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류 인턴기자 kingmeel@ilyo.co.kr |
지지부진하던 가맹점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를 놓고 이재우 신한카드 사장이 무거운 발걸음을 뗐다. 지난 23일 이두형 여신금융협회장과 오호석 유권자시민행동 상임대표 겸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 회장 등 자영업 단체장을 만나 문제 해결에 나선 것.
처음으로 신한카드 측과 만난 오호석 대표는 “대기업에게는 눈치를 보면서 낮은 수수료를 받고 힘없는 자영업자에게는 최대 2배가 넘는 수수료를 받아왔다. 우리는 이러한 불공정한 수수료 체계를 바로잡고 빠른 시일 내 문제점을 개선할 것을 요구해왔다”며 “신한카드도 이러한 우리 의견에 동의했고 진척사항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말처럼 그동안 자영업자들의 단체행동에도 꼼짝하지 않았던 신한카드였기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지만 결과적으론 변한 게 없었다. 신한카드 측은 “자영업 단체장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협의회를 만든다든지 특별히 진행된 사항은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이 요구하는 수수료 인하 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수수료 체계 개선안이 나온다 하더라도 이를 받아 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면서 “세부사항도 결정해야 하고 전산시스템도 다 바꿔야 하는 등 아무리 빨라도 연말은 돼야 한다”며 사태 해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임을 시사했다.
이처럼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신한카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도 곤욕을 치렀다. 지난 6일 유권자시민행동과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는 서비스 요금 등을 결제할 때 신한카드를 받지 않기로 결의하면서 궁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숙박업, 학원, 공인중개사, 유흥주점, 단란주점, 노래방, PC방, 온천, 세탁업 등 60여 업종 100만 업소가 속해 있다.
만약 결의가 현실화될 경우 250만여 곳의 가맹점을 갖고 있는 신한카드로서는 거의 절반가량의 가맹점에서 결제 거부가 이뤄지는 것으로 매출에 있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들은 결제 거부일을 2월 20일로 지정하고 ‘신한카드 결제 거부’ 안내문을 각 업소마다 부착하는 등 실력 행사를 준비해 긴장감을 고조시켰지만 대화를 통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신한은행의 현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와 고객 간 줄다리기를 해오던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 문제도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 리볼빙이란 고객이 사용한 카드대금 중 일정 비율만 결제하면 나머지 금액은 대출 형태로 전환돼 자동 연장되는 결제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자금이 부족해도 일단 결제를 할 수 있어 편리했지만 문제점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고객 신용도보다 수수료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그렇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계속되고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자 결국 카드사들은 마지못해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율 인하를 추진했다. 하지만 인하율이 1% 안팎이라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한카드도 리볼빙 금리 체계를 이원화하며 일시불 결제수수료율을 1%가량 낮췄으나 이러한 지적을 비켜나가진 못했다.
일각에서는 신한카드가 영업구조상 수수료율 인하 압력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동부증권 이병건 연구원은 종목보고서를 통해 “신한카드는 건전성을 최우선시 해 신용판매 위주의 안정적 성장을 목표로 해왔다”며 “이런 구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등 최근의 규제 환경 변화에 신한카드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400억 원 수준이던 신용카드 분기 대손비용(받지 못한 외상매출의 비용 처리)이 지난해 4분기에 800억 원대로 늘어난 것도 부담”이라며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신용판매 수수료율 인하가 현실화되면 신한카드의 실적전망 하향조정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신한카드 관계자는 “수수료율 문제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모르겠으나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다 비슷할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