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진안군의 해발 500m 고랭지 진안고원. 그곳엔 특별한 밭이 있다. 오래전에 폐교된 학교 운동장을 개간하여 농사를 짓고 있는 김영일(67), 배덕희(68) 부부의 농장이다. 김영일 씨 부부는 무농약, 무경운, 무퇴비, 무제초, 무비료의 5무 농사법을 실천하는 자연 농부다. 그래서 부부의 밭은 남들이 보기엔 밭으로 보지 않을 만큼 풀이 반, 작물이 반이다.
그러나 작물이 잡초와 경쟁하면서 스스로 더 튼튼해진다고 믿는 부부에게는 잡초도 농사의 동반자인 셈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자연이 주는 만큼 일구는 삶. 두 사람은 그렇게 상생의 삶을 자연에서 체득하며 살아간다.
서울에서 큰 규모의 건축 인테리어 사업을 했던 김영일 씨는 13년 전 귀향했다. 부친이 돌아가신 뒤 영일 씨는 평소 부친이 하시던 말씀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농약 안 준 거야. 건강한 농산물이니 애들 먹여라.' 늘 자연에서 그대로 거둔 농작물들을 서울로 올려보내 주시던 아버지. 결국 땅이 곧 가족의 생명이라 말씀하시던 부친의 유지를 받들기로 결심했고 아버지의 땅에서 아버지의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자연 농부의 길을 걷게 됐다.
김영일 씨는 틈틈이 아내 배덕희 씨와 함께 꽃을 심고 가꾼다. 자연에 들어와 살며 낭만을 되찾았다는 영일 씨. 꽃을 좋아하는 건 아무래도 부전자전인 듯하다. 생전에 농사짓는 짬짬이 작은 꽃동산을 가꾸셨던 부친은 '나 죽은 뒤에 이 땅에 묻어라' 유언을 남기셨고 영일 씨는 밭 한쪽에 돌아가신 부친을 모셨다.
지금도 정원에서 풀을 뽑으며 땅을 통해 부친과 대화한다는 영일 씨. 부친이 일구고 영일 씨가 지키는 생명의 땅은 이따금 방문하는 자녀들과 손자들에게도 최고의 쉼터가 됐다.
올겨울 김장에 필요한 무와 배추를 남들보다 열흘이나 일찍 심는 김영일 씨 부부. 오로지 땅심으로만 작물을 키우는 탓에 흙 속 양분을 더 오래 먹고 자라라는 부부의 배려다.
일찍 심게 되면 싹을 틔우자마자 벌레와 주변 동물들이 먼저 배를 채우지만 그 또한 자연의 일이다. 그래서 부부는 '땅이 한 알, 하늘이 한 알, 농부가 한 알 먹는다'는 마음으로 넉넉하게 파종한다.
낫과 호미를 들고 자연 앞에 겸손하게 허리를 굽힐수록 만족과 행복이 찾아오더라는 부부. 흙이 가르쳐준 안분지족의 삶이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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