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진과 조폭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공공의 적 1-1>. |
기자는 사건 발생 직후인 3월 7일과 9일, 양 일간 경기도 일대 현장을 취재했다. 취재 과정에서 어렵게 피해 학생들과 접촉할 수 있었다. 피해 학생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서로 하고 싶어 하면서도 어딘가 경계심을 풀지 못하고 있는 눈치였다. 기자를 보자마자 신분증과 명함부터 요구하는 학생들한테서 그간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피해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익명이 보장된다는 조건을 재차 확인하고 이야기를 털어놨다.
고등학생인 A 군(17)은 “조폭들이 PC방이나 휴대폰 가게를 오픈하게 되면 찌라시(전단지)를 뿌려야 되는데 모두 우리가 뿌렸다”며 전단지 알바를 강요당하기 일쑤였음을 전했다. 물론 이는 급여가 없는 알바였다.
고등학생인 B 군(17)은 같은 고등학생 조직원의 이상한 충성심을 일화로 들려줬다. 그는 “만약에 조폭 형님이 PC방을 개업하면 그 밑에 있는 고등학생 조직원 K 군(17)이 우리에게 이상한 걸 시켰다”며 “한 번은 다른 PC방에 있었는데 K 군이 시내에 나를 끌고 나가서 다른 PC방에 있었다는 이유로 엄청 난리를 피우더라. 그리고는 갑자기 나보고 교복을 입었으니 조금 전 그 PC방에 가서 담배를 피우라고 시켰다. 잠시 후 K 군은 그 PC방을 신고했다”고 황당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 PC방의 영업을 방해하려는 속셈이었던 셈이다. 결국 조폭 형님이 개업한 PC방을 위한 충성심이 만든 자작극이었다.
특히 B 군은 “K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알아왔는데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다”며 “K는 악마였다”고 당시의 심각했던 정신적 고통을 전달했다.
이 정도의 이야기는 최근의 학교폭력 사태와 비교할 때 충격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그러나 학교폭력과 조폭이 성상납과 연계되었다는 충격적인 폭로가 이어졌다.
C 군(17)은 자신이 알고 지낸 L 양(15)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C 군은 “조폭의 막강한 힘(?)을 등에 업고 싶었던 L 양은 자신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조직원과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졌다”며 “L 양 혼자 그렇게 성관계를 가지며 지내다가 결국 친구인 Y 양에게까지 성상납을 강요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줬다. Y 양은 같은 또래에서 예쁘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고 한다.
C 군은 이어 “주변에 친구나 후배 중학교 여자애들 중 예쁘게 생겼다고 알려진 애들한테 그런 관계를 강요하고 있다”며 “남자 애들 사이에서는 누가 그러고 다니는지 다 알고 있고 몸을 파는 친구들이 제법 있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폭로했다. C 군의 폭로에 옆에 있던 A 군과 D 군 역시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동의했다.
이외에도 각종 폭행과 금품갈취는 너무 다양하고 무자비했다. 이들은 △무서워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친구네 아파트 문을 열기 위해 열쇠 정비공까지 불러 문을 따고 들어가 몇 시간을 폭행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 △금품을 상납하기 위해 자기 엄마의 반지까지 팔아야 했던 이야기 △상납금을 맞추기 위해 절도를 하였다는 이야기 등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스토리를 기자에게 들려줬다.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시내가 조용하다’는 기자의 말에 A 군은 “우리가 시내를 이렇게 평온하게 걸어보는 것도 1년 만인 것 같다”고 답했다. B 군은 “지금은 조폭들이 다 잠수를 타고 있는 중이다”면서 “이전에도 조폭과 일진들이 경찰에 조금씩 걸린 적이 있긴 했다. 그때마다 다들 잠수를 탄다. 그러나 보통 2개월이 채 안 돼 시내를 활보하러 나왔다”고 기억했다. C 군이 “그들은 다시 시내를 활보하며 아이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말하자 A 군은 단정적인 목소리로 “결국은 계속 될 거다. 이건 어쩔 수 없다”고 안타까운 목소리를 전했다.
‘어떻게 해야 이런 피해 학생들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A 군은 “아마 조폭 두목부터 밑에 있는 조직원 전체를 모조리 다 감옥에 보내야지 가능한 일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조폭이 조직적으로 깊숙이 개입돼 있는 사건임을 실감케 하는 답변이었다. 실제로 A 군은 조폭 두목에게까지 잡혀가 협박을 받아 본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번 수사를 진행한 경기지방경찰청의 핵심간부는 “계속해서 조폭들의 명단을 파악하고 있다”며 “1년 동안 수사를 확대·진행할 계획이니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상률 인턴기자