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먹칠하는 미꾸라지 ‘골머리’
채선당 가맹점주들은 이번 사태가 자신들의 점포에까지 불똥이 튈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5년 이상 채선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 가맹점주는 “방문하는 손님들마다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당혹스러웠다. 우리 점포는 다행히 그동안 손님들과 잘 지내왔기 때문에 매출에 영향은 없다. 사건이 일방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을 하는 손님도 상당수”라며 “하지만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봐 서비스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발단이 서비스 관리 문제에서 발생하였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당 점포는 사전에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을까.
채선당 박상렬 홍보팀장은 “슈퍼바이저, 미스터리 쇼퍼, 프로슈머, 고객 불만의 목소리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모든 가맹점의 서비스를 평가하고 관리한다”면서 “경고를 2회 이상 받고도 시정조치가 취해지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계약해지까지도 이뤄진다. 문제가 된 점포는 담당자로부터 어떠한 얘기도 들은 적이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채선당 사태가 다소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익명의 프랜차이즈 관계자에 따르면 채선당의 경우 프랜차이즈 브랜드 중 점주 교육 및 슈퍼바이저 교육을 가장 강력하게 진행하는 곳 중 하나여서 이번 사태가 상당히 의외라는 것.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가맹점 계약을 맺으면 점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교육, 서비스교육, 위생교육, 조리교육 등을 본사로부터 받아야 한다. 기간은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 교육을 실시하는 곳도 있다. 이론교육은 본사에서, 현장교육은 주로 직영점에서 이뤄진다. 교육에 있어서도 점주와 직원을 함께 교육시키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오픈 이후에는 중간 관리자인 슈퍼바이저가 해당 점포를 맡아 수시로 매장을 점검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프랜차이즈를 택하는 창업자의 상당수가 해당 분야에 경험이 없어 적지 않은 가맹비를 내고 널리 알려진 브랜드 사용은 물론, 본사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받아 운영을 하려는 사람들임을 감안하면, 이러한 교육은 창업의 성패를 결정지을 정도로 중요한 과정인 셈이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곳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수익 창출을 위해 가맹점 개설에는 적극적인 모습이지만 일부 프랜차이즈의 경우 일단 가맹점이 개설된 후에는 권력을 휘두르고 이윤만을 추구하거나 지속적인 제품 개발과 교육 등 세부 관리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는 나 몰라라 하는 곳도 상당수 존재한다.
물론 양질의 교육을 실시하는 본사 입장에서는 할 말이 많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심혈을 기울여 교육 과정을 만들고 점주들에게 참여를 권하지만, 관심을 가지는 가맹점주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한다. 영업시간에는 장사하기 바쁘고, 휴일에는 교육보다 휴식을 통해 재충전을 하는 것이 다음 영업을 위해 훨씬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대부분 교육에 미지근한 반응을 나타내고 참가에 난색을 표한다는 것.
그렇다면 해당 점포를 담당하는 슈퍼바이저의 비중을 높이는 것은 어떨까. 업계에서는 이 역시도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슈퍼바이저의 방문을 본사의 감시와 통제로 받아들여 자주 들락거리는 것을 탐탁지 않게 받아들인다는 것.
한 편의점 가맹점주는 “슈퍼바이저가 일주일마다 찾아와 운영 상태를 살피고 본사의 지침과 어긋나는 상황을 체크하는 등 지나친 관리감독에 머리가 빠질 지경”이라며 “일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스트레스가 쌓여 불친절한 서비스로 이어질까봐 걱정”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게다가 슈퍼바이저 운영에는 상당한 인건비가 소요되므로 상당수 업체가 인건비 절약 차원에서 슈퍼바이저 한 사람에게 40개가 넘는 점포를 맡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담당자가 점포 한 곳을 한 달에 한 번 방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결국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관리와 간섭, 감독과 통제가 서로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잘 이뤄진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쪽의 일방통행이라면 결국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가맹점 관리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 불만이 생겨나고, 본사가 이미지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같은 브랜드를 내건 다른 건실한 가맹점까지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얼마 전 일부 매장에서 남은 죽을 재활용하고 손님이 남긴 재료를 재탕, 삼탕하는 모습이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보도된 본죽 역시 가맹점 관리에 허점을 보이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상황. ‘영양죽인 줄 알았더니 쓰레기죽이었다’는 소비자들의 실망과 질타가 이어지자 김철호 사장은 머리 숙여 사과에 나섰고, 전 가맹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 문제가 된 가맹점 5곳을 폐점조치한 다음 모든 가맹점주와 함께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본죽은 가맹사업 관련 정보공개서 상에 가맹점 간 영업지역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달고 있지만, 이번 사태로 기존 가맹점 상권에 추가적으로 본죽을 개설하지 않기로 점주들과 약속을 했다. 이에 가맹점주는 제품의 안전과 위생, 레시피 준수를 앞으로 더욱 철저히 지킬 것을 결의하면서 본사와 가맹점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는 후문이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이 활성화 되면서 작은 소비자들의 불만이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나 채선당, 본죽 사태처럼 브랜드 전체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이제는 생존을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는 간섭과 관리를 넘어 같은 목표를 가지고 서로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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