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덮어지고, 처벌 받아야 할 사람 피할 수도…우려 목소리 커
- 바람잘 날 없는 '경북우정청'…관내 우체국 연이은 '사건사고'
- 지역 정치권, 우정본부 인권 감수성 수준 절망스러워 보여
- 손승현 우정본부장 "송구하고 죄송하다, 책임감 갖고, 철저하게 조사해 엄중하게 조치할 것"
- 대통령실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 묻고, 인적 쇄신하라" 요구
- 우본 공노조 "숨진 조합원 본부 차원 예우 최대한 이끌어내고, 추모 행사도 열 것"
[일요신문] "사안의 심각성을 비추어볼 때 본부 자체 감사보다는 과기부가 감사를 통해 경북우정청에 대해 철저하게 경위를 파악해 대처하고, 기강을 바로 잡아야 한다."
경북 의성우체국 여직원의 극단적 선택과 관련해 우정사업본부가 자체 감사단을 경북우정청으로 파견해 감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 '셀프감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우정본부 공무원노조와 여성노조 등 일각에서는 본부 자체 감사가 부적절한 방식으로 진술 등을 확보해 형평성을 잃은 징계처분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에, 공정성이 훼손된 부실 감사로 진실이 묻혀 덮어지고, 이로 인해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하는 사람이 처벌을 피하며, 엉뚱한 사람을 희생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도 오르내리고 있다.
10일 우정사업본부(본부장 손승현)에 따르면 지난 1일 경북 의성우체국에 근무하던 여성 직원 A씨가 자신의 자택(대구 소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끝내 숨졌다.
A씨는 해당 우체국 상사(국장)로부터 성추행과 영업과장에게 폭언 등을 당했다고 본부와 경북우정청 측에 피해 사실을 털어놓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우정본부는 지난 3일부터 자체 감사담당관 13명을 경북청에 내려보내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 감사단은 경북우정청 감사실을 비롯해 청 내 해당 부서 관련 책임자, 의성 우체국 등 전방위로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극단전 선택으로 숨진 여직원이 국장과 영업과장에게 성추행과 폭언 등을 당했다는 피해 사실을 경북청 감사실 등에 직접 전했다는 것으로 언론 등에 알려진 만큼 당시 인사 분리 조치가 왜 이루어지지 않았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공노조측은 설명했다.
감사단은 또 경북우정청 내 성희롱 고충 상담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도 들여 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대통령실에도 보고 됐다.
우정본부는 사건 발생 이후 과기부에 보고했고, 이어 과기부에서는 대통령실에 사실관계를 알렸다. 이에 대통령실에서는 우정본부에 "철저하게 조사해 책임을 묻고, 인적을 쇄신하라"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4일 손승현 우정사업본부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는 입장문을 내부 행정업무 시스템(행정포털)에 팝업창으로 띄워 "우정본부장으로 송구하고 죄송하다, 책임감을 갖고, 철저하게 조사해 그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본부 공노조도 즉각 본부장과의 면담을 갖고, 진실 규명과 가해자 및 관련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 강구, 명예회복(공상) 등을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또 이러한 사태를 만들어 낸 경북우정청 등에 대한 철저하고 투명한 감사로 신뢰성을 높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손 본부장은 본부 자체 감사를 투명하고, 진정성 있게 이행할 것과 혹여라도 이번 감사가 '부실감사'로 밝혀지게 되면, 노조가 원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으며, 특히 상급기관의 감사를 다시 진행 하겠다고 약속했다.
우정본부 공노조 한 간부는 "숨진 조합원에 대한 본부 차원의 예우를 최대한 이끌어 내겠다. 오는 17일 우정본부 앞에서 추모행사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지난 3일부터 조사가 시작됐고,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상사(국장)는 대기발령을 해둔 상태다. 이번 사안에 대해 엄중히 바라보고 있고, 사실관계 확인 후 결과에 따라서 징계를 내릴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우정본부는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후 관련자들 모두 사법당국에 고발 조치 하기로 했다.
- 바람잘 날 없는 '경북우정청'…관내 우체국 연이은 '사건사고'
경북우정청의 인적 관리체계 등 부실에 따른 도 넘은 공직 기강 해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경북우정청 관내 우체국의 비위 등 사건 사고가 이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에는 경북 영덕우체국에 근무하는 30대 여직원 A씨가 고객 100여명이 맡긴 돈을 빼돌리는 금융 횡령사건이 발생했다. 이 직원은 금융 관련 지급청구서를 위·변조하는 수법으로 고객예금 1억 7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지난 2020년 4월부터 지역주민들이 자신과의 친분을 믿고 맡긴 통장과 인감도장을 도용해 이들이 예치한 예금을 몰래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대부분은 노인들로 피해자만 1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건은 당시 해당 우체국의 한 직원의 제보로 A씨의 횡령 행각이 드러났다. 하지만 경북우정청 감사실에서 해당 직원의 비위 사실을 최초 적발한 것처럼 해 제보한 영덕우체국 직원에 대해 관리 책임을 물으며 경고 처분을 내렸으며, 피해 금액도 축소됐던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청송우체국에서도 시재금을 유용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일요신문'이 의성우체국 여직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노조 관계자와 전화 취재 인터뷰 중 올해 경북 관내 사건사고에 대해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하자, 이 관계자는 영덕 말고도 또 다른 지역의 직원의 비위에 대해 언급하며, 영덕 금융사고에 연이어 경북 청송우체국의 관내우체국 한 여직원이 우체국 보유자금을 유용한 사건이 있었다고 밝힌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 "우정사업본부 인권 감수성 수준 절망스러워 보여"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은 지난 9일 의성우체국 여직원 극단선택에 대해, 우정사업본부의 부실 대응을 규탄하는 논평을 내고 우정본부가 신고를 접수하고도 즉각적인 분리·보호 조치와 적극적인 대처를 하지 않은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등 법률 위반사항이고, 특히 우정본부 내 성폭력 사건 대응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것이며, 우정본부의 인권 감수성 수준 또한 절망스러워 보인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경북도당은 그러면서 고용노동부는 이번 의성우체국 여직원 극단선택과 관련해, 직권조사에 즉각 착수하고, 경찰도 성추행 및 폭언 가해자 등을 조속히 조사해 엄중히 처벌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 피해사실 적극 알리고, 제보자 보호하는 조직 문화 만들어 져야
경북 의성우체국 여직원의 극단적 선택은 경북우정청 관계 부서가 피해 사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였다면 이런 안타까운 사고는 막을 수가 있었다는 것이 현장 직원들이 목소리다. 특히 우정사업본부의 갑질문화 개선, 성희롱 예방 등에 대해서도 전시적 행정만을 해 왔기에 이러한 사건이 제대로 해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우정본부 자체 감사가 제 식구 감싸기로 '셀프 감사' 였다는 오명을 쓰지 않도록 관련자 적발과 처벌에 반드시 공정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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