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의 하이브리드카. 범LG가와 긴밀한 협력 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
하지만 이 ‘밀월관계’에 변수가 생겼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비게이션 사업에 뛰어들 것을 선언하면서 3사 간의 묘한 긴장관계가 형성된 것. 현재 현대자동차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모젠(MOZEN) 단말기는 LG전자와 현대오토넷이 양분해서 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2003년 말부터, 현대오토넷은 2004년 5월부터 단말기를 공급했다. 현대자동차의 계열사인 현대오토넷이 단말기를 독점 공급할 것이란 일반적인 예상과는 다른 양상이다. 때문에 삼성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현대자동차와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에 납품하게 된다면 그간 소원했던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거래가 물꼬를 트는 셈이고, 범LG가와 현대자동차와의 밀월구도에도 변화가 생기는 셈이다.
지난해 12월 현대자동차는 하이브리드 차량 국산화를 추진하면서 LG화학, LS전선, LS산전과 협력관계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파트너로 범LG가의 회사들이 거론된 것이다. 이는 LS전선이 하이브리드 차량용 전선 개발 상황을 프리젠테이션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LS전선 외에도 LS산전은 차량용 전기모터, 동력전달장치, 인버터 등을 개발해 현대자동차에 공급할 것을 검토하고 LG화학에서는 배터리 공급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동력원으로 내연기관과 전동기관을 동시에 쓴다. 이 중 전기로 움직이는 부분은 고성능 전동모터와 고성능 배터리가 핵심부품인데, 현대자동차는 아직 이에 대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해 일본에서 비싼 값에 부품을 들여오고 있다.
LS그룹과 현대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차량 전기시스템 공동개발은 정의선 기아자동차 사장과 구자열 LS그룹 부회장의 합의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진다. 두 사람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동문인 데다 정 사장의 사촌인 정일선 BNG스틸 사장은 구 부회장의 조카인 구은희씨과 결혼했다.
한편 LG전자는 현대자동차의 모젠에 단말기를 공급하고 LG텔레콤은 통신망을 제공하고 있다. LG텔레콤은 2006년부터 자사의 통신망을 통해 모젠을 휴대전화기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 KTF의 케이웨이즈에 이어 LG텔레콤은 현대자동차의 모젠을 그대로 들여와 길찾기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어 LG와 현대의 돈독한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 모젠 사업에 현대오토넷과 KTF가 참여하면서 삼성전자의 참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현대차에 장착된 ‘모젠’. | ||
초기모델인 MTS-200은 ‘턴 바이 턴(turn by turn)’ 방식으로 화살표만 나오며 LG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했다. 풀 맵(full map)이 지원되는 MTS-250은 KTF의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 현대오토넷의 MTS-300은 LG텔레콤의 통신망을 이용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SK텔레콤도 현대자동차와의 제휴를 협의했으나 서로 간의 이견으로 납품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현대자동차는 자사가 주도적인 사업권을 가지고 모젠을 진행하고 통신망만 임대할 것을 제안했으나 SK텔레콤은 자사의 네이트 드라이브를 모젠에서 구현할 것을 원했다.
현재 르노삼성의 자동차에 장착된 텔레매틱스 제품 INS300은 현대자동차의 모젠 같은 독자서비스가 없고 SK텔레콤의 네이트 드라이브를 차량에 부착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방식에 그치고 있다. 단말기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내비게이션 사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르노삼성의 텔레매틱스 사용자는 SK텔레콤 휴대전화기를 차량의 잭에 연결해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르노삼성은 후속제품인 INS700에는 KTF의 통신망을 이용하도록 협의중이다. 기존처럼 KTF의 케이웨이즈(K-ways)를 구현하는 방식으로 할지, 통신망만 임대하는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단말기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의 내비게이션 사업이 커지고 독자기술을 보유하게 되느냐에 달려 있다. 내비게이션 업체 자체가 고정 납품처가 사라지고 경쟁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삼성이 내비게이션 참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최근 차량 내비게이션 시장이 급성장한 데다, 내비게이션 기기와 DMB단말기가 융합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 업체가 DMB 수신기능을 합치면서 차량용 DMB 단말기 시장을 선점할 경우 삼성전자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왕 내비게이션 사업에 나선다면, 애프터마켓(After-market:차량 출시 후 장착되는 단말기 시장)뿐 아니라 비포마켓(Before-market:차량 완성 전 공장에서 장착되는 단말기 시장)도 공략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비포마켓 진출에 대해 삼성전자는 “아직 내비게이션 사업 진출이 확정된 것이 아니다. DMB단말기 구매자들이 내비게이션 기능을 원하기 때문에 넣은 것일 뿐이다”라는 입장이다. 현대자동차도 “삼성전자와 협의된 바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바일통신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축전지 기술은 전자업계의 차세대 수익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 개발은 LG SK 삼성 등이 사활을 걸고 있고, 모바일통신 기술의 집합장이 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선 현대차와 LG, 삼성, SK가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지배적인 완성차 메이커에 절대적인 기득권이 있다. 때문에 현대차를 두고 LG-삼성-SK의 견제구도가 펼쳐지고 있는 것. 지금까지는 LG가 한발 앞선 구도지만 향후 경쟁구도가 어떻게 재편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우종국 기자 woobea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