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현 부사장이 2년간 준비해온 패스트패션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명동에 곧 오픈된다. 김미류 인턴기자 kingmeel@ilyo.co.kr |
▲ 이서현 부사장. 연합뉴스 |
제일모직은 SPA에 이어 아웃도어에도 도전장을 내밀 예정이다. 기존 브랜드를 내세워 ‘빈폴아웃도어’를 계획하고 있는 것. 빈폴아웃도어는 20~30대 젊은 세대를 타깃으로 한다. 현재 백화점과 독립매장(가두점) 20개가 준비된 상태로 1호점을 어떤 곳으로 결정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빈폴아웃도어의 도전은 트렌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아웃도어가 일상생활에서도 입기 시작하면서 선호하는 연령층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기존의 브랜드는 40~50대를 타깃으로 하고 있어 이러한 젊은 세대의 취향을 맞추기 어려운데 빈폴아웃도어는 틈새시장을 잘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미 해외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뿐만 아니라 트렌디 캐릭터 브랜드 ‘에피타프(epitaph)’도 정식 론칭을 앞두고 있다. 에피타프는 기존 제일모직이 운영해오던 여성복 브랜드 ‘구호’와 ‘르베이지’나 유러피안 클래식 브랜드 ‘데레쿠니’와 달리 20~30대 여성을 겨냥하고 있어 여성복 부문에서도 한층 젊어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의 이러한 행보는 최근 패션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모습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일반적으로 새로운 내셔널 브랜드를 선보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또 경기침체 속에서는 성공 불확실성 때문에 론칭을 꺼려한다. 때문에 전반적으로는 국내외에서 브랜드 파워를 인정받은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는 것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업계에서는 “새로운 국내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걱정스럽기도 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내를 대표하는 제일모직이 만약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를 냈을 경우 패션업계 전체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인 것. 게다가 제일모직이 해결해야 할 문제도 몇 가지 있다.
우선 신규 론칭 브랜드가 세 개나 된다. 시즌별 하나의 브랜드를 시장에 내놓는 것이 관례다 보니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더욱이 해외 브랜드 수입도 아닌 내셔널 브랜드로만 구성돼 있고 SPA, 아웃도어 등 처음으로 진출하는 분야이기에 시행착오를 거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특히 ‘에잇세컨즈’는 패션시장의 격전지라 불리는 명동에서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이미 명동은 스파오(SPAO, 한국), 자라(ZARA), 망고(MANGO), H&M(이상 스페인), 갭(GAP, 미국), 유니클로(UNIQLO, 일본) 등 국내외 유명 브랜드가 한 자리에 모여 전쟁을 치르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국내브랜드의 활약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탓도 있지만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선두그룹을 따라가긴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여기에 대기업인 제일모직이 뛰어들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다른 기업들도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에잇세컨즈’가 명동에서 성과를 내지 못 할 경우 제일모직이 목표하고 있는 글로벌화에도 지장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명동은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다양한 반응을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국내외 기업들이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여는 것도 신제품 반응 테스트가 주요 목적으로, 이곳에서 선보이는 제품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을 경우 사업을 접기도 한다.
또 하나 이 부사장이 넘어야 하는 난관은 사촌지간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과의 경쟁구도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 많아 늘 라이벌로 거론됐다. 둘 다 디자인을 전공해 이 부사장은 삼성그룹의 패션사업을, 정 부사장은 신세계 패션사업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두 사람의 패션사업은 어느 누가 우위랄 것 없이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정 부사장은 패션 멀티숍인 ‘분더숍’을 성공시켰고 청담동 갤러리아백화점 건너편에 위치한 수입 명품거리를 장악해 ‘정유경 패션타운’으로 만들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이 부사장 역시 해외 브랜드 수입에만 집중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셔널 브랜드를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두 사람 모두 패션사업을 확장하는 추세이기에 언제 어디서 부딪칠지 몰라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에 제일모직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준비하는 것들은 단시간 내 성공을 바라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해외 브랜드 수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고 내셔널브랜드에 접목시키기도 했다”면서 “몇 년의 시간이 걸리겠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내셔널 브랜드를 키워 세계무대에 내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밝혔다.
박민정 기자 mm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