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과정 분쟁 발생 시 문제 소지”…CJ ENM “윤제균, 권한과 책임 다할 것”
CJ ENM은 지난 7월 자회사 CJ ENM스튜디오스 대표이사로 윤제균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기존 하용수 대표와 각자대표로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계획이었다. 윤제균 감독은 콘텐츠 부문을, 하용수 대표는 경영 부문을 총괄할 것으로 기대됐다. 윤제균 대표는 1000만 관객을 모은 해운대(2009년), 국제시장(2014년)의 감독이다. 2016년 윤제균 대표가 속한 JK필름이 CJ ENM에 인수되면서 CJ그룹에 합류했다.
하지만 윤제균 대표는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닐 뿐 아니라 아예 등기조차 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9일 기준 대표이사는 하용수 대표이사 한 명뿐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등기하지 않은 대표이사는 법률상 대표이사가 아니다. 다만, 미등기 상태로 대표이사를 선임하더라도 처벌 규정은 없다. 이상훈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실행위원)는 “(CJ ENM스튜디오스처럼) 미등기 인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경우는 이례적”이라면서 “경영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하면 이러한 불투명한 구조가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영화사업을 진행할 경우 천만관객 감독이자 회사를 대표하는 윤제균 대표를 신뢰해 투자가 이뤄질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분쟁이 발생하면 윤제균 대표가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가 아닌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CJ ENM스튜디오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윤제균 대표는 현재 미등기 상태”라며 “윤제균 대표가 회사에서 부여한 역할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미등기 인사를 왜 굳이 대표이사로 선임했는지, 대표이사 선임 후에도 왜 여전히 미등기 상태로 놔두는지에 대한 물음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회사 측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전할 입장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CJ ENM스튜디오스는 설립 때부터 잡음이 나왔다. CJ ENM스튜디오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모회사 CJ ENM은 지난해 11월 콘텐츠 제작사업 부문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신규 설립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물적분할이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올해 2월 물적분할 방식을 철회하고 700억 원 규모를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CJ ENM스튜디오스를 설립했다.
CJ ENM스튜디오스는 CJ ENM의 영화제작사업 부문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인다. CJ ENM스튜디오스는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업목적으로 영화의 기획·제작·배급 등에 대한 대행업과 관련 사업 등을 등기했다.
지난달에는 CJ ENM스튜디오스가 CJ ENM의 영화제작 관련 자회사를 흡수합병하기로 하면서 사업을 구체화했다. CJ ENM스튜디오스는 △본팩토리 △제이케이필름 △블라드스튜디오 △엠메이커스 △모호필름 △용필름 △만화가족 △에그이즈커밍 등을 흡수합병하면서 영화 관련 사업 역량을 확대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 ENM스튜디오스의 이러한 움직임이 상장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기존 CJ ENM 주주 입장에서는 역량 있는 자회사를 따로 상장하면서 주주가치가 희석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하다. 앞서 2016년 CJ ENM은 드라마 제작부문을 물적분할해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하고, 이듬해 상장한 전례가 있다.
CJ ENM스튜디오스가 CJ ENM 영화 사업을 가져온다면 향후 실적 확대가 기대된다. 지난해 매출 1174억 원 수준이지만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매출액이 3492억 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출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만 회복해도 지금보다 3배 가까운 성장이 가능하다. CJ ENM 측은 “현재 CJ ENM스튜디오스의 상장에 대해 논의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박호민 기자 donky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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