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치 온천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겨울의 소양강. |
한파의 기습에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소양강으로 길을 나선다. 동 트기 전 도착을 목표로 삼는다. 그래야지만 소양강의 변화무쌍한 모습을 온전히 담아 올 수 있다. 소양강은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지독한 안개를 생산해낸다. 차가운 공기가 따뜻한 수면의 습기를 빨아들이면서 안개를 발생시키는 것이다. 수면과 공기 사이의 기온차가 클수록 안개의 장력은 강해진다. 제대로 된 소양강의 안개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서리꽃을 보려면 최소한 영하 15도 가까이 떨어져야 한다.
▲ 소양강의 물안개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추위도 아랑곳 않는 사진가들. |
해가 뜨기 전에 도착하면 삼각대를 펼칠 곳은 소양5교 아래 방죽이다. 소양5교 쪽에서는 해를 정면에 두고, 소양3교 쪽에서는 해를 등에 지고 촬영을 하게 된다. 물안개와 일출의 드라마틱한 조화를 보기에는 소양5교 쪽이 당연히 낫다. 소양5교의 촬영지점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소양5교에서 내려다보면 소양강댐 방면으로 방죽이 길게 놓여 있다. 자동차가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게 잘 닦인 방죽이다. 이 방죽을 따라 소양강을 동쪽에 두고 계속 나아가다보면 습지가 형성된 지점이 보인다. 자신만의 개성적인 프레임을 완성할 수 있는 곳에서 걸음을 멈추고 때를 기다리면 된다.
▲ 소양6교 주변의 물안개 풍경도 좋다. |
방죽에서 풍경을 담던 일부는 강으로 내려가 더 멋진 작품을 완성하려 한다. 강에서 휴식을 취하던 기러기와 오리류가 그 기척에 놀라 푸드덕 날아오른다. 달갑지 않은 불청객 때문에 그들의 아침이 언짢다.
강으로 내려갔던 사람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다시 방죽으로 올라온다. 소양댐에서 방류를 곧 시작한다는 안내방송이다. 거의 매일 아침 8시경 소양댐에서 수문을 열고 강에 방류를 한다. 댐에서 소양5교까지 방류된 물이 내려오는 데는 약 20~30분 정도 걸린다.
방류된 물이 강의 폭을 넓힐 때, 안개는 극에 달한다. 마치 거대한 온천에서 수증기가 마구 피어나는 것처럼 안개가 펄펄 끓는다. 그 강물이 정말로 뜨거운 것이나 아닐는지 착각이 들 정도다. 피부를 도려낼 듯한 추위를 피해 그 강물에 첨벙 뛰어들어 언 몸을 풀고 싶어진다.
댐 방류 후부터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안개가 아니라 서리꽃이다. 습지의 나무와 풀에 안개가 달라붙어 마치 눈꽃처럼 피어나는 그것, 일명 상고대라고 불리는 서리꽃이 필 때다. 그러나 그것은 좀처럼 사람들에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애석하게도 이번 겨울엔 특히 서리꽃이 예년에 비해 덜 피고 있다. 대체 어디까지 더 수은주가 내려가야 그 ‘비싼’ 몸을 공개할 것인지 야속하기만 하다. 그러나 그것을 보면 본대로, 못 보면 못 본대로 소양강 아침나들이는 감동으로 남는다.
▲ 청평사 회전문. 왼쪽은 청평사 공주탑. 상사뱀이 죽고 난 후 공주가 그 뱀을 위해 쌓은 탑이다. |
소양댐 방면으로 길을 달리다보면 소양6교를 지나게 되는데, 그 근방도 물안개가 아주 좋다. 습지도 넓게 분포해 있어서 이 일대를 나만의 ‘포인트’로 삼아보는 것도 괜찮겠다.
소양댐으로 올라가면 선착장이 하나 있다. 양구방면으로 유람선이 운항한다. 이 유람선은 가까이 있는 청평사에도 잠시 들른다. 청평사는 육로로 돌아가면 약 30분을 달려야 하지만, 유람선을 타면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청평사는 오봉산(779m) 기슭에 자리한 작은 절이다. 고려 광종(973년) 때 창건된 이 절은 조선 명종 때 보우선사가 중창복원했다. 청평사는 산책하기 참 좋은 절이다. 아홉 가지 소리를 내는 높이 9m의 구성폭포를 도중에 만나고, 계곡과 함께 걷는 길이 내내 이어진다.
청평사에는 보물 제164호로 지정된 회전문이 있다. 청평사의 사천왕문 격인 것으로 공주와 평민 청년의 사랑이야기다. 공주를 사모하던 청년이 죽어 뱀으로 환생했는데, 공주를 찾아 청평사 회전문을 들어서다가 벼락에 맞아 다시 한 번 죽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길잡이: 서울춘천간고속도로 춘천분기점→춘천 방면 중앙고속도로→춘천IC→순환대로 따라 화천·양구 방면 직진→천전IC에서 우측 방면→신샘밭로 따라 2㎞→소양5교.
▲먹을거리: 춘천하면 닭갈비다. 닭갈비명소로는 춘천중앙시장 근처 명동닭갈비골목이 첫손에 꼽힌다. 200여 개의 닭갈비 점포가 모여 있다. 우성닭갈비(033-254-0053), 일점오닭갈비(033-253-8635) 등이 유명하다.
▲잠자리: 소양5교와 가까운 천전리에 모텔브리즈(033-242-4471), 로즈파크(033-241-1422)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문의: 춘천시청 033-253-3700, 관광안내센터 033-255-0088. 소양호선착장 033-242-2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