울지역 구 단위에서 나경원 후보가 박원순 시장보다 높은 득표를 얻은 곳은 단 네 곳에 불과했고 동작구 역시 박원순 시장(56.05%)이 나경원 후보(43.6%)에 압도적으로 승리한 바 있다.
정치권 전문가들도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우세를 점치고 있으며 한나라당 내에서도 서울 지역구 중 절반 정도를 얻으면 다행이라는 분위기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돈 봉투 파문, MB 측근 비리 등 잇따라 터진 한나라당 악재로 인해 서울 민심은 반 한나라당 정서가 강하다.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정몽준 전 대표 역시 “이번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승패 기준은 수도권 선거 결과에 있다. 저의 지역(동작 을)도 쉽지 않은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출마의 ‘명분’을 내세웠다. 정 전 대표의 언급대로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서울 및 수도권에서 몇 석을 얻는지에 따라 총선 성패가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 전 대표가 ‘수성’ 의지를 보이고 있는 동작 을에는 이계안 전 의원이 지난 13일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현대자동차, 현대카드 대표를 지낸 이 전 의원과 정 전 대표는 서울대 상대 졸업동기이자 현대중공업 입사 동기로도 알려져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두 차례(2006년, 2010년)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도전한 전력을 갖고 있기도 한 이 전 의원은 이번 총선을 정치 재기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이외에도 민주통합당에서는 허동준 지역위원장, 김상진 전 동작구 을 청년위원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이며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도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지역구 관리에 집중해온 이재오 전 장관은 은평 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최측근인 안병용 은평 갑 당협위원장이 돈봉투 사건 파문으로 구속되면서 이 여파가 어떻게 작용할지 불투명하다. 사건이 ‘친이계 이재오 죽이기’ 방향으로 확전되자 계파 갈등 재연을 우려한 친박계와 비대위를 중심으로 이 전 장관의 연루설 제기를 자제하는 분위기이나, 총선을 앞두고 있는 이 전 장관에게 악재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또한 안병용 씨가 지난 2008년 총선에서 이 전 장관의 지역구와 붙어 있는 은평 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바 있어, 지역구 민심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이재오 전 장관 측 관계자는 “2008년 전대 당시 이 전 장관은 미국에 머물며 국내 정치에는 손을 떼다시피했던 상황이었다”며 연루 의혹을 일축했다. 이 전 장관 역시 지난 17일 트위터에 “반드시 살아서 돌아오겠다”며 총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아직은 친이계 일각의 바람에 그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이 주자들의 총선 결과가 한나라당의 대선 주자 경쟁구도를 재편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거론되고 있다. 한 친이계 의원 보좌관은 “총선 결과는 비대위를 책임지고 있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줄 것이므로 만약 한나라당이 대패하고 친이 주자들이 살아남는다면 당내 대선주자 구도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현재 한나라당 예비후보로는 이재오 전 의원 한 명뿐이고, 이외에 민주통합당의 고연호 서울시당 대변인, 송미화 전 서울시의원, 최창환 민주통합당 정책위부위장, 최승국 전 박원순 서울시장후보캠프 조직기획위원장 등이 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문재인-문성근-김정길의 ‘부산벨트’
이번 총선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 지역구로 평가받고 있는 곳은 부산권이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잇달아 기자회견을 열어 부산지역 출마를 공동 선언했다. 이들의 목표는 부산에서 야권 돌풍을 일으켜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 이들 세 사람의 출마에 대해 ‘문성길’(문재인 문성근 김정길)이라고 부를 만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주통합당 신임대표로 선출된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 역시 지난 18일 부산을 찾아 최고위원회를 여는 등 ‘부산 총선’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민주통합당은 ‘부산대첩’을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동남풍을 이용해 조조를 무찌른 적벽대전에 빗대며 “정권교체의 대장정 부산에서 시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한나라당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부산 사상구, 문성근 최고위원은 허태열 한나라당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북·강서구 을, 김정길 전 장관은 이종혁 한나라당 의원 지역구인 부산 진구 을을 각각 택했다. 이들 세 주자의 ‘부산 공동 출마’로 인해 부산은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최대 승부처로 부상한 상황.
특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 문성근 최고위원 등 친노 주자가 나란히 1,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킨 이후 부산 지역 총선 결과는 향후 대선 국면에서 친노 세력의 부활 여부에도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그동안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문재인 이사장이 부산 출마를 결심한 것은 총선에서 승부수를 걸겠다는 각오다. 부산·경남권은 김두관 경남지사의 영향력이 큰 지역이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문재인 김두관 두 대권주자가 총선 이후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이사장은 “15석 가까이 의석을 가져오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으며 김두관 경남지사 역시 얼마 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두 자릿수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부산 사상구는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상태여서 한나라당에서는 문재인 이사장 돌풍을 막기 위해 ‘대항마 찾기’에 고심 중이다. 현재 김대식 전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 세 명의 예비후보가 등록되어 있으나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출마를 고려 중이어서 문재인 이사장과의 대결이 예고되고 있다. 이밖에 통합진보당의 조차리 사상구위원회 위원장과 무소속 강주만 전 부산광역시의원도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황이다.
문성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출마하는 부산 북·강서구 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0년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출마했다가 아쉽게 패한 지역이다. 문 최고위원이 이 지역을 택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전대 출마와 함께 총선 출마를 결심했다”는 문 최고위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종로 출마를 거부하고 도전했던 마지막 지역구에 내가 출마하게 돼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친박계 허태열 의원의 지역구로 한나라당 김도읍 전 부산지검 검사, 민주통합당 정진우 전 한국감정원 이사, 통합진보당 설부길 부산시당 북강서구위원회 위원장 등이 출마할 예정이다.
한편, 김정길 전 행자부 장관이 출마하는 부산 진구 을에는 이종혁 현 의원 외에 이성권 전 의원, 강치영 전 사랑의 장기기증운동본부장, 김영재 전 부산광역시의회 부의장, 이헌승 한나라당중앙당 부대변인, 김종상 전 한나라당 중앙당 부대변인 등 한나라당 출마 예정자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예상되고 있다. 이외에 민주통합당 김종윤 전 부산도시가스 노조위원장, 이덕욱 부산지방변호사회 위원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또 김경수 노무현재단 사무국장(김해 을), 송인배 전 청와대 행정관(양산) 등 친노 인사들도 부산·경남권에 출마할 예정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