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6일 경기도 이천에서 공사중이던 물류센터 3층 지붕이 무너져내려 인부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는 큰 사고가 있었다. | ||
GS건설과 삼성물산이 이천 GS홈쇼핑 물류센터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서로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는 것. 이들 두 업체는 최악의 경우 3개월 영업정지를 맞을 지도 모를 위기에 처한 상황. 때문에 책임소재의 화살을 상대편으로 돌려야만 하는 긴박한 상황이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대우건설 등 재벌계열 건설사들은 현대그룹이 휘청거린 이후 국내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싸움을 벌여왔다. 때문에 이번 사고 책임으로 3개월간 국내외 영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가 휘청거릴 수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산 462-10 소재의 GS홈쇼핑 물류센터는 우리은행이 시행사로 GS건설이 시공을 담당했고 삼성물산의 하청업체가 주요공사를 담당했다. 10월6일 공사중이던 3층 지붕이 붕괴하면서 인부 9명이 사망하고 5명이 중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대한건축학회의 정밀조사가 끝난 상태이지만 조사결과를 두고도 논란의 소지가 많다 보니 책임소재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상태다. (때문에 사고조사를 맡았던 검찰, 이들을 판결할 법원, 또 업체에 대한 처벌권을 가진 서울시도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고 11월23일 GS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현장소장 등을 기소했다. 이제 법원의 판결만 남은 상황.
한편 사망 및 중상을 입은 인부들의 사고책임을 물어 노동부는 이들 두 업체에 대한 3개월 영업정지를 서울시에 요청했다.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최악을 면해도 3천만원의 과징금이다. 과징금의 경우 최대 3천만원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영업정지로 인해 입는 손실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나 업체 신인도에서 1점이 감점된다는 것은 만점이 되어도 입찰에 성공할까 말까 한 국내외 공사수주 경쟁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물류센터 공사는 기둥과 천장을 공장에서 만든 뒤 현장에서 조립하는 PC공법으로 이루어졌다. PC공법을 담당한 업체인 삼연PCE는 삼성물산에서 분사한 업체다.
GS건설은 대한건축학회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사고원인은 구조적 안전성이 검증된 2층1절 PC공법이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사전검증이 되지 않은 3층1절 공법(3개층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을 쓴 것이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즉 PC공법을 담당한 업체의 책임이라는 것. GS건설측은 자신들이 계약한 당사자는 삼성물산이고 삼성물산이 삼연PCE에 재하청을 준 것이므로 삼성물산이 붕괴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해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GS건설이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애꿎은 삼성물산을 물고 늘어지고 있다는 것. 삼성물산에 따르면 삼연PCE는 삼성물산에서 PC공법을 담당하던 인력들이 분사해 만든 업체로 다만 삼성물산의 공장을 위탁관리하다보니 삼성물산의 명의를 쓴 것이라고 한다. 계약서상의 당사자는 삼성물산이 아닌 ‘삼성물산 음성PC공장’이다. 삼성물산은 평균적으로 3백억∼1천억원짜리 공사를 수주하는 데 비해 1백52억원짜리 공사인 창고건물을 맡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붕괴책임이 GS건설에 있는데도 책임을 떠넘긴다고 주장하고 있다. PC공법은 기존의 거푸집 방식으로 기둥과 천장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미리 만들어 조립하는 형태. 기둥과 천장을 연결하는 접합부위의 콘크리트 타설을 맡은 GS건설이 이를 하지 않아 무게 때문에 기둥들에 비틀림(회전)이 일어난 것이 사고 원인이라는 것. 대한건축학회의 보고서에서 이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음에도 GS건설은 자신들에게 불리한 부분만 감추고 있다고 말한다.
PC조립공사가 계획보다 27일 지연되어 착수되다 보니 PC공사 기간이 1개월에서 20일로 단축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벌이고 있다. GS건설측은 삼연PCE가 공사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공사기간단축 요구를 받아들인 것인 만큼 이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물산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GS건설이 접합부의 콘크리트 타설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며 맞서고 있다.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붕괴사고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GS건설과 삼성물산을 각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으로, 하청업체인 공승의 현장소장과 GS건설의 현장소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과 업무상과실치사,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현장소장을 각각 상주시키지 않은 데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이에 대해서 삼성물산으로서는 기소되지 않아도 될 것을 사회적인 반삼성 분위기 때문에 검찰이 판단을 유보한 것이라며 억울해하고 있다. 삼성물산을 기소하지 않을 경우 검찰이 삼성봐주기라는 비난을 받을까봐 자체적인 판단 대신 법원에 판단을 넘긴 것이라는 얘기다.
노동부의 요청을 받은 서울시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 단일 현장에서 대형사고가 났음에도 과징금 수준의 처벌이 내려질 경우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삼성그룹의 계열사가 포함되다 보니 더욱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서울시는 “영업정지가 내려질지, 과징금이 내려질지 말할 단계가 아니다. 이제 겨우 의견서를 제출받은 상태로 면밀한 검토 후 처분이 결정될 것이다”라며 구체적 입장을 밝히길 꺼렸다.
한편 노동부는 GS건설에서 최근 3년간 여러 건의 대형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10월24일부터 11월4일까지 GS건설이 시공중인 1백22개 모든 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점검 결과 43개 현장을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적발, 이 중 근로자 추락방지 등 산업재해 발생 우려가 높은 김화하수처리시설 건설현장 등 9개소에 대해서 사법처리할 예정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