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대우조선해양의 중공업 사관생도들에 대한 교육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사진제공=중공업사관학교 |
대우조선해양 중공업사관학교는 지난 1월 5일 남상태 대표를 비롯해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 권민호 거제시장 등 정부기관 및 지역인사들을 초대해 입학식을 성대하게 치렀다. 이 자리에는 1기로 선발된 104명의 학생과 학부모를 비롯해 400여 명이 참석하고 초대가수의 축하공연까지 열려 여느 대학교 입학식 못지않은 모습이었다.
중공업사관학교는 채용부터 입학식까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물론 대중들의 이목이 집중시켰다. 대우조선해양이 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점은 국내 조선 업계 최초로 사관학교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따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수 인력을 조기에 확보해 회사 차원에서는 자체 경쟁력을 키우고 국가 차원에서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산이다. 또 학력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능력 위주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대우조선해양의 새로운 도전에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러한 중공업사관학교는 대학 진학이 당연시 여겨지는 한국사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래도 고졸’이라는 인식 때문에 포부만 거창하고 실속 없는 시도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중공업사관학교 지원자는 100여 명 모집에 무려 3199명이 지원해 약 32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들의 특징도 다른 고졸 채용과는 남달랐다.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 출신 학생 10여 명이 지원했고 내신 1~2등급 수준의 학생들도 500여 명이나 몰린 것. 대우조선해양이 경남 거제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출신 지원자도 약 30%에 달했다.
중공업사관학교 관계자는 “서류원서를 받아보니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려 고등학교 학생들도 취업에 정말 관심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지원자들을 위해 지난 11월부터 거제, 통영 지역을 시작으로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12개 지역을 직접 찾아가며 면접을 진행했는데 그 열기가 대단했다”고 전했다.
기대 이상의 결과에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학벌을 떠나 인재를 육성한다는 취지와 맞지 않게 특목고나 성적 우수자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에 중공업사관학교 측은 “채용기준은 성적이 아니다”라며 “열정과 도전정신이 인재상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었으며 조선 산업에 일찍 뛰어들어 승부를 보겠다는 미래 지향적인 인재를 뽑는 데 집중했다. 학력을 중요시했다면 고졸 채용 자체를 실시하지 않았을 것이고 앞으로도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 중공업사관학교 면접과 입학식 당시 모습. 사진제공=중공업사관학교 |
하지만 입학식까지만 해도 언론 등과 활발한 교류를 하던 사관학교가 외부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너무 많은 관심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을까 염려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며 “이들은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이다. 많은 학생들이 수능성적이 우수하다 보니 대학 수시에 합격한 학생들도 있었는데 결국에는 자신의 꿈을 찾아 입사를 선택한 만큼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회사의 역할”이라고 해명했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조금 달랐다.
대우조선해양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학생들이 완전히 정착이 된 상태가 아니다. 지금은 소양위주의 교육을 하면서 무엇을 가르치기보다는 지켜보고 있는 입장”이라며 “대학 원서를 넣은 학생도 있는데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보니 막상 대학에 합격하고 친구들과 비교가 되면 마음이 흔들릴지도 모른다”고 내부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중공업사관학교를 선택한 학생들이라고 대대적으로 광고했는데 대학 때문에 (사관학교를) 나가게 되면 회사도 모양새가 이상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며 “학생들이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 또 만약을 대비해 외부와의 접촉을 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업계에서는 어수선한 분위기는 시간이 가면 해결될 것이지만 기존의 고졸 이하 사원들과의 화합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은 중공업사관학교 외에도 또 다른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생산직 사원들을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교육 시설로, 사내 기술교육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3~6개월 동안 용접, 도장, 기계조립 등 생산현장에 필요한 기능을 배우며 교육 수료 후에는 정규직 또는 사내 협력사로 배치된다. 또 대졸 신입사원들과의 트러블도 예상되고 있다.
중공업사관학교 측은 “짧은 기간 훈련받는 사내 기술교육원과는 제도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 연봉도 대졸자와 같거나 그 이상의 대우를 할 것이다. 군대를 다녀온 남학생 기준으로 입사한 지 7년이 지나면 대졸자와 같은 급여수준이 되며 그 이후로는 모두가 똑같이 경쟁하게 된다. 어쩌면 실무경험이 더 많은 고졸자가 유리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이를 대졸 신입사원도 인지하면 더욱 열심히 노력할 테니 알력보다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 게 더 타당할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처음이라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점차 보완해 중공업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만들겠다”는 중공업사관학교가 학벌 위주의 사회에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경남 거제=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