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인천나누리병원 |
골반과 대퇴부를 연결하는 엉덩이 관절, 즉 고관절은 우리가 서 있거나 걸어 다닐 수 있게 도와준다. 어깨관절 다음으로 우리 몸에서 운동범위가 큰 관절 부위다. 이 고관절 부위는 두꺼운 인대가 감싸고 있어 무릎 등 다른 관절보다 쉽게 나빠지지 않는다. 무릎관절과 비교해 고관절 질환은 발병 비율이 8:2 정도로 낮다. 하지만 일단 발병하면 잘 낫지 않아 고생스럽고, 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은 질환이다. 고관절 통증을 허리 통증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흔하다.
김민영 인천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소장은 “허리와 엉치 통증이 찾아오면 대부분 ‘디스크’ 등 허리 이상을 의심해 조기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퇴행성관절염, 외부 충격으로 인한 외상, 잘못된 생활습관 등으로 고관절 질환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2005~2009년 고관절 수술 환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고관절 수술 건수가 2005년 1만 5008건에서 2009년 2만 3615건으로 5년 사이에 1.57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같은 기간에 1.47배, 여성은 1.65배 증가해 여성의 증가율이 더 높았다.
사타구니 앞쪽이 뻐근하고 많이 걸었을 때 고관절이 쑤시는 증상이 있다면? 겨울철이면 관절질환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런 증상이 있을 때는 대표적인 고관절 질환인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의심된다. 앉거나 누워 있을 때는 훨씬 편안하다. 고관절 질환의 약 70%가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알려져 있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고관절 부위에 심한 통증이 찾아오면서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회전하는 데 장애가 생긴다. 나중에는 양반다리 자세를 하지 못하고, 관절이 주저앉아 다리가 짧아지기도 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고관절 머리 부분의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해 뼈가 괴사하는 병이다.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많다. 또한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거나 관절염 등으로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남용하는 경우, 사고로 인한 고관절 골절 등도 한 원인이다.
문제는 초기에는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고, 주된 증상인 고관절 부위 통증은 괴사가 많이 진행된 후에야 괴사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초기에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허리디스크로 인한 신경통 증상과 비슷하다 보니 모르고 방치할 수 있다.
또한 엑스레이 촬영으로 나타나지 않아 정밀검사를 하지 않으면 진단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때문에 고관절이나 허리 주변 통증이 있을 때는 정확한 검사를 받는 받아보는 것이 좋다.
과체중이거나 상체비만 등인 중장년층은 퇴행성 고관절염 예방에 신경 쓰는 것이 좋다. 관절의 노화나 충격으로 인한 외상, 반복적이고 무리한 자세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 특히 여성이나 노인은 관절을 지탱하고 보호해 주는 근육이 적기 때문에 고관절 퇴행이 빨리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빙판길이 많을 때는 고관절 골절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많다. 추운 날씨에는 관절이나 근육이 잔뜩 굳어 있어 골절을 당할 확률이 더욱 높다. 갑자기 넘어졌는데 걷기 힘들 정도로 통증이 있다면 고관절에 골절이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 넘어지지 않으려면 잘 미끄러지는 신발은 피하고, 춥더라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니지 않는 게 좋다.
특히 뼈조직이 약해져 있는 노인들은 가벼운 외상에도 뼈가 부러지기 쉽다. 노인성 고관절 골절은 골다공증이 잘 생기는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정도 많다. 70세 이상 노인은 관절 골절’로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몸을 움직이지 못하면 신진대사 기능이 떨어지고 폐렴, 혈전에 의한 뇌졸중 등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관절 질환으로 고생할 때는 심하면 인공관절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닳고 망가져 통증의 원인이 되는 관절 부위를 일부분 제거하고 인공관절로 바꾸는 것이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경우 일찍 발견하면 자신의 뼈에 구멍을 뚫어 새로운 뼈를 만들어 원래 자기 뼈를 살릴 수 있는 ‘대퇴골두 다발성 천공술’로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고, 젊은 환자 경우 주사제 치료로 수술을 막거나 미룰 수 있다.
김민영 소장은 “하지만 중기 이후 환자는 인공관절수술을 받아야 한다. 이상하다 싶으면 미루지 말고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며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인공고관절수술은 300만 원 내외이고, 인공고관절의 기대수명은 20년가량이다.
간혹 인공고관절수술 후에 탈구로 인해 재수술을 하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인공고관절수술을 할 때 근육과 힘줄 손상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최소절개수술로 탈구 발생률이 줄고 있다. 예전에는 15~20㎝ 정도 절개했던 것을 8~10㎝로 줄여 근육과 힘줄 손상을 줄이는 추세다. 인공고관절수술 4시간 후에는 보조기를 이용해 걷는 연습을 할 수 있고, 2주 정도 재활치료가 필요하다. 퇴원 후에도 하루 30분씩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한다.
고관절건강을 위해서는 무리한 자세를 반복하지 않는 게 좋고 충격으로 인한 외상, 과음이나 흡연, 스테로이드제 남용 등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김민영 인천나누리병원 관절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