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서울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열린 한중 외교부장관 회의. 사진공동취재단 |
지난 1992년 8월 수교 이래 한중 관계는 비약적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교역 규모는 1992년 64억 달러에서 2011년 말 현재 2200억 달러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2010년 말 기준으로 무려 2만 1000개에 달하는 기업이 중국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한국은행에 신고하지 않은 소규모의 기업과 자영업자들을 합하면 6만여 명의 사업자가 중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장단기 체류자는 투자기업인, 상사, 공관주재원 등을 합해 약 10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중국 유학생도 7만 명을 웃돌고 있다.
한중 수교 20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어느 한 국가에서 인적·물적 교류가 이렇게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한국 역사상 일찍이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시행착오와 부작용도 많았던 게 지난 20년의 한·중관계 현실이다. 그리고 그 부작용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먼저 ‘친구’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정서 차이를 살펴보자. 사업상 몇 번 식사를 하여 안면이 트면 중국인은 한국 사람에게 ‘펑여우’(朋友·친구)라고 하며 뭐든 문제가 생기면 해결해준다고 하는데 그것을 절대 믿지 말라는 것이다.
한국의 한 사업가가 산동성에서 무역을 하며 현지 세관원과 10여 년 넘게 친분을 쌓았다고 한다. 그는 어느 날 세관원에게 ‘불법적인’ 사업 청탁을 했다가 바로 거절당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세관원의 태도에 매우 실망한 한국 사업가가 그에게 따지듯 이유를 물었더니 그 세관원 대답이 “넌 하오펑여우(好朋友·좋은 친구)고 중국 친구는 티예거먼(의리로 똘똘 뭉친 남자 친구)이다. 혹시 내가 감옥에 가도 남은 가족을 돌봐줄 친구이기 때문에 뒤를 봐주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렇듯 중국인에게는 ‘친구’에 대한 개념이 그 친밀도에 따라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친구’라는 말만 믿다가 큰코다칠 수 있다는 경고다.
흔히들 중국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나라라고 한다. 얼핏 보면 모든 게 편법이고 불법이 판을 치는 나라라는 뜻으로도 읽힌다. 하지만 같은 불법이라도 자국기업은 보호하되 한국기업은 처벌하는, ‘차별 대우’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몇 년 전 천진에서 세관과 관련해 일어난 일인데, 같은 불법행위라도 중국 업체 간부는 감옥에 가지도 않고 세금도 조정하여 일부만 냈다고 한다. 이른바 ‘자국 기업 보호’에 해당한다는 것. 하지만 한국 업체는 결국 도산에 이르렀다고 한다. “중국 내 한국기업은 외국기업이니 봐 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중국 전문가는 이에 대해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초기에는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 외국기업에게 더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려 우대를 해주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는 중국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외국기업보다는 자국기업 보호 육성에 힘쓰고 있다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기노 기자 kino@ilyo.co.kr
이상운 전 일요신문 차이나 대표 성공 노하우 인터뷰
‘차이나 드렁크(한눈에 거대 중국을 파악해 버리려는 현상)’를 조심해!
이상운 전 일요신문차이나 대표는 일본과 중국에 두루 정통한 인사다. 1998년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정치학 석사를 마치고, 중국 베이징으로 가서 소수민족 정책에 관한 연구로 중앙민족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사업가로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 중국통이다. 그는 북경정동성상자문유한회사를 만들어 15년의 중국 생활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한국 일본 기업들에게 전문 지식과 성공적인 사업방향을 제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지도자들이 중국에 유학할 때 그들에게 현지문화를 조언해 주는 등 정치적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그를 통해 중국 사업의 어려움과 성공 노하우 등을 들어보았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일본 한국과는 비즈니스 환경이 많이 다를 듯한데.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정부기관이 너무 많다. 한국 같으면 구청에서 허가하는 부분이 중국에서는 구정부의 각 국이 따로 있는 경우가 많아 일일이 다니면서 허가 등의 일을 봐야 한다. 시(關係) 문화도 사회 전반에 깊숙이 퍼져 있다. 허가를 받든 경영상 벌금을 부과 받든 무슨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그 기관의 연줄을 먼저 찾는다. 최근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시는 중요한 사업 요소다.
━중국에서 사업하는 한국인들한테도 문제점이 많다고 들었다.
▲한국인들은 중국 사업 투자를 결정할 때 앞뒤 안 재고 성급하게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차이나 드렁크’라는 말이 있는데, 중국 초행자들이 한눈에 거대 중국을 파악해 버리려는 경향을 말한다. 중국 투자도 싼 인건비만 계산하고 성급하게 투자를 결정했다가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중국을 후진국으로 얕잡아 보고 중국인들을 대할 때 고압적이고 몰상식한 태도로 대하는 것도 큰 문제다.
━중국 진출에 성공한 한국기업들의 특징을 든다면.
▲우선 현지화에 성공한 경우다. 단순히 중국 직원을 고용하는 게 아니라, 소통의 기본인 중국어를 몸소 익혀 중국인처럼 생각하고 중국인을 존중하면서 중국인과 함께 어울려 사업을 진행해나간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중국통을 활용하여, 중국과 한국 간의 기업문화의 격차를 줄이고 현지 경영자의 전문성을 강화시켜 효율적인 노무관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프로그램인 <왕징의 한인들>(CCTV 제작)이라는 다큐에 소개될 정도로 중국에서 인정받는 사업가로 성장했는데, 한국의 초보 중국 사업가에게 꼭 해줄 조언은.
▲‘君子復讐 十年不晩’(군자복수 십년불만)이라는 중국말이 있다. ‘군자가 복수하는 데는 10년이라는 세월도 늦지 않다’라는 원 해석을 바꿔 중국인보다 더 기다릴 줄 아는 인내력을 바탕으로 사업에 임하여야 한다고 본다. 또한 “중국에서의 사업은 3대에 걸쳐서 승부를 본다는 생각으로 하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중국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