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중학교 교사가 휴대전화를 이용해 지하철 등지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것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2월 3일 여성의 다리 등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경기도 부천 소재의 한 중학교 교사 A 씨(31)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조사 결과 A 씨는 2년 6개월간 22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500여 건의 동영상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직 교사의 몰카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2월 전남 진도의 모 고교교사는 영화관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몰래 촬영하다 발각돼 교육당국으로부터 파면을 당했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서울 모 초등학교의 원어민 영어교사가 지하철 역 계단을 오르는 여성들을 몰래 촬영해 적발되기도 했다. 잇따른 현직 교사들의 ‘몰카’ 사건 속으로 들어가봤다.
경기도 부천시의 모 중학교 영어교사로 재직 중이던 A 씨는 학교에서는 평범한 교사였다. 그런 A 씨가 ‘몰카’의 유혹에 빠진 것은 2009년 4월부터였다. 인천에 거주하면서 부천 소재 학교로 출·퇴근 하던 A 씨의 주 무대는 지하철 역내였다.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내리는 여성의 뒤에서 치마 속 속옷을 찍거나 엘리베이터 안에서 여성의 다리를 몰래 촬영했다.
처음 재미로 시작해 점차 그 스릴감에 빠져든 A 씨는 인천·부천지역을 벗어나 서울의 지하철로 활동 반경을 넓혀갔다. 이번에 적발된 동영상 역시 대부분 서울 지하철 전역에서 촬영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활동반경만 넓힌 것이 아니었다. 그 범행 수법도 점차 대담해졌다.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던 것에 그치지 않고 성추행으로 이어진 것이다. A 씨는 지하철에서 졸고 있는 여성의 옆으로 다가가 다리와 허벅지를 만지고, 이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보관했다. 심지어 휴대폰 게임에 정신이 팔린 여성에게 다가가 엉덩이를 만지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조사 결과 A 씨가 이런 식으로 추행한 여성만 5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몰카의 희열에 빠져 계속되던 A 씨의 범행은 지난해 경찰에 덜미가 잡히며 막을 내렸다. 지난해 10월경 퇴근길로 붐비던 지하철 1호선 서울역에서 A 씨는 이날도 몰카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A 씨를 주시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서울지방경찰청 사복경찰들이었다. 출·퇴근길 성범죄 예방을 위해 순찰 중이던 경찰은 A 씨의 모습을 수상하게 여겨 뒤따라갔다. A 씨 바로 뒤에서 지켜보던 경찰은 에스컬레이터에서 앞선 여성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하던 A 씨를 현장에서 검거했다.
이후 검찰에 송치돼 조사를 받던 A 씨는 휴대전화 메모리카드 속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그간의 모든 몰카 행각이 드러나게 됐다. A 씨는 2009년 4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약 2년 6개월간 220여 명의 여성을 상대로 몰래 동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4GB 분량의 메모리카드에는 500여 편이 넘는 동영상이 저장돼 있었다.
이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A 씨의 범행이 자신이 근무하던 학교에서도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동영상 속에는 옆자리에서 근무하는 동료 여교사의 다리와 계단 청소를 하는 학생의 치마 속을 몰래 찍은 영상들이 발견됐다. 심지어 피해자 중에는 학부모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검찰 조사에서 “한동안 참고 견디기도 했으나 유혹을 떨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의 몰카 사건이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현직 교사의 몰카 사건이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2월에도 현직 고교교사가 여자화장실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구속된 일이 있다. 전남 진도군의 모 고등학교 교사인 B 씨는 순천의 한 영화관 1층 여자화장실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용변을 보는 여성의 모습을 촬영했다. B 씨가 한 달 동안 영화관과 도서관 내 화장실에서 촬영한 여성만 4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에서 B 씨는 “성적 충동을 해결하기 위해 이와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에 앞서 B 씨는 지난 2007년에도 서울 지하철에서 계단을 오르는 여성을 촬영하다 붙잡혀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전남 순천경찰서는 지난해 2월 7일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해 여자화장실을 몰래 촬영한 B 씨를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전남도교육청도 지난해 5월 B 씨에 대한 인사징계위원회를 열어 그를 파면조치했다.
지난해 7월 서울에서는 외국인 원어민 교사의 몰카 행각이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서울 모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교사인 J 씨(29)는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50분께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출구에서 여자 2명의 뒤에서 치마 속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몰래 찍었다. J 씨의 몰카 행각은 ‘웬 외국인이 지하상가에서 치마를 입은 여자를 따라다니며 사진을 찍는다’는 시민의 신고로 적발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몰카를 찍고 있던 J 씨를 붙잡았다.
경찰 조사결과 J 씨는 휴대전화에 길을 지나가는 여자의 뒷모습이 담긴 사진 100여 장과 동영상 2건을 저장·보관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하철역 계단을 오르내리는 여자들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J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