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21일 SK텔레콤 주가는 장 개시 이후 급락하는 사태를 맞아야만 했다. 전일 종가 18만6천원이었지만 이날 시가는 2.42%가 하락한 18만1천5백원이었다. 이후 SK텔레콤의 주가는 3일간이나 18만원 수준을 오가며 8월 이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곳은 포스코였다. 포스코가 갖고 있던 SK텔레콤의 지분 7.17% 중 1.34%에 해당하는 1백10만7천주를 장전시간외가로 대량 매각했던 것. 문제는 가격이었다. 대량의 물량을 빨리 처리하기 위해 시가보다 싼 가격인 17만8천원에 매각한 것이었다. 대부분의 물량은 기관투자자들이 매수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량매각에 대한 부담 때문에 SK텔레콤의 주가는 장 개시 후 발목이 잡혀야 했다. 21일 주가는 18만원까지 하락한 후 18만2천5백원으로 마쳤으며 다음날에는 17만9천원까지 하락한 후 18만2천원에 마감했다. 23일에도 18만원까지 하락한 후 18만3천원으로 마쳤다. 주말이 지난 뒤인 26일에야 19만3천원으로 회복되었다. 개인 투자자들은 3일간 지옥을 경험한 셈이다.
한편 포스코의 대량 매각으로 주가가 하락하자 SK텔레콤도 포스코 주식을 매각하겠다고 발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SK텔레콤도 포스코 주식을 2.73%를 가지고 있어 크로스홀딩(cross-holding) 상태에 있다. SK텔레콤도 얼마든지 맞불을 놓을 수 있는 상황.
SK텔레콤측은 “보유중인 포스코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포스코가 주식을 매각한 이유가 분명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 산업 외 비핵심 사업을 정리하라는 주주들의 요구 때문에 SK텔레콤의 주식을 처분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포스코와 SK텔레콤이 상호 주식을 보유한 것은 지난 2000년의 일이다. 당시 포스코는 보유하고 있던 신세기통신 지분 27.7%를 SK텔레콤에 양도하는 대신 SK텔레콤 주식 5백90만주(7.17%)를 넘겨받았던 것이다.
SK텔레콤은 2004년 7월 포스코 지분 2.73%(2백48만1천3백10주)를 매입해 전체 2.85%의 지분을 지금껏 소유하고 있었다.
포스코는 10년 전 자동차사업 진출, 이동통신 사업 진출 등 사업다각화를 모색했다. 그렇지만 ‘IMF 위기’를 맞아 이들 계획을 접어야 했다. 자동차사업은 현대차 등 국내 업체의 반대로 무산되었고, 이동통신 사업은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하면서 접어야 했다.
이후 포스코는 사명을 바꾼 뒤 철강사업에 집중하는 것으로 장기 플랜을 세웠다. 비철강사업은 매각하는 것이 장기적인 수순이 된 것.
현재 포스코는 지분법 적용을 받지 않는 업체로 대한해운(2.17%), 한일철강(10.14%), 하이스틸(9.95%), 문배철강(9.02%), 하나은행(2.34%), 동양철관(2.46%), 신일본제철(2.17%)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또 비상장법인으로 대경특수강, 한국경제신문, 거양해운, 전남프로축구, 한국철강신문, 포항스틸러스, 서울신문사, 에스코프로, 티에프에스글로발, 씨에스삼육오, 씨티에이, 기협기술금융, 포스코파워, 파워콤, 포스홈, 우리디씨아이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비철강 사업으로 매각할 수 있는 자산이 많이 있음에도 SK텔레콤을 가장 먼저 선택한 것은 SK텔레콤 주식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많은 데다, 내년 발신자표시 서비스의 무료화,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대한 비용 부담, 지상파DMB의 보급으로 휴대전화 서비스 사용의 감소 등 SK텔레콤에 대한 내년도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고 볼았을 수 있다.
SK텔레콤이 발끈할 만한 일이다. 특히 포스코 같은 대주주가 대량매각에 나섰다는 것이 어찌 보면 상황이 심각한 상태. 하지만 SK텔레콤과 포스코는 현재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포스코측은 주식매각에 대해 “SK텔레콤과도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한 일이다. 더 이상 매각할 계획이 잡혀 있지 않다”고 밝혔다. SK텔레콤도 “우리가 포스코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맞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는 추측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두 업체의 말대로 사전에 양해를 구한 것이라면 주가 하락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양측이 주식매각으로 맞불을 놓을 경우 두 업체가 서로 제살 파먹기를 하게 되는 셈이다.
현재 양측은 한 번 불거진 이 문제에 대해 더 이상 언급하기를 꺼려하고 있다. 어떻게 대답을 하든 자신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