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수만 간월호 상류 해미천에 찾아온 철새들. |
천수만으로 찾아오는 철새들은 시베리아에서 여름과 짧은 가을을 나고, 땅과 호수가 얼어붙기 시작하는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으로 먼 여행을 떠난다. 태양을 나침반 삼아서 한반도로 날아온 새들은 천수만에 이르러 대거 고단한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다. 새들의 입장에서 보면 천수만은 그야말로 천국이다.
▲ 해거름녘 간월암. |
천수만에는 무려 260종이 넘는 철새와 텃새가 공존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천연기념물 28종과 멸종위기종 10종, 환경부지정보호종 32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천연기념물로는 흑고니, 개리, 원앙, 소쩍새, 재두루미, 검독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있고 멸종위기종으로는 노랑부리백로, 참수리, 두루미 따위가 있다. 멸종위기종은 듬뿌기, 가창오리, 검은머리갈매기, 새홀리기 등이 있다. 이렇게 많은 종류의 희귀한 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천수만이다. 이런 이유로 천수만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철새도래지로 인정받고 있다.
▲ 서산버드랜드. |
사계절 철새는 찾아오는데, 이 계절에는 약 66종의 겨울철새들이 천수만에 서식한다. 환상적인 군무를 뽐내는 가창오리, 머리를 물에 박고 고개를 저어가며 고기를 잡는 노랑부리저어새, 같은 종이면서도 몸집 차이가 나는 큰기러기와 쇠기러기, 우아한 자태의 큰고니 등이 있다. 그 중 가창오리는 이곳에서 12월 중순까지 머물다가 남쪽으로 거의 내려간 상태다. 보다 따뜻해지면 2~3월 중 올라와 이곳에서 기력을 보충하고 다시 시베리아를 향해 간다.
먼 북쪽에서 날아오는 철새들이니만큼 내성이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해보지만, 내리 계속되는 추위는 분명 철새들에게도 타격이 있다. 요즘의 맹추위가 시베리아의 삭풍에 견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추운 것은 엄연한 사실. 어찌어찌 추위야 가까스로 견뎌낸다고 해도 그 뒤에 따르는 문제가 하나 있다. 호수가 얼어서 물고기 사냥을 할 수 없고, 낙곡이 땅에 달라붙어 떨어지질 않는다는 것이다. 여러 모로 새들에게 혹독한 계절이 아닐 수 없다. 새들은 서로의 몸에 기대어 의지하며 바람과 싸우고, 사람들이 뿌려주는 먹이로 생명을 지탱한다.
천수만에서는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주관으로 10월부터 2월까지 철새먹이나누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철새들이 안심하고 천수만에 머물다가 떠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이 사업 덕분에 철새들의 겨울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이러한 철새사랑은 도리어 가창오리의 집단 도래지로 유명했던 해남 고천암호의 사정과 대비된다. 고천암호는 몇 년 전, 어로활동을 허가한 이후로 가창오리들이 떠나다시피 했다.
천수만의 철새를 관찰하기 위해서는 탐조투어를 이용해야 한다. 이 역시 철새들을 위한 배려다. 개인적으로 천수만을 찾을 경우, 새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이듬해부터 찾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산버드랜드를 통해 탐조예약을 하면 버스를 타고 간월호와 부남호 일대를 돌며 많은 종류의 철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탐조버스가 출발해 농로를 따라 두 호수에 물을 대는 해미천 상류로 올라간다. 탐조에는 1시간30분이 소요된다. 쌍안경이 지급되고, 자연해설사가 동행하며 자세한 설명을 해 준다. 이따금 철새의 천적 중 하나인 살쾡이도 볼 수 있다.
▲ 해미읍성. |
서산시 해미면 읍내리에 자리하고 있는 해미읍성은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해미읍성은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1417년~1421년에 걸쳐 쌓은 성이다. 둘레 1.8㎞의 성곽을 한 바퀴 돌아보는 데 30분가량 걸린다. 성내에는 동헌과 복원된 민가 등이 있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길잡이: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서산 방면 29번국도→안면도 방면 40번국도→천수만.
▲먹을거리: 천수만 간월도 앞에 굴밥을 잘하는 집이 있다. 큰마을영양굴밥(041-662-2706)이 그곳이다. 손님상마다 새로 돌솥에 밥을 지어 올린다. 쌀과 함께 넣는 굴, 호두, 은행, 밤, 대추 등 재료가 아주 실하고 풍부하다. 큰마을영양굴밥이 자리한 간월도 부근에는 횟집도 즐비한데, 요즘은 간자미회무침이 일품이니 한 번 꼭 맛들 보고 가시길.
▲잠자리: 부석면 창리 쪽에 황금펜션(041-662-1483), 간월도리에 현대민박(041-662-2724)·철새마을민박(041-663-7572) 등이 있다.
▲문의: 서산버드랜드(http://www.seosanbirdland.kr) 041-664-7455. 서산시청(http://seosantour.net) 041-660-2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