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빵을 찌는 동안 강변에서는 트랙터 타기가 진행된다. |
찐빵도 만들고 트랙터도 타고 신나는 하루
경기도 양평군은 농촌체험마을 프로그램이 전국에서도 가장 자리를 잘 잡은 곳이다. 양평군에는 모두 스무 곳쯤 되는 농촌체험마을이 있다. 계절에 따라 휴지기를 갖는 마을도 있지만, 이 겨울에도 열 군데에서 다양한 체험거리를 선보이고 있다. 봉상리 수미마을도 그 중 하나다.
수미마을은 사계절 농촌체험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봄에는 산나물뜯기와 딸기따기, 여름에는 뗏목타기와 민물고기잡기, 가을에는 허수아비만들기와 추수 등의 체험이 진행된다. 겨울에도 당연히 계속된다. 연날리기, 조약돌탑쌓기, 트랙터타기와 함께 찐빵만들기로 하이라이트를 장식한다.
체험은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서 오후 3시30분에 끝난다. 무대는 흑천 변 마을체험장이다. 먼저 오전에는 연날리기와 조약돌탑쌓기가 이어진다. 미리 만들어진 연에 소원을 써서 하늘 높이 날리며 임진년의 희망을 키운다. 가끔 연싸움이 붙기도 하는데, 이때면 가족 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다. 가족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서 꽤 진지한 연싸움이 된다. 흥미진진한 대결이 끝나면 강가로 가서 조약돌탑쌓기를 한다. 이 조약돌에도 소원을 써서 탑을 쌓는다. 동글동글해서인지 탑이 높이 올라가지 않고 툭 하면 허물어지기 일쑤. 그러나 그래도 가족들은 즐거운지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놀다보면 배꼽시계가 점심을 알린다. 수미마을에서 잔치국수와 빙어요리, 막걸리 등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내놓는다. 아이들은 나가서 빨리 또 놀고 싶은데, 막걸리를 들이키기 시작한 어른들 때문에 시간이 지체된다.
오후는 학수고대하던 찐빵만들기로 열린다. 반죽에 단팥고명을 넣고, 나만의 찐빵을 만들어간다. 아이들은 마치 찰흙을 가지고 놀 듯 반죽을 조몰락거리며 기묘한 찐빵을 빚는다. 단팥알맹이 큰 것을 찾아내 반죽 겉에다 붙이며 얼굴을 만드는가 하면 위대한 창조주들은 토끼, 곰, 개, 독수리 따위의 동물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체험장 바깥에서는 떡메 내리치는 소리가 쿵쿵 들린다. 소싯적에 떡메 좀 쳐 봤다는 아버지들이 호기 있게 도전한다. 체면이 있으니 다들 열심히 쳐 대지만, 이튿날 아침 찾아올 근육통은 어쩌려고 그러는지 걱정이 앞선다.
찐빵을 만들면 쪄야 한다. 이 시간에는 강변에서 밤과 고구마를 구워먹거나 트랙터를 타면서 논다. 특히 트랙터타기가 인기다. 작은 돌멩이 하나의 충격까지도 몸이 고스란히 흡수해야 할 정도로 형편없는 승차감이지만, 그게 묘미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트랙터 위의 아이들은 좋다고 아우성치며 난리다. 짧은 겨울해가 더욱 아쉽기만 한 수미마을의 하루는 이렇게 끝난다.
김동옥 여행작가 tour@ilyo.co.kr
▲문의: 수미마을 031-775-5205. 양평농촌체험예약 http://www.ypnad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