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춘구 에듀박스 회장은 교육과 게임의 연계사업에 본격 투자할 방침이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지난 2월 2일 (주)에듀박스는 국내에서 출판한 영어교재 전문 브랜드 ‘클루앤키(Clue&Key)’ 교재를 터키 태국 등에 수출한다고 밝혔다. 영국이나 미국이 아닌 왜 우리 걸? 에듀박스 박춘구 회장(52)의 설명을 들어보자.
“영·미권 교재에는 티처스 가이드(Teacher’s Guide·교수법)가 없습니다. 학생들이 네이티브(Native·원어민)이기 때문이죠. 비영어권에선 우리 교재가 더 가르치기 좋습니다.”
에듀박스는 지난 13일 스마트폰을 이용한 화상영어 학습 서비스도 시작했다. ‘글로벌&스마트’로 방향키를 잡은 에듀박스 박춘구 회장의 ‘경영항해록’을 소개한다.
“처음 밝히는 겁니다만, 제가 인문계고에 진학했다가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니고 2년 넘도록 절에 단청 그리는 일을 했습니다. 숙련공이 될 때쯤, 이게 아니라는 생각에 스무 살이 돼서야 광주상고에 진학했죠. 늦게 공부를 시작하는 터라 잘해야겠다는 집념에 입학 전 주산·부기학원을 다녔고 첫 시험에서 상위권에 들었어요. 아, 하면 되는구나. 돌이켜보면 그때 그 시련을 이겨냈기에 오늘이 있는 듯합니다.”
박 회장은 당초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이제한에 걸렸다. 그는 대학(전남대 회계학과)으로 진로를 틀었다. 역시 고학으로 대학을 졸업한 그는 1988년 대기업(LG 계열 금성소프트웨어)에 입사할 수 있었다. 그는 또 다시 이를 악물었다.
“여기서 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끊임없이 노력했습니다. 회계팀에서 제일 중요한 게 세무입니다. 세법 예규를 달달 외웠어요. 나름대로 세법 전문가가 됐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습니다.”
1999년 세무회계팀장을 끝으로 금성을 나온 박 회장은 ‘스타크래프트’로 유명한 게임회사 한빛소프트웨어에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로 합류한다. 그리고 2002년 그는 방과후 컴퓨터 교실 사업이 주력인 에듀박스(옛 코네스) 인수를 주도한다.
“지금은 이상하게 생각되겠지만 당시 게임은 성인들의 전유물이었죠. 그럼 성인이 되기 전에 우리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게 뭐냐. 컴퓨터 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알려야 한다는 큰 그림을 그렸습니다. 게다가 잘나가는 회사보다는 부실한 회사를 내 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는 꿈도 있었습니다.”
한빛이 에듀박스 경영권을 인수한 뒤 그가 대표이사로 파견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부실 회사를 정상궤도에 올려놓는 것은 창업보다 더 어려웠다.
“그동안 피폐된 회사에 안정감을 주기 위해서 강사 600명을 포함해 800명을 정규직화했습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 전국 350개 학교에 파견 나가 있는 직원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현장에서 전자결재가 가능하도록 했고요. 그 당시 저는 오전에는 에듀박스에서 회의하고 오후에는 한빛에 가서 일하고…. 한 3년여 일을 두세 배 했습니다.”
이런 박 회장의 열정으로 에듀박스는 2002년 적자에서 2003년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2004년엔 영업이익이 5억 원대에서 16억 원대로, 3배 이상 늘어났다. 박 회장은 이어 영어학원 사업에 뛰어든다.
“컴퓨터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데 해외 정보는 다 영어입니다. 그 다음 사업이 글로벌 인재 육성, 영어학원 쪽으로 가닥이 잡히죠. 한데 영어를 배웠다는 사람들이 말을 못해요. 말하기를 먼저 가르치자. 귀 뚫고 말 틔운 다음에 받아쓰는 건 나중에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해서 실용영어 전문 학원 ‘토킹클럽’을 시작했습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에듀박스가 영어 전문 회사도 아니었기에 브랜드가 시원찮았다. 2005년 초에야 유명 영어강사인 이보영 현 에듀박스 언어공학연구소 소장을 영입, ‘이보영의 토킹클럽’이 탄생했다. 이를 통해 에듀박스 매출액은 400억 원대에 안착할 수 있었다. 이후 에듀박스는 유아영어 화상영어 등 다양한 교육 전문 콘텐츠를 선보이며 최근까지 매년 500억 원 안팎의 매출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지난 10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사실 수익구조 개선은 못 시켰습니다. 가능성을 바라보며 지속적인 투자를 해와 수익성이 결여됐던 탓이죠. 이제 세계시장에 교육으로 특화된 게임이 출시됩니다. 제가 게임과 교육을 잘 아니까 ‘에듀테인먼트’가 가능한 거죠. 태국 터키 베트남 대만 등 비영어권에 영어교재 수출을 본격화하고 스마트 화상영어를 확대하는 등 최고의 교육기업으로 거듭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스마트 기기를 타고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에듀박스. ‘박춘구호’의 미래가 기대된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
열공 앞서 목표 세워라
1. 목표를 정하고 공부를 하라. 토익 점수가 890점인 젊은이가 우리 회사 영어 선생님에 지원했는데 면접에서 보니 영어로 말 한마디 못하더라. 뽑힐 수가 없다. 나는 상고에 가기 전에 주산 부기 학원을 다녔다. 어떤 분야든 목표를 정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
2. 멘토를 정하라.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잘나가는 선배든 삼촌이든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고 지도해줄 수 있는 멘토를 정해야 한다. 멘토와 자주 만나며 조언을 받아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