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혜택 받지도 못해…조건 충족 안 하면 결국 기본 금리
최근 기준금리 상승으로 고금리 예‧적금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러 조건들을 충족해야만 고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상품이 많아 혜택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또 조건을 제외하고 가입하면 기본금리가 적용되는데 이는 애초에 은행이 광고했던 금리와 차이가 커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혀 예‧적금 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소비자들의 은행 예‧적금 상품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정기예적금이 전월 대비 34조 1000억 원이 늘었다. 이는 2001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고금리의 예‧적금 상품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적금에 가입한 직장인 조 아무개 씨(32)는 “최고금리만 보고 가입했는데 랜덤으로 금리코드를 받아 금리가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앱을 통해 룰렛을 돌려 나오는 금리로 적용이 됐는데 아주 낮은 금리는 아니었지만 최고금리의 절반 정도 되는 금리밖에 받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최고금리를 보장받기 위한 예‧적금 상품들의 조건들을 살펴보면 △은행 신용카드 실적 △펀드 신규가입 후 입출금통장 펀드 납입금 자동이체 △첫 거래 우대 △스마트뱅킹 가입 △청약통장 가입 △나이 등으로 다양하다.
지난 19일 기준 적금 상품(12개월 기준) 중 최고금리가 가장 높았던 상품은 금리가 13.2%인 광주은행의 ‘행운적금’이다. 이 적금의 기본금리는 3.2%로 최고금리와 10%포인트(p)나 차이가 난다. 행운번호 추첨을 통해 우대금리 10%p를 더 제공하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는 없다.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는 최고 금리가 10%에 달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 보장받는 기본금리는 1.8%에 불과하다. 이 적금은 우리카드 사용 실적을 달성하고, 자동이체 등록 또는 교통카드 사용 6개월 이상 등 조건이 있다.
시중 주요 은행의 적금 상품 중에도 조건에 따라 금리가 달라지는 상품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우리은행의 ‘우리 Magic 적금 by 롯데카드’는 우리은행과 제휴한 롯데카드를 발급받아 적금 가입일 월초부터 최종 만기일 전월까지 600만 원 이상을 사용하는 등의 조건을 만족해야 우대금리를 보장받는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가 2.5%에 우대금리를 적용하면 최고 8%의 금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마이홈 적금’은 기본금리가 1.9%인데 최고 금리가 5.8%다.
기본금리와 최고금리가 동일한 상품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금 상품들은 기본금리와 최고금리의 차이가 있었다. 적금 상품 가운데 최고 금리가 10% 이상인 상품들은 기본금리가 약 1.8~4.05%로 적게는 6%p 많게는 10%p의 금리 차이가 났다. 최고금리가 4~8%인 적금 상품들은 기본금리가 1.5~4.5% 정도로 1%p 미만에서 7%p 정도 금리 차이가 있었다.
정기예금 상품은 적금에 비해 기본금리와 최고금리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지난 19일 기준 은행연합회가 공시하는 19개 은행의 정기예금 중 가장 금리가 높은 상품은 대구은행의 ‘DGB함께예금’으로 최고 연 4.95% 금리를 제공한다. 이 상품은 통장보유, 청약상품보유, 인터넷 뱅킹 가입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4.95%의 최고금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최고금리와 기본금리의 차이는 0.4%p다. 타 은행들의 정기예금 상품들도 기본금리와 최고금리 차이가 없거나 1%p 미만이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도 마진을 생각하고 상품을 출시해야 하다 보니 일부 상품들에 조건을 붙이는 경우가 있다”며 “신규 고객 유치나 특정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들은 영업 전략 차원에서 조건을 달기도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다른 관계자는 “일부 상품들만 조건이 있지 조건이 없는 상품도 많다”며 “조건이 붙어도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은 대부분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제 금융 전문가들은 조건에 따른 우대금리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특정 조건에 따른 우대 금리는 전체 예‧적금 금리가 높아 보이게 하지만 실제로 이 혜택을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우대 금리가 커지면 대출금리에도 영향을 줘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은 더 어려워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현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예‧적금 상품에 신용카드 실적을 채우거나 어떤 상품을 구매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려고 예‧적금을 가입하는 건데 오히려 소비를 조장하는 셈이 된다”고 말했다. 강 사무처장은 “기본금리 자체를 많이 보장해주거나 실속 있는 상품들을 공급할 필요가 있다”며 “금감원에서도 조건이 붙는 예‧적금 상품들에 대한 소비자 수요나 평균 이자 등을 조사해 규제 및 공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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