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바뀌고 사장 장기간 공석 거치며 동력 잃어…노조 “경제·재무적 타당성 확보 안돼” 반대도
SH공사는 직원 수가 약 1350명에 달하는 대형 공공기관으로 임대주택 관련 업무를 한다. 연간 공사에 방문하는 사람 수도 공사 자체 추산 10만 명에 달한다. 서울시는 SH공사 이전이 마무리되면 유동인구 유입 등으로 5년간 4800억 원의 직·간접적 경제효과, 4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사 이전으로 지역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중랑구는 SH공사의 이전에 적극적이다. 2020년 9월 서울시-중랑구-SH공사가 이전협약을 체결한 후 같은 해 11월 ‘서울특별시 중랑구 서울주택도시공사 이전 및 촉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됐다. 12월에는 지구단위계획 변경안도 수정 가결됐다. 당초 2종 일반주거지를 준주거지로 바꾸고 기존 학교시설을 폐지, 업무시설이 들어설 수 있게 밑그림이 그려진 것이다. SH공사 신사옥은 전체 건축면적 4만㎡ 규모에 사무실뿐 아니라 600석 규모의 공연장(지하 4층, 지상 15층 규모)도 계획됐다.
하지만 오세훈 시장으로 서울시 수장이 바뀌고, SH공사 사장 자리가 약 7개월간 공석인 상태가 이어지면서 SH공사 사옥 이전은 동력을 잃었다. 김세용 전 SH공사 사장이 지난해 4월 보궐선거 당일 사임했고, 오세훈 서울시장 부임 후 SH공사 사장 후보로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을 임명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다주택 논란이 불거지며 자진사퇴했다. 현 김헌동 사장이 2021년 11월 뒤늦게 취임했으나 사옥 이전과 관련해서는 기대했던 것만큼 진척이 없는 상태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민병주 위원장(국민의힘)은 지난 9월 SH공사에 대한 주요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오세훈 시장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중랑구 공약사항으로 ‘SH공사 신속 이전을 통한 신내·망우동 균형발전 촉진’을 제시했다”며 “SH공사는 주요 현안업무 보고자료 어디에도 이전에 관한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하며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고 비판하기도 했다.
SH공사 노조의 반대도 거세다. SH공사 노조는 “지방공기업평가원이 진행한 SH공사의 신사옥 건립사업 타당성검토 결과, 경제적·재무적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왔다”며 “멀쩡한 사옥을 두고 시민 접근성마저 철저히 무시한 채,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입하면서 사옥을 옮기려는 작태가 과연 제정신인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 SH공사 노조 측은 사측이 이전 계획을 세우면서 “노조 측에는 한마디 상의도 없었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SH공사 노조 관계자는 “서울시와 지역구가 밀실에서 계획을 해 발표했다”며 “1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이전하는 게 맞는 것인지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지방공기업평가원이 내놓은 타당성 검토 결과 신사옥 건립 비용은 총 4371억 원으로 개포동 사옥 매각대금 3200억 원을 제외하면 1171억 원이 추가로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지난 5년간 공사의 임대주택사업 손실이 1조 9000억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사옥 이전은 경제적·재무적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당초 계획과 달리 서울시와 SH공사가 고밀도 개발 작업에 착수하면서 공사 이전 계획은 더 늦어질 전망이다. SH공사 측은 공사 이전에 따른 수요분석‧용도지역 상향‧사업시행방식 검토 등을 통해 고밀도 복합개발을 이뤄 지역의 랜드마크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복합개발사업은 산업, 상업, 업무, 주거 등 2개 이상의 용도가 복합된 개발사업을 말한다. 이에 따라 예상 착공 시기는 2025년으로 또 늦춰졌다. SH공사 관계자는 “재원 문제도 있고 사업성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서 지연됐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밀도 복합개발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고 11월 중 계약해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박승진 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각 기관별 소통의 부재로 지지부진했다. (SH공사) 본사 인원 전체가 다 이전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도 합의가 안됐다”며 “원안대로 갈 것을 요청했지만 고밀도 복합개발 용역을 발주했다고 하고 이견이 여전히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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