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초기부터 주목을 받은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들어 자사에서 판매하는 보험 상품 덕분에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 신흥강자 출현에 대한 기존업계의 견제심리가 작용하는 것일까. 미래에셋생명이 야심차게 시작한 변액보험 사업에 대해 기존 보험업계에서 투기성과 위험성이 높은 상품으로 문제를 제기, 논란이 커지고 있다.
변액보험은 자산운용 실적과 보험금이 연계된 상품이다. 확정보험금을 주는 일반 보험상품에 자산운용을 통한 이익창출 성격을 가미시킨 것이다. 관리자가 소비자의 보험금액 중 일정액을 주식투자 등을 통해 ‘불릴 수’ 있는 형태가 최근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변액보험이다.
미래에셋생명의 변액보험 상품이 논란거리가 된 것은 주식편입가능비율을 90%로 책정했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가 투자한 보험금액의 90%를 미래에셋생명에서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활용비율이 높은 만큼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큰 셈이다. 변액보험은 일반보험상품과 달리 예금자보호대상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지면 계약자는 한 푼도 찾을 수 없다.
미래에셋생명은 주식 편입한도가 90%인 ‘행복만들기변액연금보험’이란 상품을 지난 8월5일부터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좋았던 반면 증권·생보업계의 반응은 냉담했다. 투기성과 위험성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업계에선 ‘미래에셋 박현주 회장과 윤진홍 사장이 모두 자산운용 전문가인 탓에 보험상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혹평까지 등장했다.
주식 편입한도를 90%까지 올린 상품을 내놓은 미래에셋생명측이 그 위험성을 지적하는 비판여론을 미리 예상치 못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탓에 생명보험업계에 신규 진출한 미래에셋측이 단기적 성과를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비쳐지는 분위기다.
미래에셋은 지난 6월 SK생명을 인수해 미래에셋생명으로 이름을 바꾸고 야심찬 새출발을 알렸다. 인수 직후 마포건물(옛 SK생명 빌딩)에 박현주 회장 사무실을 옮기고 이곳에서 주요 업무 처리를 해왔다. 최근 들어 전화상담요원을 3배로 늘리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부푼 기대에 비해 실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2005회계연도 상반기(4~9월) 순이익이 48억원에 그쳤다. 생보사가 전반적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다지만 간판을 바꿔달기 전인 SK생명 시절 전년 상반기(2004년 4~9월) 순이익 4백43억원의 9분의 1 수준에 머문 것은 증권·펀드업계에서 이름을 높여온 미래에셋의 자존심에 상처를 입힌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래에셋보다 변액보험 판매를 앞서 실행한 업체들은 전반적인 생보사 불황 속에서도 성과를 올렸다. 특히 메트라이프생명은 올 상반기에 3백63억원 순이익을 올려 미래에셋생명과 대조를 이뤘다. 이런 배경은 SK생명 인수 이후 보험업에서의 단기간 내 성공을 위해 미래에셋이 주식 편입한도를 무리하게 90%까지 올린 것이 거부감을 준 것으로 해석되 이어지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 변액보험 상품의 주식 편입한도가 50%인 것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생명이 얼마나 단기 승부에 집착했는가를 가늠해볼 수 있다.
변액보험 역시 보험상품인 만큼 안정적 수익률 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그러나 주식편입한도가 지나치게 높을 경우 향후 증시가 얼어붙을 때 수익률 급락의 위험이 따른다. 수익률이 악화된 상태에서 고객이 해약하면 보험료 원금조차 찾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생명 상품의 주식편입가능비율 90%는 현재 주요 생보사 변액보험상품 중 가장 높은 주식편입비율이다. 요즘처럼 증시가 활황이면 이를 통해 ‘떼돈’을 벌수도 있지만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증시가 행여 쇠락의 길로 추락할 경우 보험료 원금의 10%만을 건지게 되는 ‘최악의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상품의 투기성과 위험성이 증권·생보업계에서 지적받고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미래에셋생명은 상품 판매 두 달 만인 지난 10월5일 일시납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보험료를 매월 내는 월납 상품은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업계에선 미래에셋생명이 투기적 요소를 지닌 변액보험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생명측은 “주식 편입한도가 90%지만 현재 실제로 적용하는 편입한도는 44% 수준”이라며 “90%를 다 활용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라 밝힌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회사가 자산운용하는 입장에서 주식편입한도를 90%까지 책정하는 것은 경영상으로도 위험성이 크다”며 “고객들에게 실제 위험성은 거의 없다는 것을 면담 때마다 일일이 알려주고 있다”고 덧붙인다.
그렇다면 실제로 90%의 주식 편입을 꾀하지도 않으면서 단기적 상품가치를 높이기 위해 ‘주식편입한도 90%’란 수식어를 왜 내세운 것일까. 미래에셋생명측은 “90% 적용 케이스가 아주 없다는 것은 아니다”며 “누가 봐도 확실한 투자종목이 나왔을 땐 90%까지 갈 수 있는 것 아닌가”라 밝혔다. ‘90%’는 최대경우의 수라는 주장이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변액보험상품의 위험자산 투자 비중에 대해 적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금융당국의 행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